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77] 뒷종이

 한쪽은 이런저런 그림과 글이 잔뜩 찍히지만, 뒤쪽은 말끔하게 하얀 종이가 있습니다. 신문 사이에 낀 광고종이가 되든, 우체통에 꽂히는 광고종이가 되든, 한쪽만 쓰는 종이가 있어요. 시골에서는 집집을 돌며 광고종이 꽂는 사람이 없습니다. 시골에서는 우체통이건 집 둘레이건 광고종이 흩날리는 일이 없습니다. 시골집 들어오는 신문에 광고종이 잔뜩 꽂힐 일 또한 없어요. 읍내 밥집이나 관공서에 놓인 신문을 들추어도 광고종이를 구경하지 못합니다. 아무래도, 광고를 해서 물건을 팔려 하는 사람들은 도시에만 있을 테니, 시골에서 광고종이를 돌리거나 붙여 본들 다리만 아프리라 봅니다. 앞뒤가 온통 하얀 종이가 되든, 한쪽만 하얀 종이가 되든, 그예 도시에서 넘칠 뿐이겠구나 싶어요. 초콜릿 껍데기를 뜯습니다. 비닐로 싸인 벽종이를 뜯습니다. 껍데기 겉은 이런저런 그림과 글로 꽉 차지만, 껍데기 뒤는 하얗습니다. 종이 구경하기 힘든 시골에서는 이런저런 종이들을 잘 간수해서 써야겠다고 느낍니다. 앞은 못 쓰고 뒤만 쓰는 종이일 테니까, 이들 종이는 뒷종이가 되겠다고 느낍니다. 앞종이는 광고하는 종이요, 뒷종이는 요모조모 적바림할 때에 알뜰히 쓰는 종이로 삼으면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4344.11.1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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