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눈 171 : 예술책


 그림쟁이 강우근 님 새 이야기책 《동네 숲은 깊다》(철수와영희,2011)를 읽습니다. 이야기책 막바지로 접어들 무렵, 강우근 님은 “삶과 멀어진 예술은 그저 상품으로 소비될 따름이다. 상품이 되어 버린 예술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창의력만을 쫓는다(134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더할 나위 없이 맞는 말이기에 밑줄을 긋습니다. 여러 차례 되풀이해서 읽습니다.

 이 말마디 낱말 하나를 살며시 바꾸어 새로 읽습니다. ‘삶과 멀어진 언론은 그저 상품으로 쓰일 뿐이다. 상품이 되어 버린 언론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창의력(특종)만을 쫓는다.’ 다시금 낱말 하나를 살며시 바꿉니다. ‘삶과 멀어진 교육’으로 읽고, ‘삶과 멀어진 방송’으로 읽으며, ‘삶과 멀어진 정치’로 읽습니다.
 ‘삶과 멀어진 시민운동’이라든지 ‘삶과 멀어진 경찰’이라든지 ‘삶과 멀어진 인문학’이라든지 ‘삶과 멀어진 국회의원’으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요. 이때에는 어떤 이야기가 샘솟을까요.

 삶은 겨루지 않습니다. 내 삶은 누구하고 겨룰 까닭이 없습니다. 아이들하고 복닥이는 하루는 아이들이랑 겨루는 삶이 아닙니다. 아이들을 이웃 아이랑 겨룰 까닭이 없어요. 아이들이 저희 어버이를 이웃 어버이랑 겨룰 까닭 또한 없어요. 겨룰 일조차 없지만, 견줄 일 또한 없어요. 겨루기도 견주기도 없으면서 끼어들기나 쳐들어가기나 흔들기나 딴죽걸기마저 있을 턱이 없습니다.

 밥을 차려 먹을 때에 누구하고 겨룰 일이란 없습니다. 날마다 좋은 밥을 즐겁게 먹습니다. 날마다 좋은 옷을 즐겁게 걸칩니다. 날마다 좋은 집에서 예쁘게 잠들고 예쁘게 일어나서 예쁘게 살림을 꾸립니다.

 만화쟁이 시이나 카루호 님 작품 《너에게 닿기를》(대원씨아이) 1권(2007)을 읽습니다. 201쪽에 “말하는 시점에서 이미 이루어졌어.”라 이야기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어버이한테서 고운 목숨을 선물받아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살아오며 ‘꿈을 꾼 일이 이루어졌다’고 느낀 적이 한 차례조차 없던 아이가, ‘꿈을 말한 때에 시나브로 이루어졌다’고 느꼈다고 이야기합니다. 차갑게 닫힌 채 도무지 열리지 않던 마음문을 활짝 열어젖힌 살가운 동무와 마주하면서 ‘네(동무아이)가 고마이 나눈 좋은 기운을 받아 나 스스로 내 마음문을 열었다’고 노래하는 대목이에요.

 참 좋은 말이로구나 생각하면서 만화책을 읽습니다. 《너에게 닿기를》 2권을 읽으면서도 마음으로 와닿는 사랑스러운 꿈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그래요. 맑은 넋이 되어 가슴으로 품는 좋은 꿈이라면, 이 꿈을 품으면서 조곤조곤 속삭일 때부터 이루어질 테지요. 밝은 얼이 되어 가슴으로 북돋우는 어여쁜 꿈이라면, 이 꿈을 북돋우면서 사근사근 속삭일 때부터 이루어질 테고요.

 좋은 책을 찾는 사람은 참말 좋은 책을 찾습니다. 인문책을 읽으려는 사람은 인문책을 읽고, 예술책을 바라는 사람은 예술책을 얻습니다.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은 자격증을 따기 마련이요, 돈을 벌려는 사람은 돈을 벌어요. 사랑을 이루고픈 사람은 사랑을 이루고, 권력을 노리는 사람은 권력을 얻겠지요. (4344.11.21.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