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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 ㅣ 에버그린북스 1
리처드 바크 지음, 이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조나단은 갈매기 아닌 사람 이야기
[헌책방에서 찾아 읽기 1] 리처드 바크, 《갈매기 조나단》
- 책이름 : 갈매기 조나단
- 글 : 리처드 바크
- 옮긴이 : 김진
- 펴낸곳 : 삼중당 (1975.7.1.)
[130쪽] “한 마리의 새에게, 그가 자유롭고, 조금만 시간을 들여 연습하면 제 힘으로 그걸 실시할 수 있다는 걸 납득시키는 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니. 이런 일이 왜 그처럼 어려운 것일까?”
[131∼132쪽] “플레처, 너는 그런 게 싫겠지! 그건 당연해, 증오나 악의를 사랑할 수 없는 것은. 너는 스스로를 단련하고, 그리고 갈매기의 본래의 모습, 즉 그들 모두 속에 있는 좋은 것을 발견하도록 힘쓰지 않으면 안 돼. 그들이 자기 자신을 발견하도록 도와야 해. 내가 말하는 사랑이란 그런 거야. 그 점을 터득하기만 하면, 그건 그것대로 즐거운 일이야. 나는 거칠고 젊은 갈매기를 기억하고 있어. 이름은 그렇지, 가령 플레처 린드래도 좋아. 추방당해서, 죽도록 싸울 각오로, ‘먼 벼랑’에 자신의 괴로운 지옥을 세우려 했었지. 그게 지금 여기서는 어떤가, 지옥 대신 자신의 천국을 만들어 가고 있고, 그 방향으로 갈매기떼를 인도하고 있지 않아.”
[132∼133쪽] “이미 네게는 내가 필요치 않아. 네게 필요한 것은, 매일 조금씩 자기가 진정하고 무한한 플레처임을 발견해 가는 일이야. 그 플레처가 네 교사야. 네게 필요한 것은, 그 스승의 말을 이해하고, 그가 명하는 바를 행하는 일이야 … 그들에게 나에 관해 어리석은 소문을 퍼뜨리거나, 나를 신처럼 받들게 하지 말아 주게. 알겠나, 플레처? 나는 갈매기야. 나는 그저 날으는 것을 좋아해, 아마 … 알겠지, 플레처. 너의 눈이 가르쳐 주는 것을 믿어선 안 돼.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허위야. 너의 마음의 눈으로 보는 거야. 이미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찾아야 해. 그러면 어떻게 날으는지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
★ ★
내가 태어난 해에 태어난 책을 처음 알아본 때는 아마 국민학교 5학년이나 6학년 무렵이 아닐까 싶습니다. 추천도서라느니 명작이라느니 고전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습니다. 마침 우리 집에 삼중당문고로 조그마한 책이 하나 있었고, 이 책을 찬찬히 새겨 읽었습니다. 아버지가 읽은 책이었기에 집에 있었겠지요. 자유를 말한다느니, 자유로이 살아가는 넋을 말한다느니 하는 《갈매기 조나단》이라 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갈매기 한 마리처럼 훌훌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으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 생각합니다. 책을 덮고 나서, 갈매기라 하면 갈매기이지 왜 이런저런 ‘사람이름 같은 이름’을 붙이나 하고 궁금했습니다. 더욱이 갈매기 이름은 온통 서양사람 이름입니다.
예나 이제나 ‘조나단’이라는 이름에 꽤 걸립니다. 내가 갈매기라 할 때에 어떤 이름을 얻을는지를 헤아리고, 갈매기는 서로서로 무엇이라 부를까를 생각하면, 갈매기 이름은 좀 달리 붙여야 어울리겠다고 느낍니다. 이를테면 씽씽이라든지, 날쌘이라든지, 미끈이라든지, 큰날개라든지, 작은부리라든지, 매서운눈이라든지, 하얀구름이라든지, …….
자연에서 자연 가운데 하나로 살아가는 목숨이라면 자연에서 얻은 이름을 붙이며 살아가리라 생각합니다. 지난날 북중미 토박이가 쓰던 이름처럼 말예요.
《갈매기 조나단》을 돌이켜보면, 이 책을 쓴 분은 갈매기에 빗대어 사람살이를 이야기했다고 느낍니다. 책에는 갈매기들만 나오지만, 갈매기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사람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해야 걸맞지 싶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다툼이나 미움이나 사랑이나 꿈이나 아름다움을 조곤조곤 나누고 싶었기에 이러한 책을 썼다고 생각합니다.
스물 몇 해만에 다시 들추어 읽다가 덮습니다. 나는 내 아이한테 이 책을 물려줄 만할까? 내 아이한테 이 책을 읽혀야 할까? 썩 정갈하거나 깔끔하지 못한 옮김말이 내키지 않고, 굳이 책으로 읽히지 않더라도 시골자락 숲과 들에서 홀가분한 꿈을 하루하루 곱새기도록 이끌면 넉넉하지 않을까? (4344.6.5.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