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이불 빨래
아이가 사흘째 속이 몹시 안 좋은 듯하다. 사흘 내리 물똥을 싼다. 처음 물똥을 싸던 날 기저귀랑 바지랑 이불에 잔뜩 똥을 발랐다. 아이는 아이대로 힘들었기에 참지 못해서 그만 싸고 말았겠지. 아이가 아무쪼록 속을 잘 달래야 할 텐데, 어버이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몫은 무엇일까.
아이가 똥을 바른 이불과 깔개 석 점을 걷는다. 겉만 묻고 속솜에는 스미지 않았다. 얼마나 고마운 노릇이냐고 생각하며 이불과 깔개를 빤다. 어른이 덮는 이불이나 깔개라면 꽤나 힘들지만, 그나마 아이 이불이요 깔개인 만큼 품이 덜 든다.
그렇지만 아이 이불과 깔개 석 점이니까 어른 이불 한 채만큼 된다고 할까. 한창 추운 날이 거의 물러가고 제법 따사로운 날씨이니까 빨래하면서 그리 힘들지 않고, 빨래도 이틀 만에 다 마른다. 아이 아버지는 빨래하느라 등허리가 휘지만, 똥을 질러댔기에 그동안 오줌을 질러대어 그냥 말려서 다시 쓰던 이 이불이랑 깔개를 말끔히 빨아서 덮거나 깔 수 있다. 앞으로는 겨우내 덮고 깔던 이불을 하나씩 빨아야 할 테니까, 먼저 아이 이불과 깔개를 빨도록 해 준 셈일까.
참으로 일거리가 그치지 않는 나날이라 눈알이 핑핑 돈다. 힘든 데에 더 고된 일거리가 쌓인다고 여기면 그야말로 몸이 무너지고 마음이 버겁다. 잘 생각하며 받아들여야 한다. 책을 읽을 때에도 언제나 책을 읽는 사람 몫이지, 책을 쓴 사람 몫이 아니다. 책을 쓴 사람이 엉터리로 썼대도 읽는 사람이 잘 읽으면 훌륭하다. 책을 쓴 사람이 훌륭히 썼어도 읽는 사람이 엉터리라면 젬병이다. 아이하고 복닥이는 나날을 아이 아버지로서 어찌 받아들이거나 맞아들여야 즐거우면서 아름다울까를 찬찬히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한 번 더 쓰다듬고, 다시금 껴안으며, 조금 더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어버이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저녁이 되면 픽픽 쓰러지지만, 새벽에 다시 기운을 차리며 일어난다. 오늘은 오늘 꾸릴 삶과 오늘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며 맞이할 새날을 생각하자. 오늘 하루 내 마음을 북돋우며 도와줄 책을 헤아리자. 옆지기는 밤새 아이 옷가지 하나를 뜨개질로 짓는다. (4344.2.23.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