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읽는 CEO - 한 장의 사진에서 배우는 통찰의 기술 읽는 CEO 4
최건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사진비평·사진교육·사진책
 [찾아 읽는 사진책 69] 최건수, 《사진 읽는 CEO》(21세기북스,2009)



 사람들은 사진기는 쉽게(라고 말하기는 좀 알맞지 않을 듯하지만, 그래도 쉽게) 장만합니다만, 사진책은 쉽게(라고 말할 수밖에 없도록, 참말 쉽게) 장만하지 않습니다. 사진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사진책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사진기 이야기를 찾아 읽거나 나누거나 말하는 사람은 많으나, 사진책 이야기를 찾아 읽거나 나누거나 말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사진기를 장만하면서 사진책을 장만하지 않을 때에는 사진을 놓고 할 말이 없습니다. 사진책을 안 읽는대서 사진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진기를 장만하려는 사람은 아주 마땅히 사진책을 장만해야 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책(그림으로 이루어진 책)을 장만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책(글로 이야기를 빚는 책)을 장만합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노래책(노래가 담긴 이야기보따리, 곧 노래테이프나 노래시디나 노래파일)을 장만합니다. 내가 내 그림을 사랑하면서 그림을 그리기에, 내 마음과 꿈과 사랑을 담아 좋아할 만한 다른 그림을 알아채거나 느끼거나 만나요. 내가 내 글을 사랑하면서 글을 쓰기에, 내 마음과 꿈과 사랑을 실어 좋아할 만한 다른 글을 알아채거나 느끼거나 만나요.

 글을 읽듯 그림을 읽습니다. 만화를 읽듯 사진을 읽습니다. 노래를 읽듯 춤을 읽습니다. 사랑을 읽듯 사람을 읽습니다.

 최건수 님이 내놓은 《사진 읽는 CEO》(21세기북스,2009)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사진 읽는 CEO》는 사진비평과 사진교육 사이에 선 ‘자기계발책’입니다. ‘사진을 읽으면서 자기계발을 이루자’고 하는 줄거리로 엮은 책입니다. 사진이야기를 놓고 자기계발책을 쓸 수 있구나 하고 놀랄 만한데, 오늘날 어디에나 사진이 두루 쓰이는 모습을 돌아본다면, 이만 한 사진책은 진작 나왔음직합니다. 좀 늦었달까요. 퍽 더디달까요.

 청소기 광고이든 화장품 광고이든 사진을 씁니다. 이름난 야구선수이든 이름 덜 난 핸드볼 선수이든 사진에 찍혀 신문에 기사로 실립니다. 삼성이라는 회사 이재용이라는 사람이든, 이웃 동네 할아범이든 기자한테든 아들내미한테든 사진으로 찍히기 마련입니다. 찍힌 사진을 읽을 때에 찍는 사진을 읽고, 보이는 사진을 읽을 때에 보는 사진을 읽어요.

 이리하여 “이런 류(더글러스 던컨)의 사진가들은 카메라의 셔터가 고장 날 정도로 많이 찍는다. 이들은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사진과 살고 있는 사진가들이다. 잠자는 시간 외에는 카메라가 몸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없다. 자연히 카메라도 기동성이 좋은 것을 애용한다. 다음으로는 중형부터 대형 카메라를 이용해서 천천히 느리게 찍는 유섭 카슈 같은 사진가들이다. 이들은 찍기 전에 찍어야 할 셔터 찬스가 이미 마음속에 그려져 있다. 예견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철저히 사전 준비를 하고 한 번의 기회에 결정적으로 셔터를 누른다(301쪽).” 같은 이야기를 알뜰히 싣는 사진책 《사진 읽는 CEO》입니다. 온통 사진에 둘러싸였으면서 사진을 못 느끼거나 못 알아채는 사람들한테 ‘마치 나 스스로 최고경영자인 듯 여기’면서 내 둘레 사진부터 찬찬히 읽어내자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작은 것과 큰 것이 따로 없으니, 작은 곳이라 여기는 무언가를 바라보든 큰 곳이라 여기는 무언가를 바라보든, 한결같이 아끼고 사랑하는 눈길로 곱게 바라보며 느끼자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줘요.

 최건수 님은 “윤주영의 경우는 단순히 취미와 도락으로 사진을 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남이 넘볼 수 없는 자신의 또 다른 성 하나를 쌓은 것이다(110쪽).” 하고 말합니다. 이는 사진밭에서만 보는 모습이 아닙니다. 어느 갈래 어느 밭에서도 이와 매한가지예요. 취미와 도락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쓴다면 어떻게 될까요. 취미와 도락으로 글을 쓰면서 문학상 받거나 문학기금 타는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을 테지만, 취미와 도락으로 쓴 글은 아름다움이나 즐거움하고는 동떨어져요. 삶을 바쳐 누리는 사진이 될 때에 아름다운 사진이요 즐거운 사진입니다. 삶을 바쳐 누리는 일이 될 적에 아름다운 일이면서 즐거운 일이에요.

 사진은 “빛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은 온전히 사진 찍는 자의 몫이다(228쪽).” 하는 말처럼, 빛을 잘 알고 읽을 수 있을 때에 즐겁습니다. 그러나, 빛을 잘 안다는 일이란 빛크기나 빛세기나 빛줄기를 읽는다는 뜻이 아니에요. 빨주노초파남보를 가르거나 존 시스템을 헤아린대서 빛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아니에요. 빛이란 내 삶이면서 목숨이에요. 내 삶과 목숨을 얼마나 옳게 읽느냐에 따라 사진읽기와 사진찍기가 달라져요.

 요즈음 한국땅 사람들은 한여름과 한겨울을 잘 몰라요. 한여름과 한겨울을 잘 모르니 사진 또한 잘 몰라요. 한여름 땡볕이 있어 곡식이 잘 여물어요. 한겨울 강추위가 있어 잔벌레가 죽어 흙으로 돌아가면서 거름이 돼요. 1도만 높아져도 날이 몹시 가물어 곡식이 타들고 말아요. 1도만 낮아져도 날이 몹시 썰렁해 곡식이 얼어죽고 말아요.

 빛이란 온 목숨을 살리는 숨결이에요. 빛이란 내 삶을 가꾸는 따순 손길이에요. 빛 한 줄기를 바라면서 살아가는 나날이고, 빛 한 모금에 기대어 예쁜 꿈을 꾸는 오늘이에요. 사진이란 빛을 사랑하는 이야기이고, 빛을 사랑하는 이야기란 삶을 사랑하는 한길이에요.

 그런데 《사진 읽는 CEO》에서 최건수 님은 “사진 분야에서 제일 접근하기 쉬운 분야가 다큐멘터리 분야라 할 수 있다(110쪽).” 같은 말을 톡톡 내뱉습니다. 이처럼 생각하는 일을 옳다 그르다 할 수 없습니다만, ‘가장 쉬운 사진 갈래’나 ‘가장 어려운 사진 갈래’는 있을 수 없어요. ‘가장 쉬운 글쓰기’나 ‘가장 어려운 글쓰기’는 있을 턱이 없어요.

 동시나 동화가 더 쓰기 쉬운 글이 되지 않아요. 다큐사진이 더 찍기 쉬운 사진이 되지 않아요. 글은 모두 같은 글이에요. 사진은 다 같은 사진이에요. 옳고 착하며 예쁘게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는 길을 못 찾는 오늘날 사람들은, 옳고 착하며 예쁘게 삶을 꾸리는 길을 못 찾는 사람들이에요. 먼저 내 삶부터 옳고 착하며 예쁘게 일굴 때에 사진 또한 옳고 착하며 예쁘게 일굴 수 있어요.

 한국땅 사진비평을 읽으면, 옳고 착하며 예쁘게 일굴 삶을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한국땅 사진교육을 들여다보면, 옳고 착하며 예쁘게 일굴 삶을 교수나 교사 스스로 일구지 않을 뿐더러, 이러한 삶을 가르치지 않아요. 스스로 살아내지 못하니 스스로 가르칠 수 없고, 스스로 살아내지 않으니 스스로 배울 수 없겠지요.

 하나하나 짚자면, 최고경영자가 되어서야 사진을 읽는다면 참 늦습니다. 아니,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누구나 내 삶을 일구는(경영) 사람입니다. 누구나 여느 내 삶을 제대로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안철수 님이 내 수수한 삶을 일구거나 사랑해 주지 않습니다. 박원순 님이나 이명박 님이 내 자그마한 삶을 일구거나 사랑해 주지 않아요.

 지식이나 이름값으로 읽는 사진이 아닙니다. 힘줄이나 돈줄로 읽는 삶이 아닙니다. 오직 사랑 하나로 이야기를 할 때에 태어날 사진비평이요, 오로지 사랑 하나로 나누려 할 적에 샘솟는 사진교육입니다. 그러니까, 사진책은 사랑을 사진으로 담아 엮는 책입니다. (4344.11.2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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