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바의 미소 미래그림책 3
칼 노락 글, 루이 조스 그림, 곽노경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웃음씨 뿌려 웃음열매 짓는 삶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08] 루이 조스·칼 느락, 《키아바의 미소》(미래M&B,2001)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좋다고 여깁니다.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좋다고 느낍니다. 갠 날은 갠 대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궂은 날은 궂은 날대로 좋다고 받아들입니다. 꼭 어떠한 날을 더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 다른 날을 맞아들이고 싶습니다. 날마다 새롭게 삶을 일구고 싶습니다.

 어릴 적부터 놀이가 되든 날씨가 되든 골고루 누릴 때에 즐겁다고 여겨 버릇했기에, 사진을 찍을 때에도 사진이 더 잘 나오는 날씨가 있다고는 헤아리지 않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삶을 누리는 하루라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사랑스럽다 싶은 사진을 찍는다고 봅니다. 나 스스로 아끼는 삶이고 사랑이며 사람이라면, 어느 갈래 어느 글을 쓰더라도 내 꿈이 곱게 깃드는 글꽃으로 피어나요.

 배부른 느낌이 좋습니다. 배고픈 느낌이 고단합니다. 배부른 느낌과 배고픈 느낌을 함께 누리기에 내 삶이 이루어지겠지 하고 여깁니다. 주머니에 살림돈이 넉넉하지 못해 이것저것 마음대로 장만할 수 없습니다. 나와 옆지기는 이것저것 쉽게 장만하며 살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살아가며 꼭 누리거나 쓸 것만 알맞게 알뜰히 장만하고 싶어요.

 돌이키면, 이렇게 살아가는 결 그대로 이루어지는구나 싶어요. 내가 수월하고 홀가분한 나날만 꿈꾼다면 수월하고 홀가분한 길을 걸을는지 몰라요. 나는 내 몸으로 온갖 일을 부대끼며 천천히 깨닫거나 배운다고 꿈꾸니까, 숱한 가시밭길이랑 수렁을 건너야 하는지 몰라요.


.. 키아바는 우쭐해졌어요. 그런데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방금 잡은 물고기가 키아바를 보고 미소를 짓고 있는 거예요 ..  (5쪽)


 맑은 길을 헤아립니다. 내가 혼자 걷는 맑은 길이란 어떤 모습이고, 우리 집 살붙이랑 함께 걷는 맑은 길이란 어떤 이야기일까 헤아립니다. 혼자서 해야 하는 일일 때에 얼마나 맑으면서 씩씩하게 할 수 있는지 곱씹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보금자리에서 함께 누릴 만한 맑은 일은 어떻게 다스릴 때에 아름다울까 되뇝니다.

 날마다 먹는 밥을 날마다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길을 생각합니다. 날마다 비슷하게 차리는 밥을 날마다 새삼스레 느끼며 즐길 만한 길을 생각합니다. 날마다 꾸준하게 빨래하는 옷가지를 날마다 반가이 다루는 길을 생각합니다.

 날마다 비질을 하고 걸레질을 할 때마다 돌아봅니다. 방바닥이나 책상에 앉은 먼지를 쓸고 닦으며 이 먼지를 그대로 두었다면 모두들 고스란히 마셔야 했겠지 하고 돌아봅니다. 그러면, 이 먼지는 모두 어디에서 왔을까요. 어떻게 이 먼지들이 집안에 켜켜이 쌓이는가요.


.. 키아바의 아빠는 총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겁을 주어 곰을 쫓으려고 하셨어요. 아빠가 무섭게 소리를 지르면 지를수록 곰도 점점 더 사납게 으르렁거렸습니다 ..  (10∼11쪽)


 집 안팎을 가득 채우던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쓰레기 묻는 곳으로 실어다 날랐습니다. 예전에 살던 이가 남긴 쓰레기가 이만큼인데, 나는 내 예전 살던 집에 쓰레기를 어느 만큼 남겼는가 되돌아봅니다. 새 보금자리에 있던 쓰레기를 어느 곳에 갖다 버렸으니 이 쓰레기는 사라졌을까요. 그저 자리를 옮기고 모양만 바뀔 뿐, 쓰레기는 한결같지 않을까요.

 한삶을 누리면서 쓰레기를 내놓거나 쓰레기를 만들거나 쓰레기를 이룬다면, 얼마나 즐겁거나 기쁘거나 흐뭇할까요. 내가 누리는 한삶에서 사랑을 짓고 꿈을 지으며 믿음을 짓는 일이랑 쓰레기를 짓는 일이랑, 어느 쪽이 보람차면서 해맑을는지요. 내가 누릴 한삶은 또렷합니다. 쓰레기를 짓는 삶이 아니라 사랑을 짓는 삶이어야 합니다. 쓰레기를 치우는 삶이 아니라, 사랑을 보듬으며 돌보는 삶이어야 합니다. 좋은 마음을 쓰고 좋은 꿈을 나누어야 합니다.

 서로 웃으며 얼싸안는 나날일 때에 아름답습니다. 함께 웃으며 노래하는 나날일 때에 어여쁩니다. 웃음씨, 웃음꽃, 웃음나무를 일굴 내 한 목숨입니다.


.. 키아바는 뛰어서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폭풍이 웃고 있는 동안은 바람을 불게 하는 걸 잊어버릴 거야.’ 이렇게 생각하자 키아바는 기분이 좋아졌어요 ..  (22쪽)


 루이 조스 님 그림과 칼 느락 님 글로 이루어진 그림책 《키아바의 미소》(미래M&B,2001)를 읽습니다. 어린이책인데 자꾸자꾸 “미소를 짓고 있는 거예요”와 같은 말투가 튀어나옵니다. “웃고 있는 동안”이라고도 옮김말을 적지만, 자꾸자꾸 ‘微笑’라는 일본말을 씁니다. 낱말로 살필 때에 ‘미소’부터 마땅하지 않고, “짓고 있는 거예요” 꼴 또한 마땅하지 않습니다. “웃음을 지어요”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웃고 있는 동안”은 ‘웃다’를 쓰니 한결 낫지만, “웃는 동안”으로 바로잡아야 올발라요.

 어른책부터 옳고 바른 말로 빚어야 아름답습니다만, 어린이책은 더욱더 옳고 바른 말로 일구어야지요. 좋은 넋으로 좋은 말을 심어 좋은 꿈이 자라도록 도와야지요. 착한 얼로 착한 글을 가꾸며 착한 삶을 누리도록 이끌어야지요.

 그림책 《키아바의 미소》는 “웃는 키아바”요 “키아바 웃음”이며 “키아바가 지은 웃음”입니다. 키아바 마음속에는 웃음씨만 있었습니다. 물고기를 낚다가 이 웃음씨를 비로소 깨닫습니다. 웃음씨를 한 번 깨달은 뒤로는 웃음씨를 곱게 돌봅니다. 시나브로 웃음씨를 ‘짓’습니다. 웃음을 ‘지어’ 키아바 살붙이부터 동무랑 이웃 모두한테 웃음열매를 나누어 줍니다.

 비아냥거리는 말이든 화살 같은 말이든, 사람들은 참으로 쉽게 슬픈 말씨를 뿌립니다. 슬픈 말씨는 슬픈 말열매를 맺습니다. 포근한 말이든 너그러운 말이든, 사람들은 언제나 기쁜 말씨를 뿌릴 수 있습니다. 기쁜 말씨는 기쁜 말열매를 맺어요.

 성나거나 골부리는 얼굴로 살아갈 때에는 슬픈 몸짓을 뿌리고 슬픈 몸부림을 낳습니다. 웃거나 따사로이 감싸는 품으로 살아갈 적에는 기쁜 이야기를 뿌리고 기쁜 꿈빛을 낳습니다.

 키아바는 남다르거나 대단한 아이가 아닙니다. 여느 아이입니다. 수수한 아이입니다. 우리 집 두 아이는 키아바와 같달 수 있고, 내 옆지기와 나 또한 키아바와 같달 수 있어요. 착하며 고운 마음으로 참다이 길을 걸어간다면, 누구나 키아바와 같이 여느 사랑과 수수한 웃음으로 좋은 삶을 누립니다. (4344.11.18.쇠.ㅎㄲㅅㄱ)


― 키아바의 미소 (루이 조스 그림,칼 느락 글,곽노경 옮김,미래M&B 펴냄,2001.2.20./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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