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고 책읽기


 아침마다 밥을 해서 차리고, 밥을 먹인 뒤 치우며, 밥그릇을 설거지한 다음, 비로소 한숨을 돌리면 어느덧 한낮입니다. 하루란 참 빨리도 흐르는군요. 이렇게 흐르는 나날이 쌓이거나 모이면서 아이하고 함께 살아온 지 세 해가 꽉 차는 올해입니다. 올해에는 첫째 아이에 이어 둘째 아이가 태어납니다. 둘째가 태어나 두 아이와 한 어른한테 밥을 먹이는 살림을 꾸리자면, 아마 겨우 기지개를 켤 만큼 숨돌릴 때란 한낮이 아닌 저녁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기지개를 켤 말미란 한 차례도 없을는지 몰라요.

 두 아이를 보듬는 동안 글조각을 만질 틈이란 하나도 없을는지 모릅니다. 아마, 글조각은커녕 책줄 하나 읽지 못할 수 있겠지요.

 예부터 어르신들은 젊은이한테 말씀했습니다. ‘젊은이들아(또는 아이들아), 눈이 밝을 때에 책을 읽어라.’

 나는 생각합니다. ‘아아아, 아이가 잠들었을 때에 두 눈 부릅뜨고 한 줄이라도 읽어라. 아이가 아직 하나일 때에 두 줄쯤은 읽어라. 아이가 아직 없으면 석 줄은 읽어라. 짝꿍하고 살아가는 살림집이 아니라면 넉 줄은 읽어라. 홀로 바지런히 배우는 나날이라면 백만 줄은 읽어라.’ (4344.3.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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