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아이 새벽맞이와 책읽기


 아버지는 네 시 반에 일어나서 글쓰기를 하려 한다. 네 살 아이는 다섯 시 반에 칭얼거리다가 일어난다. 아이가 엊저녁에 일찍 잤다면, 아주 일찍, 그러니까 다섯 시나 여섯 시나 일곱 시쯤 잠들어 밤새 고이 자다가 새벽 다섯 시 반에 일어난다면 토닥토닥 달래며 함께 놀아야겠지 하고 느낀다. 그렇지만 어제 하루 졸리면서 낮잠을 꾸욱 참고 저녁까지 맞이하면서 저녁에도 일찍 잠들지 않고 겨우겨우 잠들다가는 새벽 다섯 시 반에 일어나서 달라붙으면 그만 혀를 내두르고 만다.

 아이 어머니는 큰방으로 나와서 아이를 옆에 누우라 한다. 아이는 어머니 곁에 눕지 않는다. 큰방 바닥에 널브러진 그림책 하나를 펼친다. 어제 아이가 보고는 그대로 그 자리에 놓은 그림책이다. 아직 어스름이 깔려 어두운데 저렇게 책을 보아도 되나 걱정스러워 불을 켜고 싶지만 불을 켜지 않는다. 조금 기다리면, 1분 2분 3분이 지나며 먼동이 트니까, 차츰 밝는 바깥 빛살을 받아들이도록 해 주자.

 아이는 그림책을 다 보고는 아버지 옆으로 와서 무릎에 머리를 받치고 누웠다가 방바닥에 모로 누웠다가 한다. 아이 어머니가 일어나 아이를 부른다. 둘이 옆방으로 들어간다. 아이가 부시럭거리는 소리를 한참 듣는다.

 한숨을 돌리고 아이한테 간다. 아이는 눈을 뜬 채 누웠다. 일어나고는 싶은데 몸이 힘들고, 그렇지만 잠을 자기는 싫은가 보다. 아이 볼에 아버지 볼을 대고 살며시 말을 건다. 예쁜 돼지 조금 더 코 자고 이따가 쑥 뜯으러 가자고, 학교에 가서 언니 오빠 들하고 놀려면 조금 더 코 자야지, 안 그러면 몸이 힘들어서 잘 못 논다고, 아버지는 쌀 씻고 더 일을 할 테니까 벼리는 코 자고 이따가 놀자고, 소곤소곤 말을 건다.

 생각해 보면, 아버지 되는 사람이 젊을 적, 밤 열두 시나 한 시에 잠들더라도 새벽 두어 시에 일어나 신문배달을 했고, 늦게 자더라도 일찍 일어나며 하루를 보내곤 했다. 아이는 늦게 잠들었어도 금세 몸이 개운해지는지 모른다. 어버이로서 더 기운을 차리고 새삼 기지개를 켜면서 새벽 일찍 일어나려는 아이를 반가이 맞이해야 하는지 모른다. 아이는 아직 아이일 테니까, 새벽 일찍 일어났으면 낮잠을 자 주지 않겠나. 어쩌면 오늘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고도 낮잠을 다시 거르며 저녁까지 칭얼댈는지 모르리라. 그래도 어버이라면 아이를 더 예쁘게 바라보며 더 고운 말씨로 따스히 토닥이며 얼싸안아야 하지 않겠나.

 아이를 다시 들여다본다. 발로 바닥을 통통 차더니 이내 잦아든다. 눈을 살며시 감았다. 조용히 잠들어 주려나 보다. 고맙다, 예쁜 아이야. (4344.4.1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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