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깨우는 책읽기
둘째가 우는 소리에 다른 세 식구 모두 잠에서 깬다. 새벽 다섯 시. 오줌 눈 기저귀를 가는데 참 모질게 운다. 기저귀갈이가 이토록 서럽니. 잘 자는데 왜 건드려 깨우냐고 우니. 간지러운 얼굴 긁고 싶은데 두 손을 꼭 붙잡아서 우니.
동생 우는 소리에 네 살 누나는 새벽 다섯 시부터 두 시간째 다시 잠들지 못한다. 네 살 누나는 자꾸 뒤척인다. 그렇다고 이 어둡고 추운 새벽에 딱히 일어나 무언가 놀이를 할 수 없다. 어머니랑 노래 몇 가락 부르다가 어머니는 조용해진다. 네 살 아이는 함께 조용해지지 못한다. 혼자 나즈막하게 흥얼거리다가는 발로 방바닥을 탁탁 치면서 엉기적밍기적한다.
나는 어제 하루 읽은 책을 돌아본다. 곧 어스름이 걷히면서 동이 트면 맞이할 새날, 아침에 빨래를 몇 점 하고 아침으로 무엇을 차리며 아이들하고 어떤 놀이를 즐기며 집 안팎 치우거나 갈무리하는 일은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얼마나 기운을 내어 움직일 수 있을는지 가늠한다. 오늘은 어떤 삶 어떤 사랑 어떤 마음으로 누릴 수 있을까 곱씹는다.
고단한 몸이기에 자리에 드러눕거나 모로 누워 그림책을 펼친다. 빈책을 꺼내어 조용히 볼펜으로 깨작대면 네 살 아이도 어느새 제 빈책을 챙겨서 아버지 곁에 앉아 제 볼펜으로 깨작댄다. 나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마음책을 읽고, 아이는 어버이를 마주하면서 몸책을 읽는다. 잠들지 못하는 아이 곁에 살그머니 누워 이마를 쓸어넘겨 주어야겠다. (4344.12.17.흙.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