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와 글쓰기


 고등학교 1학년이던 때 시를 깨작거린다든지 ‘읽은 책 나누는’ 느낌을 아로새긴다든지 하면서 글쓰기를 비로소 했다. 내가 글쓰기를 안 하고 살았다면 무슨 일을 했을까 궁금한데, 글쓰기를 하면서 살아오는 내내, 겨울이면 언제나 추위를 뼛속 깊이 느끼면서 지낸다. 여름이면 더위를 물씬 느끼면서 지낸다. 시골집으로 옮겨 지내는 요즈음도 추위를 사무치게 느끼며 지낸다. 손이며 발이 추위에 오그라들지 않으면서 지낸 적이 이제껏 한 차례도 없지 않나 싶다. 모처럼 당신 아들이랑 손녀랑 보러 찾아온 어버이가 방에 들어오지 않고 마당에서만 서성이다 돌아가시는데, 생각해 보면, 우리 집에 들어온다 해서 바깥보다 그닥 따뜻하지 않을 수 있으니 몹시 남우세스럽다. 나는 참, 왜 이렇게 스스로 춥게 지내면서 추운 집살림을 조금이나마 따숩게 추스르지 못하면서 이런 이야기까지 구지레하게 주절주절 늘어놓을까. 설마 자랑하려고 이런 이야기를 글로 적바림하지는 않을 테지. 손이 오그라들어 호호 입김을 불면서 글을 쓴달지라도 머나먼 옛날, 가난을 벗삼으며 어렵게 글 한 줄 적바림하던 사람들 넋을 헤아릴 만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다만, 나는 내가 추위를 느끼지 못하면서 글을 쓴다든지, 더위를 잊으면서 글을 쓴다든지, 배부르거나 배고픈 하루를 살피지 못하면서 글을 쓴다든지, 아이와 함께 살며 기쁘며 고된 나날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글을 쓴다든지 한다면, 참으로 부질없는 글쓰기라고 여긴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부질없는 글쓰기로 이룬 문학을 읽으면 몹시 재미없을 뿐더러 따분하다고 느끼는데, 나부터 부질없는 글쓰기로 뭔가를 끼적거린다면 얼마나 덧없고 짜증스러우며 밉고 못나 보일까. 추워도 그냥 추운 채 살다가 추운 줄조차 그만 잊으며 지낸다. 사랑하는 짝꿍이 있고, 고운 아이가 있는데, 아빠 멋대로 이렇게 살아가면 제 살붙이 추운 줄 모르는 바보가 되기에, 이제는 나 스스로 추운 줄 잊지 말자며 자꾸자꾸 돌이키고 생각해 내면서 새벽을 맞이하려 한다. 퍽 힘들지만, 이렇게 안 하면 집식구랑 더불어 지내는 뜻이나 보람이 어디 있겠나.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보일러가 몇 분 동안 돌고 몇 분씩 쉬는가 곱씹는다. (4343.12.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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