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26) -의 : 어린이들의 마음

 

.. 어린이들과 같이 살아가면서도 어린이들의 마음을 잘 몰라, 들은 대로 보이는 대로 어린이 여러분들과 이웃사람들의 삶을 받아쓰기 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썼습니다 ..  《김은영-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창비,2001) 5쪽

 

 “정성(精誠)을 다하여”는 그대로 둘 수 있을 테지만, “온힘을 다하여”나 “온 사랑을 다하여”로 손보면 한결 나아요. 앞뒷말과 묶어 “받아쓰기 하듯 온마음을 다하여 썼습니다”처럼 손볼 수 있어요.

 

 어린이들의 마음을 잘 몰라
→ 어린이들 마음을 잘 몰라
→ 어린이들이 어떤 마음인지를 잘 몰라
→ 어린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를 잘 몰라
 …

 

 나는 내 마음입니다. 내 어버이는 내 어버이 마음입니다. 논자락 볏포기는 볏포기 마음입니다. 파란 빛깔 맑은 하늘은 하늘 마음입니다.

 

 잇달아 나오는 “이웃사람들의 삶”에서도 이와 마찬가지예요. “이웃사람들 삶”입니다. “이웃사람들이 지내는 삶”이나 “이웃사람들이 일구는 삶”이거나 “이웃사람들이 여미는 삶”이나 “이웃사람들한테서 느끼는 삶”이에요.

 

 토씨 ‘-의’는 한국말을 북돋우지 않아요. 토씨 ‘-의’를 써 버릇하면 내 넋과 뜻과 사랑을 고이 싣지 못해요. 토씨 ‘-의’에 얽매이면 정작 무슨 이야기를 나누려 했는가를 잊거나 잃어요. 흐리멍덩한 글이 되고 흐릿한 말이 되고 말아요.

 

 그렇지만 어딘가 쓸모가 있을 토씨 ‘-의’라 할 테지요. 어쩌면 아무 데도 쓰일 일이 없거나 앞뒷말을 엮어 한 낱말로 삼을 때에 이음돌 구실을 하는지 모르지요.

 

 이곳저곳 함부로 쓸 ‘-의’는 아니에요. 써야 한다면 참말 알맞고 올바르게 써야 할 ‘-의’예요. 다른 토씨도 그래요. ‘-를/-을’을 아무 데나 넣지 않습니다. ‘-이/-가/-는’을 아무렇게나 붙이지 않아요. ‘마찬가지’라는 낱말은 “이와 마찬가지예요”처럼 적바림해야 올바르지, “마찬가지로 말하자면”처럼 외따로 쓸 수 없어요.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른들은 아이들이 바로 오늘 이곳에서 쓸 한국말부터 앞으로 저희끼리 쓸 한국글이 옳고 바르며 착하고 참답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어른들부터 옳고 바르게 말을 하고 착하고 참답게 글을 써야 합니다.

 

 좋은 넋으로 좋은 삶을 북돋아야지요. 좋은 얼로 좋은 말을 빚어야지요. 토씨 하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내동댕이치지 않기를 빌어요. 토씨 하나 마구 굴리면서 내 말과 우리 겨레 글과 아이들 말빛을 주눅들게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4344.12.2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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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12-25 07:24   좋아요 0 | URL
`의`를 쓰지 않아야 좋다는 것은 알았는데 그렇게 실천이 잘 안되더라고요.
어느 경우에 빼야할지 자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예로 들어주신 김은영 시인의 인용구를 보니 `어린이들의 마음`의 `의`를 빼도 전혀 이상하지 않네요. 또 배우고 가요.

숲노래 2011-12-25 13:44   좋아요 0 | URL
누구나 차근차근 생각하면
알맞으면서 사랑스레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길을
즐거이 열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