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568) 간결
..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할까? 한마디로 쉽고 간결하게, 이것이 동화 문장의 요체다 .. 《이오덕-동화를 어떻게 쓸 것인가》(삼인,2011) 33쪽
“동화 문장(文章)의 요체(要諦)다” 같은 글월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생각해 봅니다. 그저 이대로 두어야 할는지요, 한국말 흐름과 결과 무늬에 맞게 걸러야 할는지요. 예전 분들이 쓰던 말투이니 그대로 둘 때가 나을까요, 오늘을 살아가는 새 사람들 말투로 가다듬을 수 있어야 나을까요.
보기글 첫머리에 나오는 “문장(文章)을 어떻게 써야” 또한 곰곰이 살필 대목입니다. 이대로 두어야 좋을는지요, 아니면 “글을 어떻게 써야”로 손볼 때에 좋을는지요. ‘글’이랑 ‘문장’은 어떻게 다르다 할 만한가요. 아니, 서로 다른 구석이 있을는지요. 한국사람이 한국땅에서 쓰는 ‘글’은 깊이와 너비와 무게를 알뜰히 다질 수 없는 노릇인가요.
‘문장(文章)’은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고 느낍니다만, ‘글’로 손볼 수 있어요. “동화 문장의 요체(要諦)다”는 “동화 문장을 쓰는 길이다”나 “동화를 쓰는 길이다”나 “동화 글을 쓰는 알맹이이다”로 다듬습니다. 또는, 글월을 통째로 다듬어서 “동화는 이와 같이 써야 한다”나 “동화를 쓰려면 글을 이렇게 가다듬어야 한다”처럼 적을 수 있어요.
간결(慳結) : [불교] 자기의 신명과 재물을 아끼는 마음
간결(簡潔)
(1) 간단하고 깔끔하다
- 간결한 복장 / 그녀는 매우 검소하고 간결하게 살고 있다
(2) 간단하면서도 짜임새가 있다
- 간결한 문체 / 그의 글은 간결하고 명료했다 / 매우 간결하게 표현했다
쉽고 간결하게
→ 쉽고 깔끔하게
→ 쉽고 정갈하게
→ 쉽고 깨끗하게
…
국어사전에는 두 가지 한자말 ‘간결’이 실립니다. 하나는 불교 낱말이라고 합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불교 낱말이라기보다, 먼 옛날 이 나라에 불교가 들어올 때에 중국사람이 적바림한 낱말이라고 해야 할 테지요. 아직 한국말로 옮기지 못한 낱말이요, 중국말 그대로 내버리고 만 낱말입니다.
한국땅에는 불교와 함께 천주교와 개신교가 들어왔습니다. 오늘날 천주교와 개신교에서 쓰는 낱말은 ‘영어’나 ‘라틴말’이나 ‘프랑스말’이 아닙니다. 한국땅에서 천주교나 개신교를 믿는 이들은 한국말로 옮긴 믿음말을 나눕니다.
이와 마찬가지예요. 한국땅에서 불교를 믿으면서 나눈다 할 때에도 중국말을 날것 그대로 쓰지 말고 한국사람이 한국땅에서 내 이웃이랑 동무랑 살붙이하고 오순도순 나눌 낱말과 말투로 옮겨야 합니다. 라틴말로 나눌 믿음인 천주교가 아니에요. 영어로 주고받을 믿음인 개신교가 아닙니다. 중국말로 나눌 믿음인 불교일 수 없어요.
간결한 복장 → 깔끔한 옷차림 / 다소곳한 옷매무새 / 차분한 옷맵시
그녀는 매우 검소하고 간결하게 살고 있다
→ 그 여자는 매우 수수하고 깔끔하게 산다
→ 그 사람은 매우 알뜰하고 가볍게 산다
→ 그이는 매우 꾸밈없고 정갈하게 산다
다른 한자말 ‘간결(簡潔)’을 생각해 봅니다. 이 한자말은 “간단하고 깔끔하다”를 뜻한다고 나오는데, ‘간결’과 같은 한자말을 만나면 골부터 아픕니다. 이러한 한자말 풀이를 국어사전에서 뒤적이면 아주 뻔한 돌림풀이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간단’도 ‘간략’도 ‘간편’도 모두 매한가지예요. 서로서로 돌림풀이입니다.
그래도 다시금 골 아플 일을 견디면서 국어사전을 펼칩니다. ‘간단(簡單)’은 “(1) 단순하고 간략하다 (2) 간편하고 단출하다 (3) 단순하고 손쉽다”라 합니다. ‘간략(簡略)’은 “간단하고 짤막하다”라 합니다. ‘간편(簡便)’은 “간단하고 편리하다”라 합니다.
자, 이 말풀이를 잘 살펴보셔요. 간결은 간단이 되고, 간단은 간략이나 간편이 됩니다. 간략이나 간편은 간단으로 돌아갑니다.
돌고 도는 낱말풀이를 헤아리면 ‘간결’은 “손쉽고 깔끔하다”인 셈이에요. 다른 한자말들 ‘간단-단순-간략-간편’ 또한 밑바탕은 “쉽다”이고요.
어쩌란 소리일까요. 어쩌란 한자말들인가요. 사람들은 이 한자말 뜻이나 쓰임이나 느낌을 얼마나 제대로 알면서 쓰는가요. 아니, 말뜻을 한 번이라도 곱씹으면서 이런 말마디를 혀로 굴리거나 손으로 놀릴는지요.
한편, 조금 생각을 기울일 줄 안다면, 이들 한자말이 얼마나 껍데기요 겉치레인가 깨닫습니다. “간결 = 간단하고 깔끔하다”가 아닙니다. ‘간결’은 ‘깔끔하다’라는 한국말을 밀어낸 중국말입니다. ‘간단’은 ‘단출하다’와 ‘손쉽다’라는 한국말을 밀어낸 중국말이에요. ‘간략’은 ‘짤막하다’라는 한국말을 밀어낸 중국말입니다. ‘간편’은 ‘손쉽다’와 ‘수월하다’와 ‘단출하다’ 모두를 밀어낸 중국말이에요.
간결한 문체 → 깔끔한 글투 / 단출한 글투
그의 글은 간결하고 명료했다
→ 그 사람 글은 짧고 또렷했다
→ 그는 단출하고 환하게 글을 썼다
매우 간결하게 표현했다 → 매우 단출하게 나타냈다 / 매우 정갈하게 드러냈다
참으로 쉽게 살필 노릇이구나 싶습니다. 더없이 쉽게 돌아볼 노릇이구나 싶어요. 쉽게 생각하고 쉽게 살아가며 쉽게 나누는 말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될 말입니다. 깔끔하게 다스리면 좋을 말입니다. 정갈히 보듬으면 알찬 말입니다. 단출히 아끼면 예쁜 말이에요.
삶과 넋과 말을 알맞게 다스립니다. 삶과 넋과 말을 어여삐 돌봅니다.
사랑할 만한 말을 나누면서 사랑할 만한 내 삶으로 일굽니다. 마음을 깊이 기울여 내 삶을 보살피듯, 마음을 고이 기울여 내 말을 어루만집니다.
굳이 군더더기를 달아야 하지 않습니다. 애써 껍데기를 씌워야 하지 않습니다. 애먼 겉치레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내 사랑을 담으면 넉넉한 말이요 넋이며 삶입니다. 내 사랑을 담아 내 이웃이랑 동무하고 살가이 어깨동무하는 말이면서 넋이고 삶이면 흐뭇합니다.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올바로 느끼면서 참다이 아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4344.12.1.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