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갈이
손톱을 못 깎은 지 꽤 되었지만 늘 잊는다. 아이 손톱을 깎다가 문득 생각나서 내 손톱을 들여다보지만, 다른 일이 있고 아이하고 또 다른 여러 가지로 복닥이다가 내 손톱을 깎는 일은 으레 지나친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손톱을 깎은 일이 없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석 주가 지났다. 이동안 첫째 아이 손톱은 깎였나 하고 생각하다가 내 손톱을 바라본다. 내 손톱은 네 손가락이 모두 갈렸다. 오른손 넷째 손가락은 손톱이 안쪽으로 파였다. 첫째 아이를 낳아 똥오줌기저귀를 빨 때에도 손톱갈이는 늘 있었지만 이만큼 손톱갈이를 하지는 않았다. 두 아이 기저귀 빨래가 되기도 하지만, 집식구가 한 사람 늘었기 때문에 그만큼 내 몸을 더 써야 한다는 뜻이리라.
옆지기 몸이 튼튼해서 아이를 셋이고 넷이고 낳는다면? 옆지기 몸이 튼튼하다면 옆지기가 빨래를 나누어 할 테지. 이때에는 내 손톱도 덜 갈 테고. 옆지기 몸이 튼튼해서 아이를 더 낳는다 하더라도 내 손톱은 더 갈리지 않을 테며, 옆지기 몸이 여리기 때문에 두 아이를 겨우 낳아 함께 살아가기에 내 손톱은 꼭 이만큼 갈리겠구나 싶다.
얼른 첫째 손톱을 깎고, 아침밥을 안치며, 다른 반찬을 마련해야겠다. 세이레를 지내는 동안 날마다 책 한 쪽 들추기란 꿈조차 꾸기 어렵다. 그러나 임길택 님 동시를 틈틈이 들추면서 조금씩 기운을 차린다. (4344.6.1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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