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되는 책읽기


 책을 읽는 사람들은 꾸준히 책을 읽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책을 살피거나 헤아리는 눈썰미가 넓어지지는 않는 듯합니다. 예부터 ‘책을 좋아하면, 자꾸자꾸 더 좋은 책을 자꾸자꾸 알고 말아 책읽기에 그만 풍덩 빠지고 만다’고 했습니다. 오늘날처럼 책이 수천억 수조억쯤 쏟아지는 나날이 아닌, 고작 다섯 수레에 책을 실을 만큼 있던 지난날에 이런 말이 나돌았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슬기로워지기보다는 바보스러워지지 않느냐 느낍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 스스로 슬기롭게 살아가기보다는 지식을 잔뜩 쌓고픈 생각을 하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바보스러운 길로 구르지 않느냐 느낍니다.

 참말로 왜 책을 읽으려나요. 책을 읽은 내 삶은 책을 아직 읽지 않던 어제 삶하고 견주어 얼마나 아름다워졌는가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사진을 한 장 두 장 더 찍으면서 차츰 아름다워져야 합니다. 사진이란 아름다움을 찾는 삶자락이기 때문입니다. ‘예쁘장하거나 그럴싸한 모습’이 아름다움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울거나 웃으면서 복닥이는 삶이 바로 아름다움입니다. 사람들 삶을 내 삶결과 눈썰미에 따라 담는 일이 사진입니다. 그러니,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나 스스로 한결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 맞습니다. 사진을 오래도록 알뜰히 찍은 사람은 손마디며 눈길이며 매무새이며 그지없이 아름다워야 옳습니다.

 책을 오래오래 읽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익은 벼’와 같아야 합니다. 책을 많이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쉽고 가난한 말’을 써야 합니다.

 이 나라에서 책을 오래오래 읽은 사람은 으레 ‘뻣뻣한 쭉정이’와 같습니다. 이 땅에서 책을 많이많이 읽었다는 사람은 누구나 ‘딱딱하고 어려운 말’, 또는 영어나 한문을 즐겨 섞어 씁니다.

 사람이 되는 책읽기를 하는 사람이 그립습니다. (4344.1.2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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