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와도 빨래널기

 


 충청북도 멧골집에서 겨울을 나던 때가 떠오르지 않는다. 빨래가 꽁꽁 얼어붙더라도 해가 마당으로 따숩게 비칠 때에 내다 널었던가. 날마다 빨래를 여러 차례 하면서 늘 오늘 빨래만 돌아보거나 살필 수 있지 않느냐 싶다. 그래도 인천 골목동네에서는 여러 해 살았기 때문인지, 바깥마당에 내다 널던 빨래는 그럭저럭 떠오른다. 워낙 해가 잘 드는 집에서 살았으니 빨래널기는 걱정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내가 살림집 될 보금자리를 고를 때에는, 첫째로 해가 얼마나 잘 드는가이다. 무엇보다 해가 잘 들어야 한다. 다음으로 빨래할 자리가 넉넉해야 한다. 한쪽에서 아이가 씻고 한쪽에서 아버지가 빨래할 만해야 한다. 부엌을 넓게 쓰면서 부엌 한켠에서 식구들 앉아 밥을 먹도록 한갓져야 하는 줄은 옆지기랑 함께 살고부터 배웠다. 혼자서 오래 살다 보니 부엌 넓게 쓰기는 그닥 안 헤아리곤 했다.

 

 고흥에도 눈이 내려 쌓이기도 하는구나 하고 처음으로 느낀 엊그제, 눈이 쌓이든 말든 빨래는 해서 해바라기를 시키려고 생각한다. 다 마친 빨래를 바가지에 담아 마당으로 나온다. 아이가 곁에서 거드는 척하다가 눈놀이를 한다. 하나하나 빨래줄에 넌다. 아이들 옷가지가 후박나무 빨래줄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시름이 다 가신다. 그나저나, 빨래를 널기 무섭게 바람이 되게 매몰차게 분다. 이러다 기저귀 다 찢어질라. 하도 되게 부는 바람이라 해가 나도 기저귀 빨래는 금세 얼어붙는다. 겨울이 춥디추운 데에서 살던 북녘땅 옛사람은 아이들 기저귀 겨울 빨래를 어떻게 했을까. (4345.1.6.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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