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서 아이 머리 쓰다듬기


 날이면 날마다 꾸지람을 듣는 아이가 울먹이면서 잠자리에 든다. 아이는 틀림없이 더 놀고 싶으니까 졸립거나 힘들면서도 꾹꾹 참을 테지. 더 놀겠다는 아이를 나무라거나 꾸중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버이로서 조금 더 따스히 보듬으면서 안거나 달래거나 타일러야 옳다. 아이로서는 가슴이 후련하도록 놀지 못했으니까 어버이 되는 사람이 아이 가슴을 후련하게 뻥뻥 뚫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어버이 스스로 몸이 힘들거나 지친다면서 먼저 뻗어 드러눕는다면, 아이는 어떻게 될까. 어버이 되는 사람은 몸이 힘들면서도 아이를 생각하며 다시금 기운을 내거나 새롭게 기운을 차리며 한 번 더 따스히 껴안을 사람이 아닌가.

 날마다 아이를 꾸짖는 말을 되풀이하다 보면, 어버이 되는 사람부터 더 쓸쓸하고 메마른 마음이 가득 차고 만다고 느낀다. 아이를 조금 더 따스히 바라보면서 보드라운 말씨로 타이르도록 이끌며 살아야겠고, 한 번 더 따사로우면서 사랑어린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도록 내 매무새부터 다스려야 한다고 다짐한다.

 잠자리에서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몸을 옆으로 돌리지도 못하면서 한손으로 아이 머리를 쓰다듬고 가슴을 천천히 토닥이면서 말을 건넨다. 벼리야, 미운 벼리나 나쁜 벼리 아닌 착한 벼리는 어디로 갔니. 벼리 너도 힘들고 졸릴 때에는 포근히 잠자야지. 힘들면서 더 놀려고 하니 너 스스로 자꾸 악이 받치잖니. 힘드니까 자고 졸리니까 자야지. 즐겁게 일찍 자고 즐겁게 일찍 일어나서 또 놀면 되잖아. 자꾸 억지하고 땡깡만 부리면 너도 힘들고 어머니랑 아버지도 힘들잖아. 놀 때에는 신나게 놀고, 밥먹을 때에는 맛있게 밥먹으며, 졸릴 때에는 그냥 새근새근 자면 되잖아. 이제 그만 울고 예쁘게 잘 자렴.

 아이한테 하는 말은 고스란히 나한테 하는 말이다. 아이한테 말을 건네면서 토씨 하나 낱말 하나 엉터리로 나오지 않도록 가다듬는데, 나는 어떻게 살아야겠는가. 어느덧 슬슬 곯아떨어질 즈음, 밀려드는 졸음을 한 번 더 참으면서 생각한다. 토씨와 낱말 하나 바르게 다독이며 예쁜 말이 되도록 마음을 쏟듯이 사랑도 손길도 살림도 어느 하나 모자라거나 빠지거나 어수룩한 데가 없도록 더 힘을 쏟으며 추슬러야 한다. 힘이 닿지 못하는 곳은 틀림없이 있다. 힘이 닿지 못하는 곳은 틀림없이 있으니까, 다시금 새롭게 생각하고 살피며 힘을 또 내야 한다. (4344.3.1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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