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海天空下(シャンハイのそらのした) (大型本)
英 伸三 / 日本カメラ社 / 200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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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부사 신조' 사진책은 모두 두 가지가 뜬다. 내가 바라는 이 책은 없을 뿐더러, 하나부사 신조 님한테 대표가 될 만한 다른 사진책 또한 안 뜬다. 그래도, 이 사진책에 살짝 걸어 놓으면서, 이이가 보여주는 사진길이 무엇인가를 밝혀 보고 싶다. 하나부사 신조 님 다른 사진책들을 구경할 수 있는 날이 있을까...

 

어린이 사진책으로 물삶을 보여주는 마음
어린이가 읽는 사진책 3 : 하나부사 신조(英 伸三), 《みず》(福音館書店,1982)



 사람은 밥을 먹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합니다. 한국사람이나 일본사람이나 중국사람, 웬만한 아시아사람은 밥을 먹으며 목숨을 잇습니다. 서양사람은 빵을 먹으며 목숨을 잇는다 할 만하겠지요. 그런데 막상 한국에서는 ‘목숨을 잇는 고마운 밥’ 이야기를 다루는 글책이나 그림책이나 사진책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더 맛나거나 멋지게 차리는 밥’을 ‘요리(料理)’라는 이름으로 붙인 책만 있을 뿐입니다. 한자말 ‘요리’ 말뜻을 살피면 그저 ‘밥하기’일 뿐이지만, ‘요리책’은 만들어도 ‘밥하기책’이나 ‘밥책’은 만들지 못하는 이 나라 어른들입니다.

 날마다 한 끼이든 두 끼이든 세 끼이든 네 끼이든 밥을 먹는 한국사람입니다. 흰쌀로 짓든 누런쌀로 짓든 보리쌀이나 온갖 곡식으로 짓든, 밥을 먹는 한국사람입니다. 밥짓기야 누가 누구한테 따로 어찌저찌 가르치지 않아도 다 할 만하다 여길는지 모릅니다. 요즈음은 전기밥솥에 물 얼추 맞춰 붓기만 하면 알아서 밥이 다 된다 할 만합니다. 찰밥이든 오곡밥이든 감자밥이든 쑥밥이든, 그냥 전기밥솥이 해 준다 할 수 있어요.

 더 많은 기계를 쓰고 새로운 전자제품을 쓰면서 집집마다 다 다르게 꾸리던 살림살이가 사라졌다 할 수 있습니다. 내 손으로 논을 일구고 가을걷이를 해서, 낟알을 털고 방아를 찧은 다음, 키질과 조리질을 거쳐, 불린 쌀을 불세기를 살피면서 짓던 밥이 아니기에, ‘밥을 하는 흐름’을 애써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리거나 사진으로 찍을 까닭이 없을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품을 들여 밥을 하든, 전기밥솥을 쓰든, 우리가 오늘 살아가는 밥삶 모습을 고스란히 이야기 한 자락으로 담을 수 있을 때에, 우리 집부터 내 아이한테 ‘밥이란 이렇게 해서 고맙게 한 그릇을 비울 수 있단다’ 하고 사랑을 물려주리라 생각합니다. 밥때가 되었으니 꼭꼭 씹어 얼른 흘리지 말고 먹으라 하는 데에서는 사랑을 물려주지 못하겠지요. 냄비밥으로 밥을 하든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든 무쇠솥을 쓰든, 밥솥에 안치기까지 쌀이 어떤 길을 거쳤고, 쌀이 되기 앞서 벼였으며, 벼이기 앞서는 모요, 모로 내기 앞서는 ‘벼 씨앗’인 볍씨인 줄을 헤아리는 흐름을 어른부터 스스로 느끼고 아이와 함께 살피면서, 이야기 한 자락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밥하기와 맞물려 설거지하기로도 얼마든지 깊고 너른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밥하기에서는 온갖 반찬을 하는 매무새라든지, 부엌살림 쓰는 이야기가 더 태어납니다. 집안을 구석구석 쓸고닦는 이야기도 따로 있고, 옷가지를 빨래하는 이야기도 따로 있으며, 옷가지를 손질하거나 마련하는 이야기도 따로 있어요. 살림은 예쁘장한 그림으로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날마다 오랜 겨를을 많은 품을 들여 따사롭게 사랑하면서 어깨동무하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한국에서는 가장 밑바탕이 될 살림살이부터 글로든 그림으로든 사진으로든 다루지 못하거나 안 다루기 때문에 다른 문화이든 예술이든 교육이든 정치이든 환경이든 제자리를 잃거나 잊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사진책 《みず(물)》(福音館書店,1982)를 넘기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합니다. 일본 복음관서점에서 “かがくのとも傑作集(과학동무 빛나는 책)”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열아홉째 책인 《みず》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사진쟁이 가운데 하나인 ‘하나부사 신조(英 伸三)’ 님이 빚은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는 손꼽히는 사진쟁이가 ‘어린이 사진책’을 내는 일이 거의 없거나 아주 드물거나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만, 일본에서는 손꼽히는 사진쟁이들이 곧잘 ‘어린이 사진책’을 내놓습니다. 사진감으로 ‘어린이’를 삼는 이들이 곧잘 ‘어린이부터 함께 즐기는 사진책’을 마련해요.

 사람은 밥과 함께 물이 없으면 목숨을 잇지 못합니다. 어린이 사진책 《みず》는 바로 물을 다룹니다. 사람한테 없어서는 안 되는 더없이 고마운 님은 물을 다룹니다. 사람한테 반드시 있어야 할 첫째를 꼽자면 바람이 되겠지요. 물을 안 마시고 몇 날을 버틴다고 하더라도 숨을 들이마시지 않고는 몇 분조차 버틸 수 없을 테니까요. 여느 사람은 몇 분이 아닌 일 분조차 못 버틸 테고요.

 그러면, 한국에서는 ‘바람’을 다루는 사진책이나 그림책이나 글책이, 또 ‘물’을 보여주는 사진책이나 그림책이나 글책이, 여기에 ‘밥’이라든지 ‘옷’이라든지 ‘집’을 다루는 사진책이나 그림책이나 글책이 얼마나 될까요. 곁에서 늘 마주하거나 보듬거나 살피거나 돌봐야 할 살림살이를 책으로 얼마나 담아낼까요.

 연필이나 종이나 신발이나 젓가락이나 가방은 얼마나 잘 살피는 한국사람이라 할 만할는지요. 나무나 풀이나 꽃이나 짐승이나 들판이나 논밭이나 멧자락이나 바다나 소금밭은 어느 만큼 알뜰히 돌아보는 한국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요. 저잣거리나 골목길이나 바닷마을이나 동굴이나 숲은 어떻게 바라보는 한국사람이라 할는지요.

 사진책 《みず》는 아이들이 제 둘레에서 마주하거나 느낄 물을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사진책 《みず》는 ‘과학동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책 가운데 하나이지만, 애써 ‘과학’이라는 틀에 맞추지 않아도 될 사진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과학으로 바라보자면 과학이지만, 삶으로 바라보면 삶입니다. 고마운 님으로 바라보면 고마운 님이요, 아름답거나 즐거운 놀이로 바라보면 아름답거나 즐거운 놀이예요.

 후두두둑 떨어지는 빗물을 느낍니다. 꽁꽁 언 얼음을 느낍니다. 냇물에 고개를 처박고 물속을 들여다봅니다. 도시에서는 따로 헤엄터를 찾아갑니다. 물고기가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바닷가에서 바닷물이랑 신나게 어우러집니다. 돌멩이 하나를 못물에 살짝 던져 물결이 이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목마른 사람과 고양이가 목을 축입니다. 사람뿐 아니라 골목고양이도, 비둘기도, 까치도, 참새도, 골목개도, 들짐승도, 새앙쥐도, 물을 마시지 않고는 목숨을 잇지 못합니다. 과학으로 들여다보기 앞서 아주 살가운 내 삶인 물입니다.

 고드름에 볼을 댑니다. 물이 얼어 얼음이 됩니다. 얼음이 녹아 봄이 되면 따사로운 날씨에 따라 숱한 푸나무가 봄비를 맞으며 새싹과 새잎을 틔웁니다. 물을 머금으면서 햇볕을 쬐고, 물을 맞아들이면서 바람을 쐬며, 물과 함께 밥을 먹습니다.

 아무래도 오늘날에는 물을 맑고 시원하게 얻는 삶보다는 돈을 더 많이 오래 벌 수 있는 삶을 찾아 보금자리를 마련하거나 일자리를 얻을밖에 없겠지요. 수도물이 못미더우면 먹는샘물 사다 마시거나 정수기를 달면 된다고 여기겠지요. 돈이 있으면 프랑스에서 날아온 물을 사다 마실 수 있고, 평창에서든 제주에서든 마음껏 사다가 쓸 수 있을는지 모릅니다. 내 몸을 이루는 2/3가 물이건 말건, 내 몸 어느 한구석도 돈으로 이루어지지 않건 말건, 물을 물 그대로 바라보거나 맞아들이지 못하는 요즈음 삶터입니다.

 생각해 보면, 한국땅에서는 물을 물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어른투성이입니다. 삽질을 막자는 목소리가 드높습니다. 그러나 커다란 삽질을 막는다 한들, 커다란 도시에 깃든 아파트나 살림집마다 내놓는 생활폐수는 어떻게 할까요. 한국에 가득 있는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에서 내놓는 열폐수는 어떻게 하나요. 공장마다 수없이 쏟아내는 공장폐수는 어쩌지요. 2013년쯤이면 한국땅 자동차 보유대수는 2000만 대가 넘어선답니다. 이 어마어마한 자동차마다 내뿜는 배기가스는 이 나라 물을 얼마나 맑거나 시원하게 지켜 줄까요. 삽질을 막는다고 물길을 살리지 못합니다. 원자력발전소를 줄이거나 없앤들 내 살림집 전기 씀씀이를 줄이지 않거나 내 물건 씀씀이를 가누지 않고는 열폐수와 공장폐수로 더럽혀지는 물길은 똑같이 더러워지고 맙니다. 돈을 들여서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을 살리지 못하듯, 돈을 들여서 더 맑거나 시원한 물을 마실 수는 없어요. 돈을 더 들인다 해서 아이가 더 똑똑하게 자라며 똑똑한 어른으로 홀로서기를 하지 않습니다.

 아이한테는 사랑보다 고마운 손길이 없습니다. 들과 멧자락과 바다와 하늘과 흙에는 돈이 아닌 사랑어린 손길로 살포시 보듬는 마음결이 없다면 맑은 넋이 깃들 수 없습니다. 사진책 《みず》는 아이들한테 과학 지식을 들려줄 생각이 없습니다. 사진책 《みず》는 아이들한테(또 이 사진책을 아이들한테 읽힐 어른들한테) 물이란 참말 무엇이고 물이란 우리 곁에 어떻게 있으며 물이란 내 삶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사랑과 믿음으로 살펴보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여줍니다. (4344.4.2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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