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62] 우리들 친구

 혀가 짧아도 애쓰다 보면 혀짤배기 소리를 안 낼 수 있는지 모릅니다. 혀가 짧기에 더 힘쓰면서 혀짤배기 소리에서 벗어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혀가 짧기에 혀짤배기로도 낼 수 있는 소리를 찾아 나한테 걸맞거나 즐거울 말마디를 찾기도 합니다. 국민학교를 다니던 어린 날, 국어를 배우는 때에 으레 책에 적힌 글을 읽도록 시키는데, 나로서는 “우리의 무엇무엇” 하고 나오는 대목이 읽기 힘들었습니다. 천천히 똑똑 끊어 읽으면 읽을 만하지만, 어느 교사이든 이렇게 읽지 못하도록 했고, 동무들은 깔깔거리며 놀렸습니다. 하는 수 없이 웃음소리와 꾸지람을 무릅쓰고 빨리 읽을라치면 소리가 새거나 혀가 꼬였어요. 이때에 내가 했던 생각은 ‘책에 적힌 글을 그대로 읽으라면 어찌할 수 없지만, 내가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에는 이렇게 안 하겠어.’였어요. 어린 날 동무들이 많이 듣고 부르던 노래 〈빨간머리 앤〉에서 마지막에 나오는 대목을 나는 혼자서 조용히 “우리들 친구”로 바꾸어 불렀습니다. 이제 네 살 된 딸아이한테도 아버지는 〈빨간머리 앤〉 노래 끝자락을 “우리들 친구”로 고쳐서 부릅니다. 아이 어머니는 “우리의 친구”로 똑똑히 부를 줄 알고, 아이도 이렇게 배우지만, 아버지가 “우리들 친구”라 하니, 요새는 아이도 이렇게 부릅니다. (4344.7.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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