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운 상말
 600 : 동병상련

 

.. 데어의 글에 웃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실은 동병상련의 웃음이랄까 ..  《폴 콜린스/홍한별 옮김-식스펜스 하우스》(양철북,2011) 83쪽

 

 “데어의 글에”는 “데어가 쓴 글에”나 “데어가 남긴 글에”나 “데어가 책에 적은 글에”로 손질합니다. ‘하지만’은 ‘그러나’나 ‘그렇지만’으로 손보고, ‘실(實)은’은 ‘따지고 보면’이나 ‘알고 보면’이나 ‘가만히 보면’으로 손봅니다.

 

 동병상련(同病相憐) : 같은 병을 앓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긴다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김을 이르는 말. 《오월춘추》의
   〈합려내전(闔閭內傳)〉에 나온다
   - 그들은 전쟁터에서 동병상련한 사이다 /
     그 당시엔 그와 동병상련할 처지가 아니었다

 

 동병상련의 웃음이랄까
→ 나 또한 아팠기에 짓는 웃음이랄까
→ 아픈 마음에 짓는 웃음이랄까
→ 쓰겁게 짓는 웃음이랄까
→ 쓴웃음이랄까
→ 아픈웃음이랄까
 …

 

 중국 옛글에 나온다고 하는 ‘동병상련’입니다. 곧, 이 말마디 ‘동병상련’은 한국말 아닌 중국말입니다. 예부터 중국과 한국이 가까웠으며, 중국 문화가 한국 문화에 크게 그늘을 드리웠대서 이러한 중국말이 한국말 곳곳에 스며들었다 할 테지만, 한국사람은 한국땅에서 한국말로 넋과 얼을 빛내야 알맞아요. 한국사람이 굳이 일본말이나 미국말이나 독일말을 써야 하지 않듯, 애써 중국말을 써야 하지 않아요. 중국 옛책에 나온다는 말을 부러 외우거나 널리 쓸 까닭이 없어요.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새말을 빚을 때에 아름답습니다. 이를테면, “같은 병을 앓는(同病)” 사람이 “서로 가여이 여긴다(相憐)”는 뜻이라 한다면, “함께 + 앓이”처럼 새말을 빚을 만해요. 내 이웃 아픔을 내가 함께 앓으면서 아픔을 달랜다는 뜻이 돼요. “슬퍼하는 내 오랜 동무하고 함께앓이를 했다”처럼 쓸 수 있어요.

 

 곰곰이 생각하면 ‘어깨동무’라는 낱말에 새로운 뜻을 넣을 수 있습니다. 이 나라 국어사전은 아직까지 ‘어깨동무’라는 낱말뜻으로 “(1) 상대편의 어깨에 서로 팔을 얹어 끼고 나란히 섬 (2) 나이나 키가 비슷한 동무” 두 가지만 싣지만, 사람들은 ‘어깨동무’라는 낱말을 “서로 돕는다”는 자리에서 쓰곤 해요. 그러니까, “어깨동무 (3) 서로 돕는 일”이 되어야 하고, “어깨동무 (4) 아픔을 서로 달래는 일”처럼 될 수 있어요.

 

 전쟁터에서 동병상련한 사이
→ 전쟁터에서 서로를 달래며 살아남은 사이
→ 전쟁터에서 함께 어려움을 이겨낸 사이
 …

 

 “싸움터에서 서로를 달랜” 사이를 가리킬 때에도 “싸움터에서 어깨동무한” 사이라 적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뜻과 느낌으로 살린다면, “싸움터에서 서로 어깨를 기댄” 사이라 적어도 돼요. “어깨를 맞댄”이라든지 “어깨를 겯은”이라든지 “어깨를 토닥인”처럼 적을 수 있어요.

 

 이 자리에서는 “함께 아파한”을 넣어도 되고, “함께 눈물웃음 쏟은”을 넣을 수 있으며, “함께 웃고 함께 운”을 넣을 만해요. 하나하나 생각을 기울이면 말문과 말씨와 말길을 차근차근 열 수 있어요.

 

 그와 동병상련할 처지가 아니었다
→ 그와 함께 아파할 처지가 아니었다
→ 그와 같이 아파할 때가 아니었다
 …

 

 “그와 함께 울 겨를이 아니었다”처럼 적어도 어울립니다. 함께 운다고 하는 일은 서로 겪어야 하는 아픔을 서로 달랜다는 뜻이거든요. 함께 아파하기, 함께 울기, 함께 부둥켜안기, 함께 얼싸안기, 이렇게 뜻과 느낌을 곰곰이 헤아립니다. 서로서로 즐거이 나눌 말을 찬찬히 톺아봅니다.

 

 온 마음 기울여 사랑할 말을 찾습니다. 온 넋 담아 아낄 말을 살핍니다. 온 꿈 실어 주고받을 말을 가다듬습니다. (4345.1.2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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