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80] 김떡순

 인천은 어느 도시나 시골보다 분식이라는 먹을거리가 발돋움했습니다. 아주 자그마한 터에 수많은 학교와 살림집이 다닥다닥 붙은 채 일제강점기 공장도시요 항구도시로 크던 데라 이와 같은지, 이러한 흐름이 해방 뒤로도 서울로 물건 올려보내는 공장도시요 항구도시 구실을 이었기에 뿌리깊게 퍼졌을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다만, ㄹ이라는 곳이 온 나라 곳곳에 새끼가게를 수없이 차릴 때에 인천 시내 한복판에 들어선 ㄹ은 오래 못 버티고 구석으로 밀려났습니다. 이런저런 이름난 새끼가게가 들어서더라도 분식집 햄빵이 예나 이제나 널리 사랑받을 뿐 아니라, 인천 신포시장 분식집은 온 나라에 ‘분식집 새끼가게’를 퍼뜨리기까지 합니다. 인천을 떠나 처음 서울이라는 곳에서 분식을 먹던 1994년, 서울 종로에 줄지어 선 포장마차 분식집에서 ‘김떡순’이라 적은 글월을 처음 보았습니다. 포장마차 분식집마다 김떡순이라 적기에 뭔 소리인가, 무슨 여자 이름을 이렇게 짓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한참 지나고서야 김떡순이란 “김밥 + 떡볶이 + 순대”인 줄 알았어요. 누가 맨 처음 이 이름을 지었는지, 언제부터 이 이름이 퍼졌을는지 모릅니다. 번뜩 떠오른 생각으로 지은 이름일는지, 포장마치 분식집 일꾼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다가, 또는 술 한잔 함께 기울이다가 빚은 이름일는지 모릅니다. 일본사람은 ‘달걀부침 얹은 볶음밥’을 ‘오믈렛 라이스’도 아닌 ‘오무라이스’라는 이름을 붙인다지만, 한국사람은 예쁘게 ‘김떡순’이라는 이름을 빚어 곱게 부릅니다. (4344.11.27.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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