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마실과 책읽기


 서울마실이나 인천마실을 할 때면 늘 아이를 데려가든지 집식구 모두 움직인다. 마실을 가는 길에 책을 두 권쯤 꼭 챙긴다. 이렇게 챙긴 책을 꺼내기는 꺼내고 들추기는 들춘다. 그렇지만 제대로 읽어내기란 참 힘들다. 시외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읽고, 전철에서 아이를 안은 채 읽는다. 한 쪽을 읽든 두 쪽을 펼치든 어찌 되든 한 번은 꺼내어 펼친다.

 오늘 서울마실을 한다. 옆지기가 아이하고 시골집에 남는다고 한다. 지난주부터 같이 가기로 얘기하고서 어떻게 짐을 꾸리며 챙길까 하고 생각하면서 집에 남는 먹을거리가 없도록 밥을 해 왔는데, 이렇게 되면 걱정스럽다. 옆지기가 밥을 아예 못하거나 몸을 조금도 못 움직이지는 않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둘째를 밴 뒤로 뜨개질로 하루하루 몸을 버티며 마음을 다스리는 터에, 혼자 아이를 이틀씩 건사할 수 있을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방방 뛰며 놀아도 지치지 않고 낮잠조차 없는 아이를 옆지기 혼자 돌볼 수 있으려나.

 아이 없이 홀로 서울마실이나 인천마실을 한다면, 나로서는 시외버스에서든 전철이나 버스에서든 마음을 툭 놓고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내내 시골집 식구들이 근심스러운 나머지, 읽다가 자꾸 덮고 읽다가 또 덮는다.

 식구들 함께 움직여도 가방에 넣은 책을 꺼내지 못하지만, 홀가분하게 돌아다녀도 가방에 넣은 책을 제대로 넘기지 못한다.

 지난밤 잠자리에서 생각한다. 옆지기와 내 삶을 거꾸로 놓고 생각해 본다. 내가 옆지기요, 몸이 아프면서 거의 꼼짝 못하며 지내는 삶이고, 옆지기가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집살림 꾸리는 한편 돈도 번다면, 나는 내 옆지기한테 무어라 말을 하려나. 내 옆지기한테 어떻게 하라고 말을 하려나.

 집안에서도 집밖에서도 더 힘내어 알차게 살아야 한다. 집안에서도 나는 나대로 내가 할 몫을 하면서 아이와 옆지기하고 나란히 할 몫을 알뜰히 해야 한다. 게으를 겨를이란 없지만, 손을 놓는다든지 풀이 죽는다든지 기운이 꺾인다든지 할 수는 없다. 늘 더욱 힘을 내어 씩씩하고 튼튼하게 살아야 한다. 책을 손에 쥐었으면 신나게 읽고, 책을 손에서 내려놓았으면 밥하기이든 설거지이든 빨래하기이든 비질이든 즐거이 하면 된다. 오늘 함께 마실을 간다면 얇은 책으로 두 권, 오늘 혼자 마실을 간다면 두꺼운 책으로 두 권을 챙기련다. (4344.2.16.물.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