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서 애 엄마가 알아본 시집
[헌책방에서 만난 책 8] 문두근, 《아, 우리 비행기는 무사하다》
- 책이름 : 아, 우리 비행기는 무사하다
- 글 : 문두근
- 펴낸곳 : 혜화당 (1993.5.12.)
(1) 함께 보는 눈으로
아이를 옆지기가 돌보고 아빠 혼자 책방마실을 할 수 있으면 퍽 여러 시간 느긋하게 이 골마루 저 골마루 누비면서 책을 읽고 사진을 찍을 만합니다. 그야말로 이토록 호젓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집에서 홀로 아이하고 복닥일 옆지기가 걱정스러우며, 아픈 옆지기 곁에서 투정을 잔뜩 부릴 아이가 근심스럽습니다. 몸은 느긋하지만 마음은 바쁩니다.
아이와 함께 책방마실을 하면 아이를 보랴 책을 보랴 사진기를 들랴 눈코 뜰 사이 없이 바빠맞습니다. 이리 보고 저리 살피면서 코로 책을 보는지 배꼽으로 사진을 찍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책방마실을 하고 책을 고르며 사진을 찍습니다.
옆지기랑 아이랑 함께 책방마실을 하면, 이는 책방마실이랄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골치요 힘겨운 나날입니다. 그런데 온식구 나란히 책방마실을 한 까닭에, 세 사람 눈썰미로 책을 바라봅니다. 아주 살짝 들러 아주 살짝 책시렁을 둘러보지만, 사람마다 바라보거나 느끼는 책이 다르니까, 내가 못 알아챈 책을 옆지기가 알아채 주고, 옆지기가 못 알아보는 책을 내가 알아보아 줍니다.
.. 이른 아침 / 침대에 누운 채 본다 / 제쳐진 커튼 / 살없는 큰 유리창 밖은 / 한 폭의 수채화였다 / 잔잔히 빛나는 강과 / 흔들리는 숲과 / 제각각의 고풍한 집과 / 둘러 서 있는 건강한 나무들 / 그것은 복사본이 아니었다 .. (스웨덴은 Doly의 그림을 낳고)
새해맞이 인사를 하려고 경기도 일산에 자리한 옆지기네 어버이 댁에 찾아가는 길에, 서울 홍제동에서 살짝 쉽니다. 길이 고단하기도 하고, 어렵게 서울마실을 하는 마당이니, 다문 삼십 분이라도 헌책방에 들르고 싶습니다. 아이랑 애 엄마 모두 힘들기에 택시를 타고 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전철 3호선을 타고 구비구비 돌다가는, 또 버스로 갈아타서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데, 어둑어둑한 저녁나절, 먼길을 오느라 코피를 쏟으며 힘든 아이하고 전철과 버스로 두 시간쯤 가기란 까마득합니다. 둘째를 밴 애 엄마가 전철과 버스에서 시달리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습니다. 택시삯 이만오천 원을 아깝다 여길 수 없습니다. 이리하여, 어차피 택시 타고 가니까, 다리쉼도 하고 아이 쉬도 누이며, 아빠도 마음쉼을 하자고 생각합니다.
홍제동 헌책방 〈대양서점〉에 들러 아이는 두 번 쉬를 누게 하고 사진 몇 장 겨우 찍으니, 어느덧 책방 문을 닫을 때입니다. 눈물이 핑 돕니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책방마실 맛을 살짝 보니까 어디이냐 싶습니다. 옆지기는 눈이 아프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책을 볼 수 없다 하지만, 헌책방 아저씨하고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문득 책 하나 보여서 끄집어 내어 애 아빠한테 건넵니다. “이 책 어떤지 한번 보세요.”
낯선 글쓴이가 쓴 시집 《아, 우리 비행기는 무사하다》입니다. 시집을 낸 곳 이름을 보니, 어쩌면 이 시집은 출판사에서 돈을 들여 내주었다기보다, 글쓴이가 돈을 내어 책을 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비출판’이라는 틀인데, 흔히들 ‘자비출판’ 책은 책이 될 만하지 않은 글을 묶는 책이라고 손가락질하곤 합니다. 그러나, 자비출판하는 책들 가운데에는 ‘장사하기 어려운 책’이 꽤 됩니다. 곧, 줄거리는 알차며 훌륭하거나 사랑스럽지만,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내어 사서 읽기 어려운 책’이란 소리입니다. 이름값 없는 사람들 이름값 없는 글이라, 참으로 아름다우면서 살가운 이야기라 할지라도, 여느 사람들은 이런 책을 사서 읽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 낡은 의자 / 바닷가 돌멩이와 조개껍질 / 질그릇 조각 / 썩은 나무등걸 / 나뭇가지 휘어 만든 고기 뜰망 / 갈대와 지푸라기 / 그것들이 옷이나 보석이나 그림들과 / 그럴듯이 어룰렸다 // 스톡홀름 사람들은 / 손때 묻은 것들 / 크리스탈처럼 빛을 냈다 .. (스톡홀름 사람들)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합니다. ‘글쟁이 이름’이나 ‘펴낸곳 이름’이 아니라 책을 읽어야 합니다.
누구나 책을 읽어야 합니다. ‘새로 나온 책’이나 ‘잘 팔리는 책’이나 ‘꾸준히 팔리는 책’이 아니라 책을 읽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책을 읽어야 합니다. ‘추천도서’나 ‘명작도서’나 ‘권장도서’나 ‘고전’이 아닌 책을 읽어야 합니다.
책은 그저 책입니다. 종이에 담은 삶이야기가 책입니다. 사람이 살아오며 겪고 부대끼며 헤아린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연예인 김수미 님이 쓴 글이란, ‘김수미’ 이름 석 자 아닌 ‘할머니 나이까지 살아오며 겪고 치른 삶’을 담은 글일 때에 비로소 책입니다.
대학교수라는 이름을 내걸어야 책이 되지 않습니다. 소장학자나 전문가라는 이름을 걸쳐야 책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나 스스로 아름답고 즐겁게 살아가며 사랑으로 나눌 이야기를 담으면 책이 됩니다.
꾸민다고 책이 되지 않습니다. 덧바른다 해서 책이 되지 않아요. 수수하며 투박한 삶무늬 그대로 책이 됩니다.
.. 유람선으로 / 운하를 따라 / 암스테르담 둘러 본다 // 앞으로 쓰러질 듯 / 뒤로 넘어질 듯 / 옆으로 누울 듯 / 300년도 더 된 집들이 / 400년도 더 된 건물이 / 서로 몸을 기대고 / 서로 손을 잡고 / 다정하다 // 오래된 것은 / 낡은 것으로 여기었으나 / 늙은 것이 아름답다 / 늙은 것이 평화롭다 .. (암스테르담에서)
시집을 펼칩니다. 먼저, 옆지기가 한번 슥 펼쳐서 읽었다는 시부터 읽습니다. 다음으로 책장을 죽 넘겨 가운데 짬부터 하나하나 읽어 봅니다. 다시 처음으로 와서 읽습니다. 책장을 덮고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 시집은 이렇게 시집 하나로 엮였으니 참 고맙구나 싶은 한편, 이 시집은 얼마나 사랑받았거나 ‘문학평론’을 받아 본 적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시집을 ‘한국 시문학’ 가운데 하나로 다룰 일이 있을까 없을까 궁금합니다. 교과서에 이 시집에 실린 시 가운데 하나라도 실을 일이 있을까 모르겠으나, 이 시들이 교과서에 안 실린다면, 이 시는 읽을 값이 없다고 여겨도 좋을까 궁금합니다.
이름있거나 이름없는 모든 문학평론가 가운데 ‘문두근’이라는 시쟁이 한 사람 이름을 아는 분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문두근 시문학 비평’을 어느 누구라도 한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름 안 팔린 사람 시문학을 이야기해 본들 논문거리나 기사거리가 되지 않겠지요. 이름 안 판 사람 시집을 다루어 본들 논문집이나 문학평론책 같은 데에 실어 주지 않겠지요. 김용택이나 신경림이나 안도현 같은 이름 석 자쯤 되어야 사람들이 눈여겨볼 테지요. 《아, 우리 비행기는 무사하다》라는 조그마한 시집 하나하고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라는 도톰한 시집 하나하고 나란히 꽂혔을 때, 여느 사람들은 어느 시집에 손을 뻗고 어느 시집을 돈을 치러 장만하거나 어느 시집을 즐거이 읽어 주려나요.
.. 우리 대한민국 / 외국의 누가 다녀갈 때 / 빌딩이 서고 / 고층 아파트촌이 생긴다 / 그곳에 살던 철거민들 / 생활을 잃고 / 투사가 된다 // 오늘도 / 타일랜드 사람들은 / 세계의 모든 사람들 보든 말든 / 세계의 모든 사람들 웃든 말든 / 메남강에 붙어 / 판잣집 난간에 / 오키드꽃 피운다 .. (판잣집에서 오키드꽃 피운다)
아주 짧게 책방마실을 마친 다음 밖으로 나옵니다. 옆지기네 아버님하고 어머님한테 무얼 선물해야 좋을까 이야기하다가 이 늦은 저녁에 무얼 살 수도 없으니 봉투에 맞돈을 담아 드리기로 하자면서 은행에서 돈을 찾습니다. 살림돈이 거의 바닥인데, 어찌저찌 우리들은 우리들대로 살 수 있겠거니 생각합니다. 옆지기네 식구들은 숫자가 많으니, 고기집에 들러 고기를 꽤 묵직하게 삽니다. 시골집 우리들은 고기 한 점 사먹을 일이 없으나, 옆지기네 어버이 댁을 찾아갈 때면 가금 고기를 장만합니다.
전철역 옆에 선 택시를 불러 일산까지 들어가느냐고 여쭙니다. 택시를 탑니다. 택시를 타니 아이가 또 쉬 마렵다 합니다. 참말 쉬가 마려울까? 아이는 힘들고 졸린 나머지 쉬 마렵다고 얘기했다고 느낍니다. “그냥 바지에 싸도 돼.” 하고 말합니다. 아이는 얼마 뒤 눈을 껌뻑껌뻑하다가 픽 스러집니다. 아주 깊이 잠듭니다.
택시는 자유로를 달리고 컴컴한 일산 맨 바깥쪽 논밭 가득한 마을로 접어듭니다. 드디어 옆지기네 어버이 댁에 닿고, 택시 일꾼한테 삼천 원을 더 드립니다. 이 깊은 곳까지 달려 주어서 고맙습니다.
.. ‘우리 나라도 양공주 산업시대가 있었지요.’ / ‘그렇죠. 그때는 양공주들이 외화를 벌어들였죠.’ .. (나는 지금 발기할 달러가 없습니다)
아이를 살살 안아 집으로 들어갑니다. 아이 신을 벗기고 자리에 눕힙니다. 아이는 잠들었다가 깨어납니다. 이모랑 삼촌이랑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있으니, 졸린 몸이면서 억지로 일어납니다. 아빠는 힘들어 죽겠으니, 아이 곁에서 한동안 지키고 섰다가 먼저 자리에 드러눕습니다. 아까 헌책방에서 장만한 시집이며 몇 가지 책을 꺼내어 몇 쪽이나마 펼칩니다. 아무리 힘들어 곧 쓰러질 판이랄지라도 이마저 안 읽으면 난 바보가 된다고 생각하며 눈꺼풀에 힘을 줍니다.
(2) 함께 사는 몸으로
아이랑 함께 살아가며 책을 읽기란 퍽 힘듭니다. 아이한테 눈높이를 맞추어 책을 읽지 않고서는 아이하고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애 아빠이기 앞서 책쟁이로서, 저는 일찍부터 어린이책이랑 그림책을 즐겨 읽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1997년 12월 31일에 군대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 다음부터 어린이책이랑 그림책을 읽었습니다. 1998년 1월 4일인가 5일에 《몽실 언니》라는 동화책을 읽은 뒤부터 비로소 어린이책에 눈을 떴습니다. 어린이였을 때에는 어린이책다운 어린이책을 거의 한 가지조차 못 보고 컸는데, 뒤늦게 어린이책 참맛을 깨달아 ‘어른으로서 어린이책’을 참 많이 읽고 그러모았습니다. 애 아빠가 아니었을 때부터 그림책을 꽤 많이 사서 보고 모았습니다.
.. 지은 지 10년 안 되어 / 못살겠다 / 새 아파트로 이사가야겠다 / 투기를 하고 / 지은 지 20년 지나면 / 재개발이다 / 딱지를 팔고 사고 하는 / 우리 대한민국 / 달러가 많아서인지 / 자유주의 국가여서인지 / 그까짓 수리하는 일쯤 / 1년이면 OK / 아니 6개월이면 OK / 어느 아파트처럼 / 어느 다리처럼 / 무너지면 고치면 된다 / 대한민국, 만세 .. (대한민국, 만세)
옆지기와 함께 살아가기로 하던 무렵, 옆지기는 퍽 어린 동생을 집에서 돌보고 가르치면서 그림책을 많이 보아 왔음을 느낍니다. 옆지기가 어린 동생한테 읽히며 즐긴 그림책 가운데에는 제가 혼자서 좋아하며 즐기던 그림책하고 겹치기도 했지만, 안 겹치는 책도 많습니다. 두 사람 그림책이 하나로 모이니 꽤나 푸짐합니다.
생각해 보면, 한 사람 눈썰미로 바라보는 그림책 깊이하고 두 사람 눈길로 살피는 그림책 깊이는 다를밖에 없겠지요. 나중에 아이가 조금 더 자라 책방마실을 할 때에 셋이서 책을 고른다면 ……, 아, 아무래도 주머니가 털털 털릴 뿐 아니라 이듬달 살림돈까지 앞당겨 쓰는 꼴이 될까 싶은데, 어찌 되었든, 세 사람 눈높이로 들여다보는 그림책 깊이라면 오늘 눈높이보다 한결 그윽하리라 생각합니다.
.. 우리 중 누군가는 저렇게 작은 왜놈들이니까 자동차도 작을 수밖에 없지 그렇게 말하였다. 나는 잠시 거리에 서서 경적 소리도 하나 없이 잘도 흘러가고 있는 꼬마장난감 자동차를 보면서 아니야 아니야 그런 이유에서는 아니야 속으로 연신 뇌까리었다 .. (日本·日本人 1 - 자동차)
시집 《아, 우리 비행기는 무사하다》를 생각합니다. 애 엄마가 알아보았기에 고른 이 시집 《아, 우리 비행기는 무사하다》는 애 아빠랑 애 엄마가 먼저 즐겁게 읽으며 우리 집 책꽂이에 건사할 수 있습니다.
널리 사랑받았다든지 꽤 팔렸다든지 이렁저렁 여느 책방 책꽂이나 도서관 책꽂이에 꽂혔다면, 나중에 우리 아이도 어렵잖이 이런 시집 하나쯤 얼마든지 찾아 읽을 만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조용히 나와서 아주 조용히 잊히거나 묻힌 시집 하나란, 되찾기 몹시 어렵습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가 스무 살 나이가 될 2027년에는 이런 시집 하나는 한 권조차 안 남을 수 있어요. 한두 권 남는다면 ‘옛책’ 대접을 받아 퍽 비싼값에 사고팔릴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잘 알려지거나 널리 팔린 시집이 아닌, 이냥저냥 조용히 스쳐 지나가며 묻힌 시집 하나를 옛책으로 다룰 헌책방이 있을는지요. 그저 ‘좀 묵은 책’이니 비싸게 사고팔 책으로 여기지 않을는지요.
..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스탠드 바의 둥그런 높은 의자가 적당한 조명을 받고 있다. 그녀의 자세는 저 의자에 앉을 손님을 정중히 기다리고 있는 듯하였다. 새벽 2시였다 … 어디 한마디 거침새도 없었다. 그러나 앵무새 같지도 않고 그러나 녹음테이프를 재생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때로는 버스 속에서 스스로 노래하여 박수를 받기도 하였다. 그녀 오늘도 5시간 20분 동안 자기의 손님에게 쉬지않고 무어라 말하고 있지 않을까 .. (日本·日本人 3 - 세 명의 직장여성)
시집에 실린 시를 거듭 읽어 봅니다. 문두근 님이 스웨덴이나 태국이나 러시아나 일본이나 중국을 다녀오며 느낀 이야기를 적바림한 시집 《아, 우리 비행기는 무사하다》에 담긴 이야기들은, 1993년과 2011년 사이에 얼마나 달라졌을까 헤아립니다. 열여덟 해 동안, 한국 삶터는 한결 아름다운 길로 접어들었을는지, 예나 이제나 마찬가지로 슬픈 길에서 허덕이는지 되뇝니다.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며, 글을 쓴다는 분들은 어떤 글을 쓰고, 시를 읽는다는 분들은 어떤 시를 읽을까 곱씹습니다.
우리가 아낄 삶이란, 우리가 사랑할 이웃이란, 우리가 부둥켜안을 터전이란 어떤 얼굴이나 낯빛인지 생각합니다.
.. 그도 일본인처럼 키가 작았으나, 그도 일본인처럼 ‘하이’ 소리를 내었지만 캔맥주를 따서 건네주며 권하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들과 도상하였다. 그런데 그의 손은 손톱이 뭉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손가락은 지문도 채취할 수 없을 듯 굳은살이었다. 그리고 작은 키에 비해 손은 거인의 것이었다. 그리고 손마디는 매듭진 새끼줄 모양이었다. 캔맥주를 건네주는 그의 손을 나는 두 손으로 어루만지었다 .. (日本·日本人 4 - 재일교포의 손)
헌책방에서 시집 하나 알아본 애 엄마는 그냥 시집 하나를 알아보았습니다. 잘난 시집도 아닌 못난 시집도 아닌, 그냥 시집을 알아보았습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우리들은 우리 아이가 잘난 아이라거나 못난 아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냥 아이입니다. 똑똑하다거나 어리숙한 아이가 아니라, 그냥 우리 아이입니다.
우리는 이 아이를 여느 눈길로 바라보면서 사랑하고 껴안습니다. 엄마랑 아빠는 아이를 바라보며 함께 살아가듯, 책방마실을 하는 자리에서도 더 빼어나거나 남다르다 싶은 책이 아닌, 우리 식구들 조촐히 사랑하는 삶을 밝히거나 북돋울 예쁜 책을 살핍니다.
책은 마음밥이지 돈이 아닙니다. 책은 마음동무이지 이름값이 아닙니다. 책은 마음뿌리이지 허울이 아닙니다. 좋은 책을 좋은 넋으로 받아들이자면, 우리 식구들부터 멧골자락에서 좋은 멧골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느낍니다.
..九州의 거리는 유독 낯설지 않았다. 플라타너스 가로수, R형 보도 블록, 도로가의 배추꽃이 마치 내가 처음 가 보는 우리 나라의 어느 도시와 같은 인상을 주었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가로수와 보도 블록과 도로가의 배추꽃이 모두 일본에서 고스란히 본떠진 것이 아닌가 싶은 의문이 생기었다 … 안내원이 굳이 서양식이라는 설명이 있었음에도 거기에는 한국 것이 있음을 체감하였다. 아,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느 한 부분도 틀림없이 일본 것을 고스란히 가져다 쓰고 있는가 이쯤 생각이 머물렀다 .. (日本·日本人 9 - 가로수, 보도, 배추꽃)
아, 지난밤부터 퍼붓던 눈이 이제서야 그칩니다. 날이 개고 해가 납니다. 눈이 그쳤으니, 눈삽과 빗자루 들고 눈을 밀고 쓸어야겠습니다. 오늘은 애 엄마가 몸을 씻도록 읍내 마실을 할까 싶은데, 새벽 네 시부터 잠에서 깨어 놀자며 복닥이던 아이가 여덟 시가 되어서야 다시 잠들었기 때문에, 읍내 마실을 나갈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뭐, 오늘 못 나가면 이듬날 나가면 되지요. 오늘은 멧골집에서 눈이랑 신나게 어우러지고, 이듬날 천천히 오붓하게 눈길을 보독보독 밟으며 읍내 나들이를 하면 되지요.
.. 오슬로는 / 산책을 좋아한다 .. (오슬로는)
엄마랑 아이랑 아빠는 두 다리를 좋아하는 시골사람입니다. (4344.1.24.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