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67] 풀사마귀
자전거를 타고 읍내를 다녀오는 길에 새까만 아스팔트길에 버티고 선 사마귀를 봅니다. 자전거 바퀴는 사마귀를 밟지 않고 살살 비키지만, 자동차 바퀴는 이 까만 길에 풀빛 사마귀가 선 줄을 알아챌까요, 알아채지 않고 밟을까요. 읍내로 가다가 차에 밟힌 풀빛 벌레를 한 마리 보았습니다. 머리부터 몸통까지 아주 바스라져서 메뚜기인지 방아깨비인지 사마귀인지 알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까만 길바닥에 풀빛 주검은 또렷하게 아로새겨집니다. 두 다리로 천천히 걷거나 자전거로 살살 달렸다면 까만 길바닥에 선 풀빛 벌레를 쉬 알아보겠지요. 자전거를 타더라도 싱싱 내달리면 알아보지 못할 텐데, 자동차를 타면 천천히 몬다 할지라도 풀빛 사마귀를 못 알아봅니다. 자동차를 타면 사마귀이고 나비이고 잠자리이고 개구리이고 그자 밟아댑니다. 이제 도시이고 시골이고 자동차가 한가득이라, 풀빛 몸뚱이를 수풀에 숨기며 먹이를 찾는 벌레들은 들새나 커다란 벌레보다 사람이 무섭습니다. 수풀에서는 풀사마귀나 풀메뚜기이면 되지만, 까만 아스팔트길에서는 먹사마귀나 먹메뚜기가 되더라도 제 몸을 지키지 못합니다. 아니, 까만 길에서 먹사마귀가 된다면 자전거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밟을는지 몰라요. 풀이 드문 흙땅에서는 흙사마귀가 될 텐데, 가만히 보니 누런 흙땅이나 흙길을 이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4344.8.11.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