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도룡뇽


 집식구가 다 함께 마실을 나선다. 새벽 여섯 시 오십 분에 읍내에서 나오는 첫 시골버스를 타려고 부산을 떨며 길을 나선다. 사람이나 자동차가 거의 안 다니는 우리 집 앞쪽 길을 걷는다. 비가 그치며 맑게 갠 길을 걷는다. 길바닥에 점점이 무언가 보인다. 버스 때를 놓칠까 봐 바지린히 걷다가 밑을 내려다본다. 개구리가 또 자동차에 밟혀 죽었나 하고 들여다보다가 뭔가 다른 생김새에 고개를 갸웃한다. 한 마리 두 마리 …… 열 마리 남짓 들여다본 때에 문득 깨닫는다. 이런, 도룡뇽이잖아?

 아직 조그마한 도룡뇽, 그러니까 도룡뇽 새끼들, 아니 새끼 도룡뇽들이 잔뜩 밟혀 죽었다. 자동차가 거의 안 다니는 이 시골길에서마저 이렇게도 많은 새끼 도룡뇽들이 차바퀴에 깔려 죽었다.

 자동차가 거의 안 다니는 시골 안쪽이기 때문에, 이 둘레 논자락에서 도룡뇽이 알을 깨겠지. 알을 깬 도룡뇽이 먹이나 물이나 보금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그 느리며 더디고 작은 걸음은 뜸하게 다니는 자동차라 하더라도 그예 납짝쿵이 되도록 밟힐밖에 없겠지.

 죽은 도룡뇽보다 산 도룡뇽이 많기를 비손한다. 아니, 몇 마리라도 살아남았으면 올 한 해 고이 지내면서 이듬해에 새 새기 도룡뇽이 태어나도록 둘레 논자락에 알을 풀겠지. 사람이 살아갈 터가 늘어나며 도룡뇽이 살아숨쉴 터는 더 줄어든다. 도룡뇽을 마주하기 힘드니 도룡뇽을 이야기할 사람이 없고, 도룡뇽을 그림으로 그린다든지 도룡뇽을 노래한다든지 도룡뇽 한삶을 글로 적어 보려는 사람 또한 없다. (4344.4.1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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