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새벽에


 곤죽이 되도록 일한 날이라면 밤에 일어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이 또한 곤죽이 되도록 논 날이라면 밤에 기저귀에 쉬를 할 뿐, 못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어느 날부터 밤오줌을 가립니다. 곧 세 돌이 다 차는 아이는 잘 때에 기저귀를 대지만, 이제 기저귀에 오줌을 누는 일은 퍽 드뭅니다. 한 주에 한 번쯤만 기저귀에 쉬를 합니다. 밤에 “쉬 마려.” 하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이가 밤에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곧바로 깹니다. 아이 기저귀를 풉니다. 졸음에 겨워 해롱거리는 아이를 안고 오줌그릇에 앉힙니다. 아이는 꾸벅꾸벅 졸면서 쉬를 눕니다. 쉬를 다 누면 팔을 벌려 안깁니다. 번쩍 안아서 자리에 눕히면 이내 곯아떨어지고, 다시 기저귀를 채운 다음 이불을 여밉니다.

 아이가 갓난쟁이일 때에는 밤에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밤새 오줌기저귀를 가느라 누워서 눈을 감았다 하면 도로 떠야 하는 판이었습니다. 요즈음은 밤에 한 번만 깨면 되고, 아이 쉬를 누인 다음 아버지도 쉬를 누자며 바깥으로 나옵니다. 아이 쉬를 누이며 바깥으로 나와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또는 새벽하늘을 바라봅니다. 별이 알뜰히 빛나는 하늘을 껴안습니다. 밤에 우는 새와 새벽에 우는 새를 헤아립니다. (4344.5.8.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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