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 - 어떻게 낳을까 고민하는 예비 엄마를 위한 임신 출산 포토 에세이
오오노 아키코 지음, 이명주 옮김, 미야자키 마사코 사진 / 브렌즈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누구를 바라보며 찍는 사진입니까
 [찾아 읽는 사진책 57] 미야자키 마사코, 《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브렌즈,2010)

 


 《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브렌즈,2010)은 사진책이라 할 수 있으나, 사진책이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일본 산과의사 오오노 아키코 님이 쓴 글이 바탕이 되니, 여느 글책이라 할 수 있는데, 오오노 아키코 님 글은 이녁이 꾸리는 조산소에서 ‘새로 태어나는 아기와 아기를 낳는 어버이’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미야자키 마사코 님 사진이 어우러지면서 빛을 냅니다.

 

 옆지기랑 두 아이와 살아가는 아버지로서 《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을 찬찬히 읽습니다. 아이를 낳기 앞서 이 책을 만났거나 옆지기하고 살기 앞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면 내 삶이 달라졌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첫째는 2008년 8월에 태어났고 둘째는 2011년 5월에 태어났습니다. 이 책은 2010년에 나왔어도 나는 2012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옆지기랑 한참 살아간 뒤, 두 아이를 낳고 나서야 비로소 이 책을 읽습니다.

 

 산과의사 오오노 아키코 님은 ‘아기와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한테 아픔이나 생채기가 되지 않을 아기낳기’를 꿈꿉니다. 아니, 아픔이나 생채기가 되지 않을 아기낳기가 아닌 ‘기쁨이나 사랑이 될 아기낳기’를 꿈꾸어요.

 

 

 

 

 

 

 

 

 “평평한 분만대에 누워 진통촉진제를 맞았고 간호사가 내 배에 올라타 아이를 밀어냈다. 지금도 생생한 그때의 감정을 말로는 잘 표현할 수가 없다. 경악과 공포, 그리고 이제껏 맛본 적 없는 비애라고나 할까. 아이를 낳았다는 감동 따위는 없었고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뿐이었다(15∼16쪽).” 하는 아픔과 생채기를 받았기에 스스로 조산소를 연 산과의사 오오노 아키코 님입니다. 이와 같은 삶인 오오노 아키코 님 곁에서 아기랑 아기 어버이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미야자키 마사코 님이라면 ‘바라보는 눈길’이 사뭇 다르겠지요. 바라보는 사람을 헤아리는 넋 또한 다르겠지요.

 

 이야기책 《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을 읽는 내내 한 가지만 생각합니다. 아니, 한 가지를 아주 깊이 생각합니다. 미야자키 마사코 님은 누구를 바라보며 찍는 사진입니까, 하고 생각합니다. 오오노 아키코 님은 누구를 바라보며 아기를 받는 사람입니까, 하고 생각합니다. 곧, 나는 어떤 사람들하고 살붙이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사람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 때에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합니다. 옆지기는 앞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갈 때에 사랑스러울까, 하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은 대체 어떤 출산 과정을 거쳐 태어났을까. 그 부모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녀를 키웠을까 … 엄마가 되기로 한 여성이 모성을 키워 가는 데 방해받지 않는 출산이 필요하다(38∼39쪽).” 하는 말마디를 곱씹습니다. 사랑이 아니고서는 아기를 낳을 수 없습니다. 사랑이 아니고서는 아기를 돌보아 씩씩하고 튼튼한 사람으로 보살필 수 없습니다. 곧, 사랑이 아니고서는 사진을 찍지 못합니다. 사랑이 아니고서는 글을 쓰지 못합니다. 사랑이 아니고서는 노래를 부를 수 없고, 그림을 그릴 수 없으며, 영화를 찍을 수 없습니다.

 

 

 

 

 

 

 

 

 사진을 찍는 바탕이랑 오로지 사랑이에요. 사진을 가르치는 사람은 사진쟁이 스스로 사랑을 깨닫도록 이끄는 사람인 셈입니다. 사진을 읽으며 말하는 사람은 사진쟁이가 사진에 담은 사랑이 어떠한 결과 무늬인가 하고 느끼면서 널리 나누려는 사람인 셈이에요.

 

 “출산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귀하게 대접받음으로써 얻는 안도감이 어린 생명을 소중히 보살필 수 있는 힘을 키워 준다 … 이번에 출산한 산과의사가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결국 제왕절개를 선택했다면 나중에 임상에서 직면하게 될 출산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기다림을 선택할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131, 170쪽).” 하는 말마디를 찬찬히 헤아립니다. 겪지 않는대서 모를 수 없다지만, 겪을 때와 겪지 않을 때는 달라요. 머리로만 알 때하고 몸으로 맞아들일 때는 다릅니다. 마음 깊이 사랑을 담아 생각할 때와 머리로 얼핏 생각할 때와는 달라요.

 

 어버이가 아이를 쓰다듬는 손길과 아이가 어버이를 어루만지는 손길을 몸으로 느껴 볼 때하고 머리로 생각할 때에는 사뭇 다를밖에 없습니다. 사랑을 담아 지은 밥을 내 손으로 떠서 먹을 때, 사랑을 담아 지은 밥을 어버이나 아이 손으로 받아 먹을 때, 사랑을 담아 지은 밥을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할 때, 사랑을 담아 지은 밥을 먹은 기운으로 하루를 씩씩하게 살아갈 때, 이러한 삶을 스스로 겪지 않고 머리로 생각해서만 느낄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꿈속 이야기 아닌 살아가는 이야기인 사랑입니다. 머나먼 데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닌 바로 내 곁에서 이루어지는 일인 사랑입니다. 이리하여, 사진찍기는 내가 어디에 서서 누구를 바라보며 어떠한 넋으로 무슨 이야기를 이루고 싶은가 하는 마음을 담는 일이 됩니다.

 

 “그런 특별한 명칭이나 이치를 공부했다고 해서 엄마가 아기를 안는 것은 아니다. 태어난 아기를 엄마가 가슴에 안는 것은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 사랑 없이 자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사랑을 받았습니다(181, 275쪽).” 하는 말을 되새깁니다. 글을 쓴 오오노 아키코 님 말로 그치지는 않겠지요. 이 책에 사진을 담은 미야자키 마사코 님 ‘사진 찍는 손길’로 고스란히 이어지겠지요.

 

 “분유 성분이 꾸준히 개량되어 모유에 가까워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분유를 개량하는 목표가 모유와 같아지기 위해서인 이상, 모유보다 좋을 수는 없다(241쪽).” 하는 이야기는 아기를 낳아 함께 살아가는 길에서만 나누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진을 왜 찍을까요. 사진은 나한테 어떻게 스며들까요. ‘더 나은’ 사진이란 있을까요. ‘좋은’ 사진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나요.

 

 

 

 

 산과의사 오오노 아키코 님은 아기를 함께 낳는 시인입니다. 산과의사이면서 시인이기 때문에 “임신 기간이 8개월 정도 되니 자연히 계절이 바뀝니다. 그렇게 매일 걷다 보면 어제는 피지 않았던 꽃이 피고, 바람 냄새가 달라지고, 하늘 색도 변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자동차로 다니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것, 자전거를 타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들을 보게 됩니다(260쪽).” 하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기 낳는 사람들 곁에서 사진을 찍어 《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을 함께 빚은 미야자키 마사코 님 또한 사진쟁이이면서 시인입니다. 시인이기 때문에 이렇게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문득 오늘 이 나라 삶을 돌아보면, 이야기책 《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에 실린 사진은 너무 슬프면서 부럽고 아픕니다. 한국에서는 아기를 낳는 곁에 아버지가 있도록 하는 병원을 찾아보기 몹시 힘들거든요. 한국에서는 아기를 낳는 곁에 있는 아버지나 살붙이가 사진기를 들고 ‘놀랍고 아름다우며 고맙고 사랑스러운 빛줄기’를 사진으로 갈무리하는 꿈을 이끌도록 따순 손길을 펼치는 산과의사를 만나기 아주 힘들거든요. 아니, 사진찍기에 앞서 아버지가 어머니 손을 따사로이 쥐며 아기를 만나도록 돕는 산과의사는 어디에 몇이나 있을까요. 어머니 둘레에 어머니를 보살필 사람들이 지켜보면서 힘을 북돋운다면, 한국땅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는 어떤 몸짓 매무새 눈길 손길 마음자락이 되어 새 아기를 받으려 할까요.

 

 한국에서도 ‘아기를 맞이합니다’ 하는 이야기로 사진 실타래를 솔솔 풀 사진쟁이 한 사람 있을까 궁금합니다. 아예 없지 않겠지요. 어디에선가 구슬땀을 흘리겠지요. 어느 곳에선가 눈물과 웃음을 함께 지으면서 빛나는 사진삶 이루겠지요. (4345.2.8.물.ㅎㄲㅅㄱ)


― 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 (미야자키 마사코 사진,오오노 아키코 글,이명주 옮김,브렌즈 펴냄,2010.12.25./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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