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숙제 책읽기


 여름과 겨울을 맞이하는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독후감 숙제를 낸다.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책읽기를 하도록 이끌면서 느낌글을 쓰라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늘 독후감 숙제를 낼 뿐이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독후감 숙제를 하는 아이들이 내가 쓴 느낌글을 읽고는 ‘독후감 숙제에 도움이 되었다’면서 ‘고맙다는 인사말’을 퍽 자주 남기곤 한다. 여름방학이 곧 끝날 즈음이 되어서인지, 요즈음 들어 이런 인사말을 자주 듣는다. 참으로 철없이 숙제를 내고 숙제를 하는구나 싶어, 내 누리사랑방이나 누리모임에 올린 느낌글을 ‘갈무리 못하게’ 할까 싶기도 하지만, 구태여 울타리를 치고 싶지는 않다. 숙제를 하려고 내 느낌글을 읽어 주면서 아이들 스스로 저희 느낌글을 헤아릴 수 있기를 빌어 본다.

 그렇지만, 숙제에 얽매인 아이들로서는 저희 느낌을 헤아릴 겨를이 없겠지. 바삐바삐 숙제를 마쳐야 할 테지. 점수를 따져야 하고, 눈치를 보아야 하며, 시험에 휘둘려야 할 테지. 이 아이들은 독후감 숙제가 걸린 책을 제대로 읽기는 했을까. 독후감 숙제가 걸리는 책은 얼마나 읽을 만할까. 학교 교사는 아이들한테 내주는 ‘독후감 숙제’가 걸리는 책을 찬찬히 읽었을까. 교사들부터 이 책들을 차분히 읽으면서 사랑스레 느낌글을 쓴 적이 있을까. 아이들이 독후감 숙제를 내야 한다면, 교사 또한 방학 동안 어떠한 책을 읽었는가를 아이들 앞에서 밝히며 교사 나름대로 적바림한 느낌글을 교실 뒤쪽에 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이 아파도 다시 끄적이지만, 독후감은 글이 아니고 느낌글 또한 아니다. 독후감 숙제를 한다며 읽는 책이란 책이 아닐 뿐 아니라, 책읽기가 될 수 없다. 독후감을 쓰는 사람은 바보가 되려는 사람이며, 독후감 숙제를 내거나 독후감 숙제를 하는 사람 모두 삶을 뒷전으로 미루면서 아름다운 길하고 등지는 셈이다. (4344.8.1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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