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랑 사진찍기


 아버지는 책을 읽고 나서 책을 사진으로 찍는다. 그림책이나 만화책은 속알맹이를 몇 군데쯤 사진으로 찍는다. 사진으로 찍고 나면 이 사진들을 책느낌글에 붙여 누리집에 함께 띄운다. 어머니가 책을 읽고 아버지가 책을 읽으니, 아이도 곁에서 책을 읽는다. 아버지가 책을 앞에 놓고 한두 쪽씩 넘기면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으레 바라본 아이는, 어느새 아버지가 하듯 아이 그림책을 앞에 놓고서 사진을 찍는다. 어느 모로 본다면 대견스러운 모습일 테지만, 다른 모로 본다면 어버이가 아이하고 함께 살아가면서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들려주며 무엇을 함께하느냐에 따라 서로서로 삶이 달라질밖에 없구나 싶을 모습이다. 어버이가 좋아하거나 즐기지만, 아직 아이한테는 이르거나 좋지 못하다 한다면, 이러한 ‘어버이가 좋아하거나 즐기는 일’은 어버이한테 얼마나 좋거나 즐거울 일이 될까. 전자파가 어마어마하게 나오기에 아이들한테 손전화뿐 아니라 요즘 새로 나오는 무슨 전자제품을 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하지만, 막상 어른들은 손전화뿐 아니라 새로 나오는 무슨 전자제품을 신나게 사들여 오랫동안 만지작거린다. 제아무리 석유 걱정 지구자원 걱정 환경오염 걱정을 한다고 입으로 떠들어 보았자, 어른들은 자가용 굴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타야 할 만큼 타는 자가용이 아니라, 그냥 타는 자가용이 되고 만다.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버스를 타려고 마음을 기울이는 어른이 아주 드물다. 이런 어른 곁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느끼며 받아들일까.

 옆지기와 나는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한테 무엇을 물려주고 무엇을 보여주며 무엇을 함께해야 즐거우면서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앞으로 어디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때에 참다우면서 빛날까 하고 헤아린다. 아이들 몸과 마음뿐 아니라, 아이들하고 함께 지내는 어른들 또한 몸과 마음이 어느 때 어느 곳 어느 보금자리에서 싱그러우면서 사랑스러울까 하고 가늠한다.

 어버이는 땅을 마련해야 한다. 어버이는 손수 일굴 기름진 흙으로 이루어진 땅을 마련해야 한다. 어버이는 바다나 냇물·멧자락·들판·숲이 고루 어우러진 살가운 땅을 마련해야 한다. 어버이부터 이곳에서 살림을 예쁘게 돌보아야 한다. 어버이가 돌보는 살가운 터전을 아이들이 기쁘게 물려받아 아이들이 무럭무럭 커서 저희 아이들을 낳고 살아가고 싶을 만큼 예쁜 보금자리를 보살펴야 한다.

 아이가 읽을 책은 숲이요, 아이가 찍을 사진은 다람쥐이다. 아이가 읽을 책은 배추씨요, 아이가 찍을 사진은 배추잎이다. 아이가 읽을 책은 호미요, 아이가 찍을 사진은 고랑이다. 아이가 읽을 책은 바람이요, 아이가 찍을 사진은 햇살이다. (4344.9.1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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