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순이
아버지가 빨래하는 삶을 지켜본 지 네 해째 되는 딸아이는 아버지가 다 마친 빨래를 바가지에 담아 마당으로 빨랫대랑 함께 들고 나와서 널 때에 뽀르르 달려나온다.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웃으면서 따라나온다. 아버지가 시키지 않아도 아이는 스스로 빨래 한 점 집어서 내민다. 아버지가 빨래집게로 아직 집지 않은 빨래를 저 손 닿는 데까지는 빨래집게를 앙증맞게 집어 놓는다.
아버지가 사진기를 만지작거리는 곁에서 사진기를 슬그머니 빼앗아 사진놀이를 즐길 때에는 사진순이. 아버지가 호미를 깨작거리는 둘레에서 호미 하나 얻어 호미놀이를 즐길 때에는 호미순이. 아버지가 빨래를 마치고 널 때에 빨래 널기 거들겠다며 다소곳하게 빨래를 널고 집을 때에는 빨래순이. (4344.11.25.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