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우의 오두막 - 어린이를 위한 <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스티븐 슈너 엮음, 피터 피오레 그림, 김철호 옮김 / 달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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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어떤 삶을 꿈꾸어야 즐거울까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35] 피터 피오레·스티븐 슈너, 《소로우의 오두막》(달리,2003)

 


 깊은 새벽, 둘째 아이가 끅끅 소리내며 잠들지 못합니다. 아이 어머니가 따순 물을 주라 하는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끓입니다. 물잔에 따순 물을 담습니다. 숟가락 하나 물잔에 넣고 방으로 들어옵니다. 밤새 젖만 물려 하는 아기한테 물을 먹입니다. 예닐곱 숟가락쯤 물을 떠먹은 아기는 고개를 요리조리 홱 돌립니다.

 

 다시 잠들려나, 새벽에 놀자고 하려나. 아이 어머니가 너무 힘듭니다. 아이 옷을 입힙니다. 품에 안고 어릅니다. 등에 업고 포대기를 두릅니다. 오줌기저귀는 대야에 담급니다. 살짝 마당으로 나옵니다. 고요하고 어두운 마을을 휘 둘러봅니다. 밤바람이 엊그제처럼 차갑지 않습니다. 아이한테 이렇게 고요하고 깜깜한 밤에 다들 코 자고, 너도 코 자야지, 하고 이야기합니다.

 

 방으로 들어옵니다. 포대기를 끌릅니다. 선 채 아이를 안고 아주 나즈막한 목소리로 자장노래를 부릅니다. 아이가 머리를 내 왼쪽어깨에 기대는 무게가 조금 무겁구나 싶을 무렵 자리에 앉습니다. 아이가 내 가슴에 댄 손에 힘이 스르르 풀려 밑으로 톡 처질 무렵 자장노래를 그칩니다. 포대기를 갭니다. 갠 포대기는 베개로 삼아 내 왼허벅지에 받혀 아기를 눕힙니다. 작은 이불을 덮습니다. 눈에는 얇고 작은 손닦개를 덮습니다.

 

 자리에 눕혀도 될 듯하지만, 자리에 눕히면 또 어머니만 찾겠다 싶어, 내 무릎에 누여 새벽을 보낼까 생각합니다.


.. 3월이 끝나갈 무럽, 나는 도끼 한 자루를 빌려서 월든 호숫가 숲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집 짓는 데 쓸 키 큰 소나무들을 찍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일을 한 곳은 아늑한 언덕바지였습니다. 소나무 숲이 언덕을 덮고 있었고 그 숲 사이로 호수가 내려다보였습니다 ..  (4쪽)

 


 피터 피오레 님이 그림을 담고, 스티븐 슈너 님이 엮은 그림책 《소로우의 오두막》(달리,2003)을 읽습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님이 미국 월든 못가에 오두막 한 채 지어 조용히 살아가던 나날을 톺아보는 이야기 담는 그림책입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소로우 님 삶을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위인전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림책 엮음새를 곰곰이 살피면, 이 그림책은 말 그대로 그림책이지 위인전이 아니구나 싶어요. 아이들한테 그림책을 읽힐 어른들부터 찬찬히 돌아보면서 ‘오늘 내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생각하자고 이끈다고 느껴요.


.. 나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서둘러 괭이질을 끝내고 굴뚝을 올렸습니다. 그때까지는 매일 이른 아침 집 밖 맨땅에 불을 지펴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  (11쪽)


 소로우 님은 도끼 한 자루를 빌려 집을 지었다고 합니다. 스스로 나무를 벱니다. 벤 나무는 스스로 손질합니다. 빈 오두막 하나를 사들여, 새 오두막 지을 때에 쓸 널판을 얻었다고 합니다. 널판은 손수 못을 빼고 다듬었다고 합니다.

 

 소로우 님은 누구한테서 집짓기를 배웠을까요. 누가 소로우 님한테 집짓기를 가르쳤을까요. 소로우 님네 어버이가 집짓기를 가르쳤을까요. 어린 소로우 님이 당신 어버이한테서 집짓기를 배웠을까요.

 

 지난날 미국에서나 오늘날 한국에서나 집은 돈을 치러 장만할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돈이 있으면 내 마음에 들 만한 집을 골라 얼마든지 얻을 수 있습니다. 아마 거의 모든 어버이는 거의 모든 아이들한테 집을 손수 짓는 길을 보여주는 삶이 아니라, 집을 돈으로 마련해서 몸뚱이만 깃들이는 길을 보여주는 삶이 아니겠느냐 싶어요.

 

 나부터 생각합니다. 나부터 내 어버이한테서 집짓기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나부터 내 아이한테 집짓기를 가르치자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집짓기를 배우자면 내가 내 삶과 꿈과 넋에 걸맞게 지낼 집이 어떠해야 좋은가를 곰곰이 그려야 합니다. 내 집을 어떻게 마련하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엮고, 이 꿈과 이야기에 따라 집을 지을 나무와 흙과 돌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를 살핍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날씨가 어떠한 곳에서 살고픈가를 살핍니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겠느냐 하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을 보금자리에서는 누구하고 어떻게 살림을 꾸리고 싶은가를 생각합니다.

 


.. 소나무와 덩굴옻나무에 둘러싸여 홀로 고요히 앉아 있으면, 새들이 가까이서 지저귀거나 소리 없이 집 안을 지나 날아갔습니다 ..  (16쪽)


 밑그림을 그리면 이제 몸을 움직입니다. 내 몸을 내 뜻대로 움직이며 땀을 흘립니다. 마땅하고 좋은 자리를 스스로 찾아내어 기쁘게 일합니다.

 

 그래요. 어버이부터 집을 지어야 아이들이 집을 짓겠지요. 어버이부터 집을 짓자고 꿈을 꾸어야 아이들도 집을 짓는 꿈을 꾸겠지요. 어버이부터 내 삶을 어떻게 사랑하며 아끼고 싶은가를 꿈꾸어야 아이들도 아이들 삶을 어떻게 사랑하며 아끼면 즐거운가 하고 꿈을 꾸겠지요.

 

 어버이 스스로 꿈을 꾸지 않을 때에는 아이들이 꿈을 꾸기 어렵습니다. 어버이는 꿈을 꾸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꿈을 꿀는지 모르나, 어버이부터 꿈을 꾸지 않을 때에는 아이들이 홀가분하게 꿈을 꾸는 길을 가로막거나 헤살을 놓기 마련이에요.

 


.. 달빛 쏟아지는 밤에 여우들이 꿩이나 다른 먹잇감을 찾아 얼어붙은 눈밭 위를 돌아다니며 들개처럼 짖어대는 소리가 들릴 때도 있었습니다. 새벽이면 붉은다람쥐가 지붕 위를 뛰어다니고 벽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나를 잠에서 깨웠습니다 ..  (26쪽)


 소로우 님은 꿈을 꾸는 사람이었기에 도끼 한 자루를 빌렸습니다. 소로우 님은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나무를 베고 집을 지었습니다. 소로우 님은 넋을 아름다이 돌보는 사람이었기에 숲과 들과 짐승들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하루하루 즐거이 누렸습니다.

 

 《소로우의 오두막》을 덮다가 문득 《감자를 먹으며》라는 그림책이 떠오릅니다. 한국땅 이오덕 님이 살아온 나날을 되새기는 그림책입니다. 이쪽 사람은 집을 짓고 저쪽 사람은 감자를 먹는다, 그러면 나는 내 보금자리에서 내 살붙이들하고 무엇을 누리면서 무슨 이야기씨앗 심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즐거울까. 나는 두 아이 어버이요 한 사람 옆지기로서 어떤 삶을 꿈꾸어야 즐거울까. 내 길을 어떻게 갈무리해서 어떤 발걸음을 내딛어야 즐거울까. (4345.2.4.흙.ㅎㄲㅅㄱ)


― 소로우의 오두막 (피터 피오레 그림,스티븐 슈너 엮음,헨리 데이빗 소로우 글,김철호 옮김,달리 펴냄,2003.5.30./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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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2-04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를 위한 월든이군요. 근데 이것, 찾아보니 알라딘에선 품절이네요.ㅋㅋ

소로우의 글을 보면 우리가 뭔가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엉뚱한? 것을 추구하며 산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림이 아주 아름답네요. 된장님에게 아주 어울리는 책인 듯해요. ㅋ

숲노래 2012-02-04 13:50   좋아요 0 | URL
네, 품절이라서
저도 헌책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겨우 샀어요 ㅠ.ㅜ

그림결이 살짝 틀에 박힐 듯 말 듯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이만큼 되어도 서양 그림결에서는
좀 나은 편이라고 느껴요.

한결 보드라이,
조금 더 따사로이,
그러니까,
소로우라는 사람이 즐거이 살았던 나날을 헤아리며
더 나즈막하게 그림을 그렸으면
얼마나 좋았으랴 싶기도 하지만,
퍽 괜찮다고는 느껴요.

다만... 어느 책을 읽든
소로우 님 글 번역 가운데
제 마음에 드는 번역은 아직 없어요... 이궁 @.@

진주 2012-02-04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감자를 먹으며'를 굉장히 아껴요. 제가 말을 안 해서 된장 님은 모르시겠지만 저랑 된장님의 공통분모 중 하나가 이오덕 선생님이예요. 선생님께 직접 사사받은 적은 없지만 저는 이오덕 선생님께 글짓기 공부를 배웠다고 여기거든요. '글은 참되어야 하느니라.'^^;

숲노래 2012-02-05 02:16   좋아요 0 | URL
오오... 그렇군요~

저 또한 이오덕 선생님한테서 따로 배운 적 없어요 ^^
그저 글과 책으로만 만났을 뿐이랍니다.

즐거이 살아가고 참다이 길을 걸어가면
누구나 똑같이 아름다운 사랑을 만나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