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순우리말을 알려주셔요
 : 순우리말이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흔히 ‘순우리말’이라 할 때에 ‘純’은 ‘깨끗한’이나 ‘티없는’을 뜻하는 한자로 적는데, 우리말에도 ‘순’이라는 낱말이 있어요. “순 거짓말”이나 “순 바보”라 할 때에 쓰는 ‘순’이에요. 우리말 ‘순’은 좋지 않은 무언가를 가리키는 자리에만 쓴다고 하지만, 우리 말사랑벗부터 이 토박이말을 알뜰히 북돋우면서 ‘순 우리말’처럼 써 볼 수 있어요. 이렇게 하면 “아주 우리말”이란 소리가 되고, 한자나 영어나 일본말 따위가 깃들지 않은 낱말, 곧 이 나라에서 예부터 옛사람이 익히 즐겁게 써 오던 낱말을 가리킬 수 있어요. 아무튼, ‘순 우리말’로는 “하늘, 바람, 땅, 흙, 물, 햇볕, 그림자, 손, 얼굴, 몸, 사랑, 발바닥, 발톱, 꿈, 잠, 밥, 옷, 일, 놀이, 이야기, 말, 웃음, 눈물, 슬픔, 괴로움, 고단함, 참다, 먹다, 베풀다, 나누다, 믿다, 보다, 쓰다, 찾다, 걷다, 바다, 길, 동무, 어른, 어린이, 계집, 사내, 장사, 돈, 밑, 위, 오른쪽, 왼손, 가운데, 한복판, 동그라미, 네모, 물결, 이랑, 고랑, 논밭, 수수하다, 투박하다, 여느, 온, 즈믄, 날, 달, 해, 하나, 둘, 셋, 읽다, 받다, 주다, 챙기다, 빼앗다, 싸우다, 맑다, 곱다, 환하다, 똑똑하다, 어리석다, 방귀, 똥, 자지, 보지, 젖, 배, 엉덩이, 아기, 뚱뚱하다, 마르다, 홀쭉하다, 파리하다, 살결, 목, 털, 수염, 손톱깎이, 신나다, 재미나다, 맛있다, 쓸모있다, 값어치, 기름, 종이, 하양, 빨강, 풀, 나무, 꽃, 잎, 주머니, 보름, 이태, 그믐, 어머니, 동생, 누이, 언니, 할아버지, 바구니, 그릇, 돌, 깨, 가시, 물고기, 돌보다, 살피다, 보살피다, 안다, 어울리다, 예쁘다, 밉다, 고맙다, 구름, 비, 눈, 별, 무지개, 미리내, 골짜기, 냇물, 멧토끼, 도랑, 도토리, 울타리, 징검다리, 지게, 땔감, 밥, 숟가락, 비녀, 댕기, 목도리, 바느질, 길쌈, 바늘, 실, 빨래, 옹알이, 줄, 금, 그림, 글, 예전, 오늘, 어제, 앞, 뒤, 사람, 빠르다, 누비다, 개, 고양이, 새벽, 아침, 반갑다 ……” 들이 있습니다.

 8. 한자말이 우리말 가운데 절반이 넘나요
 : 한자말이 우리말 가운데 절반을 넘지 않습니다. 다만, 국어사전에 실린 한자말 숫자는 절반을 넘습니다. 그런데, 국어사전에 실린 한자말 가운데 말사랑벗이 알 만하거나 쓸 만한 낱말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세어 보셔요. 국어사전에는 말사랑벗뿐 아니라 어른이나 전문가조차 알 수 없는 낱말이 잔뜩 실렸습니다. 우리가 안 쓰는 한자말이 너무 많이 실렸을 뿐 아니라, 예전 조선 때에 궁궐사람이나 지식인만 주고받던 한문 낱말을 아무렇게나 싣기까지 했습니다. 우리가 쓸 까닭이 없으며 모르는 군더더기 한자말을 국어사전에 덜고 나면, 국어사전에 실릴 한자말은 아마 1/4쯤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또 국어사전에 제대로 안 실은 우리말을 차근차근 싣는다면, 국어사전에서 한자말이 차지할 자리는 1/10쯤 되겠지요.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대목이 있어요. 요즈음 사람들이 흔히 쓰는 ‘한자말’은 그냥 한자말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일본 제국주의자 때문에 흘러든 ‘일본말’입니다. 지난날에는 중국사람이 쓰던 중국 한자말을 양반이나 권력자가 즐겨썼고, 요즈음에는 일본사람이 쓰는 일본 한자말을 누구나 아무렇게나 즐겨씁니다. 겉보기로는 한자말이지만, 속알맹이를 살피면 예전에는 중국말이고 오늘날에는 일본말을 쓴다고 해야 맞습니다.

 9. 왜 우리는 한자로 이름을 지어야 하나요
 : 왜 그럴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셔요. 우리가 한자로 이름을 지은 지는 기껏해야 백 해가 채 안 되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지난날에는 양반만 이름을 지을 수 있었고, 양반은 모두 한자로 이름을 지었어요. 더구나, 양반 가운데 남자한테만 항렬을 따지고 십이지를 따지며 한자로 이름을 지었고, 양반 가운데 여자한테는 아무 이름이나 붙이곤 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양반 계급과 권력이 무너지’면서 여느 사람들도 권리를 찾자면서 여느 사람들 또한 이름을 한자로 붙였어요. 이때부터 비로소 한자이름이 막 퍼졌습니다. 그러니까, 굳이 한자로 이름을 지어야 할 까닭이 없기도 하고, 이름이란 내 아이한테 가장 사랑스러우며 어버이로서 가장 아끼거나 좋아할 낱말을 살펴서 붙여야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10. 욕을 써서는 안 되는 까닭은 뭔가요
 : 욕을 써서 안 되는 까닭은 없습니다. 욕을 안다면 욕을 할 수 있고, 욕이 나오는 때라면 욕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욕이 나와서 욕을 할 때에는 나한테서 욕을 듣는 사람 마음이 다칩니다. 그리고, 내 욕을 듣는 사람이 나 때문에 마음이 다칠 뿐 아니라, 욕을 하는 사람 스스로 마음을 갉아먹습니다. 다른 사람 마음을 다치게 하는 말을 할 때에는, 이러한 말을 하는 사람부터 스스로 제 마음을 갉아먹기 마련입니다. 듣는 사람 마음을 다치게 하니까 욕이 안 좋다고도 하지만, 이에 앞서 말하는 사람부터 착하거나 참답거나 고운 마음을 북돋우는 길하고는 사뭇 동떨어지기 때문에 욕을 쓰지 말자고 이야기합니다.

 11. 욕은 언제 생겼나요
 : 욕이 언제 생겼는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욕이란 거친 말입니다. 거친 말이란 사랑하며 하는 말이 아닙니다. 사랑하며 서로를 감싸는 말이 아닌 욕인 만큼, 이런 말이 처음 생긴 때라면, 사람들이 서로를 사랑하거나 아끼는 때가 아닌, 사람들이 서로를 미워하거나 괴롭히는 때였겠지요. 이를테면 전쟁이 터지는 때에는 사람들 삶이 팍팍하며 괴롭습니다. 우리 쪽에서 전쟁을 일으키든 바깥에서 전쟁이 찾아들어 고달프든, 사람들 마음에서 저절로 욕이라고 하는 거친 말을 내뱉고 싶어질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이 제 손으로 흙을 일구어 살림을 꾸리던 조촐하며 아늑하던 나날에는 욕이 생기지 않습니다. 무기를 만들어 이웃사람 살림이나 곡식을 빼앗는다든지 땅을 넓히려 할 때에 비로소 욕이 생깁니다.

(최종규 . 2011 -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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