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6일에 시간 되는 분 나들이해 보셔요. 류가헌 갤러리라는 곳에 전화로 예약하시면 된다고 하네요. 참가비는 없어요~~ ^^ 



ㄷ. 사진으로 걷는 길
 ― 사진책잔치와 사진책



 ‘광장’ 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의 고건축” 가운데 1번인 사진책 《秘苑》이 있습니다. 커다란 판에 얇은 두께로 나온 《비원》은 사진쟁이 임응식 님이 찍은 사진으로 이루어집니다. 임응식 님은 “한국의 고건축” 묶음책으로 《비원》과 《경복궁》과 《종묘》와 《칠궁》을 내놓습니다. 이 책들은 1976년에 처음 나올 때에 4500원이요, 제가 이 사진책을 헌책방에서 2011년에 새로 장만하며 들인 돈은 25000원입니다. 몇 해 앞서 다른 헌책방에서 이 사진책들을 7000원에 장만한 적 있고, 또 다른 헌책방에서 15000원에 장만한 적 있으며, 또 다른 헌책방에서 20000원에 장만한 적 있어요. 워낙 예전에 판이 끊어졌기에 여러 헌책방에서 다리품을 팔아 싼값으로든 비싼값으로든 그때그때 장만합니다. 판 끊어진 사진책을 다시 만날 수 있기만 하다면 참으로 고마우면서 반갑습니다.

 1976년 책값 4500원이라면 오늘날 2010년대에는 25000원보다 훨씬 센 값이라고 느낍니다. 1976년 언저리에는 짜장면 한 그릇 값이 150원 안팎이었다니까, 이때에 사진책 《비원》이나 《경복궁》이나 《종묘》나 《칠궁》을 선뜻 장만할 만한 사람은 적었으리라 봅니다. 그러면, 2010년대에 임응식 님 사진책 《비원》을 3만 원이나 4만 원 값에 다시 찍는다 할 때에, 요즈음 사람 가운데 이 사진책을 선뜻 장만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우리 나라에서 사진책과 만화책은 제대로 사랑받지 못합니다. 사진 찍는 사람이 많아도 사진책 사서 읽으며 나누는 사람이 적습니다. 만화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도 아름다운 만화책이 오래도록 새책방 책시렁에 놓이며 사랑받는 일이 드물어요. 저는 올 2011년에 데즈카 오사무 님 만화책 《불새》를 겨우 장만했습니다. 2001년에 처음 나오던 때에는 《불새》가 정식 번역된 줄 몰랐기에, 데즈카 오사무 님 다른 만화책을 이때 장만하면서 《불새》는 놓쳤어요. 《불새》를 사야겠다고 깨달은 이듬해에는 이 책을 찾을 길이 없더군요. 열 해를 기다려 2011년에 드디어 ‘2쇄를 찍어 주었기’에 막바로 장만했어요.

 김기찬 님 사진책 《골목안 풍경》은 예전 판으로 되살아나지 못합니다. 《골목안 풍경 전집》이 새로 나옵니다. 예전 판짜임으로 다시 나올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꿈꾸지만, 새판으로 나온 일로도 흐뭇하며 고맙습니다. 에드워드 커티스 님 사진책은 ‘외국책 구매 대행’을 거쳐 웃돈을 얹어 한 권씩 장만했다가 올해에 처음으로 정식 번역된 판이 있어 눈물까지 흘리며 한글판을 장만했어요.

 그러나 유진 스미스 님 사진책이 한글판으로 나오지는 못합니다. 기무라 이헤이 님이라든지 토몬 켄 님 사진책을 한글판으로 읽을 수 없습니다. 시노야마 기신 님이 1982년에 내놓은 《실크로드》 여덟 권 가운데 2권이 오직 한국 이야기만 다루지만, 이 사진책 하나조차 한글판으로 옮겨지지 못합니다. 어느 출판사에서든, 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든, 이 사진책 하나라도 한글판으로 옮긴다면 참 좋으련만, 이런 일은 꿈꿀 수조차 없다 싶은 한국 사진밭인 터라, 일본판 《シルクロ-ド》(集英社,1982) 여덟 권을 헌책방에서 육십만 원 가까운 돈을 치러 몽땅 장만해서 한국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시노야마 기신 같은 이름이라면 한국에도 제법 알려졌을 테지만, 시노야마 기신 님이 담은 ‘한국 문화 이야기 사진책’을 아는 분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로버트 카파 이야기책은 두 가지 한글판으로 나옵니다. 다만, 로버트 카파 사진책은 앞으로 언제쯤 한글판이 나올는 지 알 길이 없습니다. 슬프지만, 저작권료를 안 물고 내놓던 ‘옛 열화당 사진문고’로 나라밖 사진삶과 사진밭 흐름을 어렵사리 한글판으로 읽을밖에 없던 이 나라 책마을입니다. 에드워드 스타이겐이 일군 《인간가족》마저 1986년에 월간사진사에서 해적판으로 내놓은 조그마한 책 하나만 한글판으로 나왔어요. 정식 번역판이 없습니다.

 저는 지난 2010년에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호미)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진책 하나 내놓았습니다. 인천문화재단에서 800만 원을 받고 출판사에서 1500만 원쯤 보태어 빛을 보았습니다. 그나마 지역 문화재단에서 문화예술기금을 보태었으니 빛을 보았지, 이런 돈이 없다면 책으로 태어날 수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유진 스미스도 기무라 이헤이도 로버트 카파도 토몬 켄도 ‘아름다이 엮은 사진책 하나로 한국 사진 즐김이한테 알려지지 못하는’ 흐름인 터라, 홀로 사진길 씩씩하게 걸어가는 사람들 사진책이 선뜻 나오리라 바라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그래도 사진책은 하나둘 태어납니다. 아주 훌륭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진책이든, 이게 무슨 사진이냐는 손가락질을 받는 사진책이든, 돈을 참 많이 들인 그럴듯한 사진책이든, 아주 적은 돈으로 빠듯하게 꾸민 사진책이든, 이런 사진책 저런 사진책이 태어납니다.

 이름난 사진쟁이들은 이름난 사진쟁이대로 날마다 새 사진을 빚습니다. 이름 안 난 수수한 사진쟁이들은 이름 안 난 수수한 사진쟁이대로 나날이 새 사진을 이룹니다. 이 사진들은 인터넷 게시판이나 신문·잡지에 실리기도 하지만, 그저 개인컴퓨터 파일로 남기만 하기도 합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면서 조용히 꿈을 꿉니다. 시골자락 언저리에서 마땅한 사진잔치 이루어지는 일은 아예 없다 할 만합니다. 시골에서 흙 만지며 일하는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사진잔치에 마실 갈 겨를부터 없다 할 만합니다. 그래도, 시골 흙일꾼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마을회관이나 면사무소 너른터에서 벌어지는 사진잔치에 마실을 가는 일을 꿈꿉니다. 사진잔치까지 아니더라도 사진책 하나 예쁘고 조그맣게 태어나 전국 면사무소나 마을회관에 한 권씩 놓일 수 있는 날을 꿈꿉니다.

 낮에 면사무소에 들르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우수교양도서로 뽑아 사들여 전국 시골 면사무소까지 보낸 좋다고 하는 인문책’이 이곳저곳에 놓여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 아주머니 아저씨가 읽을 수 있게끔 해 두더군요. 알뜰히 엮은 사진책을 전국 면 단위까지 한 권씩 놓도록 돕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사진길 걷는 젊고 늙은 모든 사진쟁이들 꿈과 사랑을 싣는 사진책을 넉넉히 펴내도록 뒷받침하는 정책이 나온다면, 이리하여 시골사람이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도시로 가지 않고서야 구경할 수 없는 사진잔치 사진작품을 사진책에 담긴 사진으로 누릴 수 있으면, 이 얼마나 즐거운 사진누리일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지자체나 중앙정부한테 기대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여느 사람인 우리 스스로 저마다 좋아하는 사진책을 마음껏 장만해서 집안을 알차게 보살피는 길을 생각합니다. 내가 즐긴 사진책을 내 아이한테 물려줄 수 있습니다. 내가 즐긴 책을 뒷날 헌책방에 내놓아 앞으로 새로 태어나 살아갈 뒷사람한테 물려줄 수 있어요. 좋은 사진책 구경할 만한 ‘사진책 도서관’이 한 군데도 없는 한국이라, 저는 제가 1998년부터 그러모은 사진책을 바탕으로 2006년에 개인도서관을 열었습니다. 저는 제가 새로 뿌리내린 전라남도 고흥군 시골자락에서 사진책 도서관을 꾸리며 사진빛을 나눠요. 다른 분들은 다른 분들이 살아가는 고향마을에서든,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도시에서든, 꾸준히 장만해서 건사하는 좋은 사진책으로 벽 하나를 채우면서 자그마한 ‘사진책 도서관’을 이루는 꿈을 펼치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으리으리한 건물을 지어야 도서관이 되지 않아요. 대단하게 손꼽히는 사진책을 수천 수만 권 갖추어야 사진책 도서관이지 않아요. 내가 좋아하며 사랑하는 사진책을 아끼면서 이웃하고 나눌 수 있다면, 어디에나 언제나 살가운 사진책 도서관이라 믿습니다. 사진책 도서관이 서면, 날마다 사진책잔치입니다. 날마다 사진책잔치이면, 이 사진책잔치를 누리는 사람들은 한 달에 한 번쯤 ‘바깥밥 한 끼 사먹을 돈을 아껴’ 아름다운 사진책 한 권씩 장만할 수 있어요. 작은 길은 어디에나 예쁘게 있습니다. (4344.11.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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