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28) 회오의 1 : 회오의 눈물

 

 

.. 어떤 이는 그를 한때의 격랑일 뿐이라 하며 / 또 어떤 이는 회오의 눈물 / 굴절과 비통의 소용돌이라고도 하겠지만 ..  《송경동-꿀잠》(삶이보이는창,2006) 126쪽

 

 ‘격랑(激浪)’은 “거센 물결”을 뜻합니다. 이 자리에서는 “소용돌이”로 손볼 수 있으나, 뒤에 소용돌이라는 낱말이 나오니, 앞말과 묶어 “한때 이는 거센 물결”이나 “한때 휘몰아치는 물결”이나 “한때 이는 물결”이나 “한때 부는 바람”처럼 손질할 수 있어요. “굴절(屈折)과 비통(悲痛)의 소용돌이”는 “꺾이고 슬픈 소용돌이”로 다듬어 봅니다.

 

 그런데, 이 보기글은 싯말입니다. 여느 글이 아닌 싯말이기에 이렇게 다듬자고 해도 좋을까 궁금합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싯말이든 소설말이든 똑같이 말이에요. 입으로 하는 말이든 손으로 쓰는 글이든 모두 한국말입니다. 한국말이라는 테두리에서, 어떻게 적거나 읊을 때에 한결 살가우면서 사랑스러울까를 생각하고 싶습니다.

 

 회오(悔悟) : 잘못을 뉘우치고 깨달음.
   -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 회오의 눈물을 흘렸다 /
     반성문은 절절한 회오로 가득 차 있었다

 

 회오의 눈물
→ 뉘우치는 눈물
→ 뉘우치며 흘리는 눈물
→ 고개 떨군 눈물
 …

 

 꼭 싯말이기 때문은 아니나, 이 싯말을 읽으며 다른 말마디는 그럭저럭 읽고 지나가다가, ‘회오’라는 대목에서 걸립니다. 다른 말마디를 그대로 둔다 하더라도 ‘회오’라는 말마디는 참말 아니지 않느냐고, 이러한 말마디를 반드시 써야 하느냐고, 하는 생각이 자꾸자꾸 납니다.

 

 국어사전에서 한국말 ‘뉘우치다’를 찾아보면, “스스로 제 잘못을 깨닫고 마음속으로 가책을 느끼다”로 풀이합니다. 국어사전에서 한자말 ‘회오’를 찾아보면 말풀이가 겹말입니다. 아마, 한자말 ‘회오’만 국어사전에서 찾아본다면, 이 한자말 풀이가 겹말인 줄 알아채지 못하리라 봅니다. 한국말 ‘뉘우치다’를 함께 찾아볼 뿐 아니라, 한자말 ‘회오’가 딱히 남다르다 싶은 낱말이 아닌 줄 생각할 때에 비로소 이 얄궂은 말풀이와 말씀씀이를 깨닫습니다.

 

 회오의 눈물을 흘렸다
→ 뉘우치며 눈물을 흘렸다
→ 뉘우치는 눈물을 흘렸다
 …
 절절한 회오로 가득 차 있었다
→ 애타는 뉘우침으로 가득 찼다
→ 애끓는 뉘우침으로 가득 찼다
→ 눈물겨운 뉘우침으로 가득 찼다
 …

 

 보기글에서 밝히는 “뉘우치는 눈물”은 여러모로 돌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말뜻 그대로 뉘우치는 눈물입니다. 다음으로, 슬프다고 여기는 눈물입니다. 다음으로, 부끄러이 여기는 눈물이며, 안타까이 여기는 눈물이거나, 안쓰러이 여기는 눈물입니다. 스스로 꾸짖는 눈물이나, 스스로 나무라는 눈물일 수 있어요. 나를 채찍질하는 눈물이 되거나, 나를 다그치는 눈물이 되기도 할 테지요.

 

 잘못을 깨닫는다 할 때에는, 뉘우칠 수 있고 슬프게 여길 수 있으며 못마땅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는 참 바보였구나 하고 여긴다거나, 나는 꽤 멍청했구나 하고 여길 수 있어요.

 

 어떤 빛, 어떤 느낌, 어떤 이야기, 어떤 결인가를 찬찬히 살펴봅니다. 어떤 말, 어떤 글일 때에 내 넋을 환하게 밝힐 만한가 곰곰이 따집니다. (4345.1.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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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2-01-31 18:37   좋아요 0 | URL
버릇처럼 쓰는 말투를 손질하거나 고치기란
참 힘들어요.

생각을 깊이 기울여야
차근차근 하나씩 가다듬을 수 있어요.

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