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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소리 2
우사미 마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앞으로 듬뿍 사랑받을 테니까
[만화책 즐겨읽기 95] 마키 우사미, 《사랑 소리 (2)》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둘째 아이가 낑낑대는 소리에 어머니나 아버지가 함께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나날입니다. 돌이켜보면, 첫째 아이가 갓 태어나 함께 살아가던 첫무렵에도 두 어버이는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습니다. 밤에 기저귀에 쉬를 하면 그때그때 기저귀를 갈아야 했거든요. 더구나, 첫째는 갓난쟁이였던 때에 얼마나 잠투성이 대단했는지, 아이 어머니가 한두 시간 노래를 부르며 다독여도 도무지 잠들려 하지 않았어요. 두 어버이가 갈마들며 업고 한두 시간을 달래도 자리에 눕히면 또 왁왁 울어대면서 고달팠습니다.
첫째 아이랑 한 해를 넘기고 두 해를 접어들면서 비로소 밤에 잠투정이 조금씩 가십니다. 그러나, 잠자리에 드는 때마다 쉬가 마렵다느니 물을 마시고 싶다느니 하면서 자꾸 잠자리에서 일으킵니다.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도 한두 시간은 가벼이 종알종알거리면서 두서너 차례 쉬를 누겠다며 다시 일어나고, 물을 마시겠다며 두세 차례 다시 일어나게 했어요. 이러다가, 첫째 아이가 밤오줌을 말끔히 가릴 수 있던 때부터 비로소 밤잠을 느긋하게 잘 수 있습니다. 2008년 8월에 태어난 아이가 2011년 3월에 밤오줌을 가렸으니, 서른두 달째에 바야흐로 ‘두 다리 쭉 뻗고 자기’를 이룬 셈이에요. 그래도, 아이가 밤에 쉬 마렵다고 하면 깨어나서 쉬를 누여야 했지만, 이렇게 한 번 깨서 아이한테 쉬를 누이는 일은 하나도 고단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쉬를 누게 한 다음 나도 시골마을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쉬를 누면 되니까요.
- ‘이제 곧 밤이 찾아온다. 아빠, 걱정하고 계시겠지? 바람이 차가워. 돌아가야 한다는 건 알아. 하지만 가고 싶지 않아. 갈 수 없어. 계속 곁에 있고 싶어. 안 갈 거야.’ (5∼6쪽)
- “이 녀석(다친 길고양이)은 내가 데려갈게.” “어?” “이 녀석이 어떻게 살아갈지 지켜보고 싶어. 나도 사랑을 해 보고 싶어졌거든.” (34∼35쪽)
느긋한 밤잠을 누리던 2011년 3월부터 5월까지 얼마나 한갓졌는지 몰라요. 이제 우리 아이 다 컸구나, 이제 우리 아이 씩씩하구나, 이제 우리 아이 야무지구나, 노래노래 하며 지내는데, 2011년 5월에 둘째가 태어나고부터 싹 바뀌어요. 다시금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되고, 새삼스레 첫째 또한 둘째랑 갈마들며 두 어버이가 잠을 못 자게 깨웁니다.
둘째는 오늘도 어김없이 밤잠을 못 이루도록 깨웁니다. 그러나, 갓난쟁이일 때에 어버이 손길을 더 타고프다는 부름말인지 몰라요. 무언가 갑갑하거나 어딘가 답답하니까 낑낑대면서 제발 나(갓난아기)를 도와주라고 부르는 소리인지 몰라요.
둘째 오줌기저귀를 한 차례 가는데, 이내 또 깨어서 칭얼거립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기저귀를 갈고 곧바로 다시 오줌을 누었어요. 오줌을 두 차례 푸지게 누고는 낑낑거리는군요.
깊은 새벽 쉬를 두 차례 잇달아 누며 깬 둘째는 눈이 말똥말똥합니다. 이 깜깜한 밤에 안 자며 놀겠다고?
부시럭거리며 시끄러우니 첫째 아이까지 잠을 깹니다. 쉬를 눈다며 일어났다가 둘째처럼 눈이 말똥말똥합니다. 깊은 새벽에 조용히 일어나 글쓰기를 하는 아버지 무릎에 앉아 아무 일을 못하게 하더니, 슬슬 잠이 들 듯해 살며시 안아들며 자리에 눕혔더니, 자리에 눕자마자 번쩍 눈을 뜨면서 노래노래 부릅니다. “엄마, 밖이 깜깜해.” 하고 말하는 녀석이 잠을 잘 생각은 안 하면서 노래를 부르다니. 산토끼 토끼야 노래를 부르다가는, “엄마 짝은 토끼 귀여워, 해 줘. 엄마엄마 나 좀 짝은 토끼 귀여워, 해 줘.”라는 말을 자꾸자꾸 되풀이합니다.
- “이치고, 소용없어. 너도 들었잖아. 사람 안 따른단 얘기.” “그치만, 이대로 두면.” “버림받은 시점에서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아.” “것 봐. 사랑받지 못한 놈은 원래 그런 거야.” “그렇지 않아! 아직 살아 있어. 괜찮아, 나비야. 이제부터 사랑받으면 돼. 넌 앞으로 듬뿍 사랑받을 거야.” (15∼18쪽)
이 아이들은 앞으로 열 살이 되고 스무 살이 되며 서른 살이 될 무렵, 저희가 한 살이던 나날과 두 살이던 나날과 세 살 네 살이던 나날을 얼마나 떠올릴 수 있을까요. 몸과 마음 깊숙한 데에는 아로새겨지려나요.
생각해 보면, 나한테도 내 한 살 적과 두 살 적과 세 살 적과 네 살 적이 몸과 마음 어딘가에 깊숙히 아로새겨졌겠지요. 나는 좀처럼 그무렵 일을 떠올리지 못하나, 내 몸과 마음 어느 곳에는 내 어린 나날 이야기가 깊이 새겨졌겠지요.
내 갓난쟁이 적은 어떠했을까요. 내 한 살 적과 두 살 때는 어떤 나날이었을까요. 나는 내 어버이한테서 어떤 사랑을 어떻게 받았을까요. 내 어린 날, 나 또한 내 아이들처럼 밤에 내 어버이를 잠 못 들게 하면서 들볶았을까요. 내 어린 날, 칭얼칭얼 낑낑대었을 나는 내 어버이한테 어떤 아이로 자리매겼을까요. 잠이 들지 못하면서 꽁꽁거리는 나를 내 어버이는 어떻게 달래면서 재웠을까요. 내 어버이는 두 아이를 키우고 돌보는 나날을 어떤 사랑과 꿈과 믿음으로 보냈을까요.
- (학교에) ‘일요일 같은 건 없어도 되는데. 빨리, 빨리 보고 싶다.’ (71쪽)
- ‘평소랑 똑같은 교실. 늘 똑같은 수업시간. 그런데 이 모든 게 만화경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 같아. 너와 같은 마음이 되었기 때문에.’ (83∼84쪽)
마키 우사미 님 《사랑 소리》(대원씨아이,2009) 2권을 읽습니다. 아주 어린 나날 사랑받지 못한 생채기를 푸름이 나이까지 짊어지는 ‘몸과 얼굴은 젊고 싱그러우나 마음과 꿈은 갈기갈기 찢기거나 조각조각 너덜거리는’ 아이를 바라봅니다. 나는, 두 아이와 살아가는 어버이인 나는, 이 아이들한테 사랑을 물려줄 수 있고 생채기를 남길 수 있습니다. 어버이인 내가 오늘 하루 어찌 살아가느냐에 따라, 우리 집 두 아이는 제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물려받을 수 있고, 미움이나 생채기만 가득 남을 수 있습니다.
사랑을 물려받았기에 사랑을 물려줄 수 있어요. 사랑을 물려받지 못했으나 사랑을 물려주려고 힘쓸 수 있어요.
아니, 생채기가 잔뜩 남았다지만, 생채기를 남기던 어버이 또한 생채기 아닌 사랑을 나누고 싶었을 텐데, 어버이로 살아가는 마음자리와 꿈자리와 사랑자리를 제대로 모르던 설익은 나이여서, 그만 당신 아이한테 생채기를 남기고는 오래도록 가슴앓이를 할 수 있어요.
- “우리가 서로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니까.” (112쪽)
- ‘코우키도 나랑 똑같구나. 어떤 고백보다도 더 잘 전해져. 네 마음의 소리.’ (150∼151쪽)
어버이는 누구나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줍니다. 서툰 사랑이든 어설픈 사랑이든 예쁘게 물려줍니다. 어버이는 누구나 아이한테 꿈을 물려줍니다. 어줍잖은 꿈이든 어리숙한 꿈이든 달콤하게 물려줍니다. 어버이는 누구나 아이한테 이야기를 물려줍니다. 마무리짓지 못한 이야기이든 뚱딴지 같은 이야기이든 고스란히 물려줍니다.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았으면, 앞으로 사랑을 듬뿍 나누며 살아가면 됩니다. 사랑을 거의 못 받았다 싶으면, 이제부터 내가 내 아이들한테 사랑을 듬뿍 나누며 살아가면 됩니다.
내가 받은 만큼 물려주는 사랑이 아니에요. 내 가슴으로 키우는 사랑을 송두리째 물려주어요. 내가 얻거나 누린 만큼 물려주는 사랑일 수 없어요. 내가 아끼며 좋아하는 사랑을 스스럼없이 몽땅 물려줍니다.
이제부터 사랑합니다. 오늘부터 사랑합니다. 어제까지 사랑하지 못했어도 괜찮아요. 그제까지 사랑을 잊은 채 지냈어도 괜찮아요. 오늘부터 사랑하는 삶이면 돼요. 이제부터 사랑을 꿈꾸는 나날이면 즐거워요. 사람은 누구나 사랑이라 하는 마음밥을 먹어야 새로 힘을 내며 아름다이 어깨동무할 수 있어요. (4344.12.24.흙.ㅎㄲㅅㄱ)
― 사랑 소리 2 (마키 우사미 글·그림,서수진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09.4.15./4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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