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고 잠든 아이 이른새벽부터 내내 놀면서 졸린 눈을 하던 첫째가 잠든다. 누워만 지내는 갓난쟁이 둘째 곁에서 알짱거리다가 둘째 팔을 잡고 노래를 부르더니 사르르 잠든다. 둘째는 제 팔을 붙잡은 누나를 말똥말똥 쳐다본다. 첫째는 동생이 바라보거나 말거나 모르는 채 깊이 곯아떨어진다. 옷장에 발을 뻗어 기댄 모습으로 입을 살짝 벌리며 잠든다. 아이는 제가 어린 날 어떻게 놀며 복닥이거나 치대는지를 떠올릴 수 없다. 나는 내가 어린 날 어떻게 놀며 복닥이거나 치댔는지를 떠올리지 못한다. 내 어머니나 아버지가 사진으로 몇 장 남겼다든지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떠올릴는지 모르나, 사진을 보거나 이야기를 듣는대서 환하게 되새기지는 못하리라 본다. 우리 집 두 아이는 제 어버이가 날마다 바지런히 찍어서 갈무리하는 저희 사진을 나중에 열 해나 스무 해나 서른 해나 마흔 해쯤 뒤에 돌아보면서 저희 어린 나날을 얼마나 어떻게 되새기거나 떠올리거나 아로새길 수 있을까. 생각이 짧고 마음이 얕은 어버이는 아이가 개구지거나 말똥쟁이처럼 굴 때에 쉬 나무라곤 하는데, 어설피 나무라는 바보스러운 어버이 몸짓은 훌훌 털고, 너희들 어여삐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에 깃든 사랑을 곱게 껴안아 줄 수 있기를 빈다. 깊은 밤, 이제 아버지도 드디어 찬물로 몸을 씻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새벽에 일어나 기저귀 빨래를 하려면 이제 얼른 눈을 붙여야지. (4344.7.15.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