시골 국회의원

 


 읍내만 다녀오면 몸앓이를 한다. 읍내를 넘어 순천시내를 다녀와도 몸앓이를 한다. 순천시내를 넘어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 댁이라든지, 인천이나 서울이나, 일산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다녀와도 몸앓이를 한다. 멀리 갈수록 몸앓이는 더 모질고 여러 날 간다. 가깝다 하는 읍내를 다녀오면 하루쯤 몸앓이로 지나가는구나 싶으나, 여러모로 참 힘들다.

 

 읍내에 빵집이 여럿 있다. 시골 읍내에까지 파리바게뜨가 있었으나 지난해 끝무렵까지는 시골스러운 빵집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곳은 크게 넓히는 한편, 한쪽에 걸상을 여럿 두고는 마실거리를 판다. 읍내를 돌아다니는 사람은 꽤나 드문데, 크게 넓힌 빵집에는 사람들이 꽤 북적거릴 뿐 아니라, 알바하는 아이가 셋씩이나 있고, 빵을 굽는 일꾼은 둘이나 된다.

 

 읍내를 다녀올라치면 때때로 ‘국회의원 예비 후보자’를 만난다. 좁은 읍내이니, 이들이 한 번 읍내를 돌며 인사를 하면 어느 골목으로 새더라도 어김없이 얼굴을 마주치며 이름쪽을 받는다. 예비 후보자라는 이 가운데 여러 사람이 고흥 도화면에서 나고 자랐다 한다. 다만, 중학교 갈 무렵이면 하나같이 읍내로 나오고, 고등학교 갈 무렵이면 순천이든 광주로 나가며, 대학교는 아주 마땅히 서울로 나간다.

 

 전라남도 고흥군은 한국땅에서 손꼽힐 만큼 ‘주민이 줄어드는 시골’이다. 해마다 몇 천 사람씩 도시로 빠져나간다. 지난 2011년까지 7만을 가까스로 버티었으니, 해마다 몇 천 사람씩 도시로 빠져나간다는 숫자란 대단히 크다. 시골살이 하겠다며 들어오는 사람이 적잖이 있지만, 이들은 ‘꽤 나이를 먹은 사람’이기 마련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시골로 들어서는 ‘좀 젊다 싶은 사람’은 찾아보기 몹시 힘들다.

 

 고흥하고 이웃한 보성은 어떨까. 아마 보성도 젊은 사람은 가까운 도시인 순천이라든지 광주라든지 여수라든지 목포라든지 쉬 떠날 테지. 돈이나 뭐가 더 되면 대전이나 서울이나 인천이나 부산으로 갈 테지. 이리하여, 고흥군이랑 보성군은 국회의원을 내지 못한다. 고흥군이랑 보성군은 둘을 한데 묶어 국회의원을 한 사람만 내놓는다.

 

 고흥은 군이고, 보성도 군이다.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더라도 군이다. 군인 만큼 땅은 넓다. 땅은 넓되 사람이 적다. 서울이라든지 부산이라든지, 커다란 도시에서는 구마다 국회의원을 뽑는다. 이뿐 아니라, 구에서 두 사람을 뽑기까지 한다. 아무래도 서울이나 부산이라 한다면, 구를 둘로 쪼개야 하기까지 하리라.

 

 그런데, 국회의원을 ‘사람 숫자’를 세며 뽑는 일이 얼마나 알맞을까 모르겠다. 나로서는 국회의원이라는 자리에 눈길을 둘 까닭이 없는데, 요즈음 읍내를 다녀오면서 문득문득 ‘정치를 하거나 공무원 일을 하는’ 사람이란 무언가 하는 생각이 곧잘 든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나 공무원은 왜 있어야 할까? 이들이 없으면 어떨까?

 

 주민세이든, 보험료이든, 세금이든 왜 내야 할까 궁금하다. 새 고속도로를 왜 내고, 새 기찻길을 왜 내야 할까 궁금하다. 새 물건은 왜 만들어야 하지? 새 자동차는 왜 만들어야 하지? 아이들을 왜 학교에 보내야 하지?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친다는 생각들이지? 대학교는 무엇을 하지? 예술은 뭐고 문화는 뭐지? 문학은 뭐고 스포츠는 뭐지?

 

 밥을 안 먹고 살아갈 사람은 없다. 물을 안 마시며 살아갈 사람은 없다. 바람을 안 들이키며 살아갈 사람은 없다. 밥과 물과 바람이 없다면, 누구라도 죽는다.

 

 가공식품이건 식당에서 사다 먹는 밥이건, 누군가 흙을 일구어야 만들 수 있다. 흙이 없으면 밥이란 없다. 소고기이든 닭고기이든 쌀이든 보리이든 밀이든 배추이든 당근이든, 흙이 있어야 얻는다. 게다가, 이 흙이란 농약과 비료로 찌든 흙이 아니라, 깨끗한 흙이어야 한다. 깨끗한 햇살을 누리고, 깨끗한 물을 마시며, 깨끗한 바람이 흐르는 곳에 있는, 깨끗한 흙이어야 한다.

 

 모든 도시는 쓸데없다고 느낀다. 모든 물질문명은 덧없다고 느낀다. 그러나, 시골은 차츰 사라지고, 도시는 자꾸 커진다. 시골은 나날이 더러워지고, 도시는 날마다 훨씬 지저분해진다. 시골에서 살아갈 사람은 부쩍 줄고, 도시에서 살려는 사람은 어마어마하게 는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나 공무원은 한 사람조차 없어도 된다고 느낀다. 주민등록을 뭐하러 하나. 신분증이 왜 있어야 하나. 경찰은 왜 있어야 하나. 군인은 무얼 하는 사람인가. 모든 정치꾼과 공무원은 그야말로 시골 흙일꾼 등을 후리면서 쇠밥그릇 붙잡는 날라리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정 국회의원이 있어야 하거나 국회의원 일을 하고프다면, 이런 국회의원 몇 사람쯤 둘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국회의원은 마을에 따라 알맞게 두어야 한다. 도시는 워낙 사람이 많으니, 사람 숫자를 따져 더 둘 수 있으리라.

 

 국회의원이 300이든 3000이든 대수롭지 않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이라는 자리에 걸맞게 일을 하자면, 이들은 달삯을 ‘이제껏 받는 달삯과 견주어 ⅛만 받아도 넉넉’하다. 이보다 더 적게 받아도 넉넉하다. 국회의원은 한 달에 100만 원을 받고 일해도 된다. 다만, 국회의원한테는 ‘모든 찻삯을 거저’로 해 주면 된다. 덧붙여, ‘모든 밥값을 거저’로 해 주면 된다. 국회의원은 일해야 하는 사람이니, 찻삯이랑 밥값만큼은 세금으로 대면 된다. 그러나, 밥값은 한 끼니에 1만 원을 넘지 않게 해야지. 그리고, 국회의원은 배우며 일해야 하는 사람이니, ‘책값 또한 거저’로 해 준다. 무슨 책을 사서 읽든, 국회의원은 언제나 모든 책을 거저로 사서 읽도록 해 준다. 국회의원뿐 아니라 누구라도, 다달이 100만 원 일삯을 받으면서 ‘찻삯 밥값 책값’은 거저로 하면 아주 씩씩하고 튼튼하며 슬기로이 일할 수 있으리라 본다. 더없이 마땅하지만, 국회의원한테는 ‘전용 자가용’을 주면 안 된다. 늘 대중교통만 ‘거저’로 타야 한다. 그래, 국회의원한테는 ‘전용 자전거’ 한 대를 빌려줄 수 있으리라. 나중에 국회의원을 그만두면 다음 국회의원한테 물려주는 좋은 자전거 한 대를 빌려줄 수 있으리라.

 

 시골에서는 자전거 없으면 다니기 힘들다. 자전거만 있으면 시골에서 못 갈 곳이 없다.

 

 곧, 국회의원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자전거를 타고 한두 시간쯤 달려서 오갈 수 있는 넓이만 한 데에 한 사람씩 있으면 된다. 도시는 좁은 땅에 사람이 워낙 많으니,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도 들를 곳이 많아, 국회의원이 조금 더 많아야 하리라. (4345.3.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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