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44] 먹는빵

 먹지 않는 빵이란 없습니다. 그런데 식빵은 ‘먹는빵’이라 이름이 붙습니다. 어릴 때부터 식빵이라는 이름이 참 얄궂다고 느꼈습니다. 한자로 ‘먹을 食’을 붙여 ‘食빵’이라니, 밥을 가리켜 ‘食밥’이라 하지 않는데, 빵 가운데에서 ‘식빵’은 아주 다른 빵을 가리키는 이름이 되고 맙니다. 밥처럼 먹는 빵이래서 식빵이라 이름을 붙였는지 모릅니다. 여느 빵과는 다르게 밥처럼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빵이기에 식빵이라는 이름이 걸맞는지 모릅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마시는 물을 놓고도 굳이 ‘먹는물’이라 따로 가리키기도 하고, 이를 한자말로 옮겨 ‘食水’나 ‘食用水’라고도 합니다. 물이라면 으레 마시기 마련이지만 ‘마실물’이라 하는 한편, 한자말로 거듭 옮겨 ‘飮料水’나 ‘飮用水’라고까지 하곤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음료수’는 여느 마실거리가 아닌 탄산음료 같은 마실거리를 가리키는군요. 어떻게 바라본다면 딱히 얄궂다 하기 어려운 낱말인 ‘식빵’일는지 모릅니다. 우리 말삶에서는 이런 말마디 아니고는 좀처럼 알맞다 싶은 낱말을 빚기 어려운지 모릅니다. 밥처럼 먹는다면 ‘밥빵’일 텐데, 우리 말로 이름을 붙이면 우습거나 안 어울린다고 여겼을까요. 예쁘면서 잘 어울릴 이름은 ‘식빵’뿐일까요. (4344.3.1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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