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삶
― 첫째 아이 사진과 둘째 아이 사진



 2008년 8월 16일에 첫째 아이를 낳았습니다. 2011년 5월 21일에 둘째 아이를 낳았습니다. 첫째 아이를 낳던 날부터 둘째 아이를 낳던 날까지 집에서 살붙이 사진을 어떻게 찍었는가를 돌아봅니다. 날마다 서른 장쯤 줄기차게 찍었습니다. 한 달이면 구백 장쯤 되는 셈이고, 열두 달 한 해가 되면 만 장을 웃돕니다. 두 돌이면 이만 장이 되며, 석 돌이면 삼만 장을 웃돌아요.

 둘째를 낳고도 사진찍기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조금 다릅니다. 둘째 아이 사진은 첫째 아이 때만큼 바지런히 찍지 못합니다.

 둘째한테는 사랑이 시들거나 줄었기에 사진을 덜 찍지 않습니다. 첫째를 훨씬 귀엽게 바라보고 싶기에 둘째 사진을 덜 찍지 않아요.

 몸이 받치지 못하니 둘째 아이 사진을 덜 찍고 맙니다. 첫째 아이한테 마음을 쓰고 둘째 아이한테 몸을 쓰니 사진기를 쥘 겨를이 아주 줄어듭니다. 빨래거리만 하더라도 곱배기로 늘고, 밥을 하거나 집일을 하거나 집살림 돌보는 데에도 곱배기로 마음을 쏟아야 합니다. 이동안 사진기를 쥐기란 몹시 벅찹니다.

 더 곱씹어 봅니다. 우리 집에 아이가 오기 앞서는 옆지기 삶자락을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이러다가 첫째 아이한테 천천히 넓어지고, 이제 둘째 아이한테까지 찬찬히 이어집니다. 옆지기하고 도시에서 살던 때에는 도시에서 사진감을 얻어 헌책방과 골목길과 자전거를 즐겨찍었습니다. 첫째 아이를 낳고 두 돌이 될 무렵 시골로 살림을 옮기며 ‘도시에서 얻어 즐기던 사진감’을 더는 즐기지 못합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며 도시 삶자락을 사진으로 담을 수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시골에서는 ‘시골에서 얻어 즐길 사진감’이 있어요. 숲이 있고 나무가 있으며 풀이 있습니다. 시골살림이 있고 텃밭이 있으며 마당에서 뛰노는 아이가 있어요. 도시에서 지내며 ‘헌책방 살림살이 자취를 아침 낮 저녁 밤, 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살폈다면, 시골에서는 ‘푸나무 한살이 자취를 새벽 아침 낮 저녁 밤, 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또는 달과 날’에 따라 살핍니다.

 도시에서 살던 때에는 아이가 집에서 노는 사진을 비롯해서 함께 골목마실이나 헌책방마실을 하던 모습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이밖에 달리 도드라지거나 눈여겨볼 만큼 새삼스러운 사진을 빚지 못합니다. 멧골자락으로 살림을 옮긴 뒤로는,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노는 사진을 비롯해서 가끔가끔 도시로 골목마실이나 헌책방마실을 다닐 때에 몇 가지 모습을 사진으로 찍기도 하는데, 여기에 ‘마실을 다니며 오가는 길에 느끼는 모습’을 함께 사진으로 담습니다. 그리고, 시골집에서는 숲길을 거닌다든지 논두렁에서 쑥을 뜯는다든지 텃밭에서 호미를 들고 일한다든지 하는 모습을 차곡차곡 담습니다.

 더 나은 사진이나 덜 떨어지는 사진은 없습니다. 두 어버이가 낳아 두 어버이가 함께 돌보며 살아가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담는 사진이란, 두 어버이가 아이와 마주하는 사랑이 빚는 열매입니다. 더 예뻐 보이도록 찍을 까닭이 없습니다. 더 잘나 보이도록 찍는다든지, 가장 빛나 보이도록 찍지 않아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양새 그대로 찍습니다. 오늘은 오늘대로 찍으면서 마주 바라봅니다. 그러니까, 두 돌 아이한테는 두 돌 아이 사진을 찍습니다. 서른 달 아이한테는 서른 달 아이 사진을 찍고, 서른두 달 열흘 아이한테는 서른두 달 열흘 아이 사진을 찍어요.

 갓 태어난 둘째를 바라보는 자리에서도 똑같습니다. 이제 막 갓 태어났으니, 갓 태어난 살결을 고스란히 옮기는 사진입니다. 온누리에서 가장 빛나는 아이가 아니라, 우리 집에서 우리 살붙이로 사랑스러운 아이로 마주하면서 담는 사진이에요.

 다만, 참 바쁩니다. 눈코 뜰 사이가 없을 뿐더러, 밤이라 해서 느긋하게 발 뻗고 잘 수 없습니다. 밤새 아기 칭얼거림을 맞아들여야 하고, 아기 기저귀를 갈며, 첫째 밤오줌 가리기를 하자며 덥석 안아서 오줌그릇에 앉혔다가 다시 잠자리에 눕히기를 해야 합니다. 등허리를 반듯하게 펼 날이란 없으며, 손에서 물기 마를 겨를이란 없습니다. 그래도, 첫째를 낳아 살아가던 때처럼 밥을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모르지는 않아요. 밥은 어김없이 입으로 먹고, 숨은 코로 쉽니다.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지 못하는 나날이지만, 이렇게 헐떡이는 대로 때때로 사진기를 손에 쥐어 첫째랑 둘째가 저마다 이 작은 시골집에서 어우러지는 나날을 한 장 두 장 갈무리합니다.

 너무 바빠서 잊어버리는 하루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지쳐서 잃어버리는 오늘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고단해서 눈을 질끈 감는 삶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무거워 억눌리는 꿈이 되고 싶지 않아요. 사랑하는 옆지기와 아이하고 오순도순 지내는 웃음과 눈물을 하나하나 사진이라는 틀에 담고 싶습니다. (4344.5.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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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11-05-27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째가 태어났었군요.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2011-05-27 19:2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둘 모두 사랑스레 잘 살아가는 좋은 길동무가 되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