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책 읽는 즐거움 ㉢ 사진책을 어디에서 볼까
 ― 언제쯤 시립·군립 사진도서관이 생길까



 만화책을 보거나 소설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은 많습니다. 차츰 줄어들지만 도서대여점에서는 만화책과 소설책을 알뜰히 갖추곤 합니다. 지난날 새마을문고라든지, 무슨무슨 문고라는 이름으로 ‘책 읽는 자리’를 마련하는 데라든지, 여느 도서관에서도 소설책은 널리 살피며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진책을 알뜰히 갖춘 도서관은 없을 뿐더러, 사진책을 장만하는 데에는 돈이 워낙 많이 들다 보니까, 갖추어도 몇 권 못 갖추기 일쑤입니다. 그나마 나라안 사진책을 조금 다루기는 하지만, 나라밖 사진책은 거의 못 다루곤 합니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인 서울에는 ‘갤러리’나 ‘북까페’라는 이름을 단 곳에서 사진책을 갖추어 놓곤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훌륭한 사진책을 제법 잘 갖춘 이들 갤러리나 북까페는 사진책을 두루 살피려 하는 분들한테는 더없이 멋진 곳입니다. 커피나 차를 팔면서 사진책을 볼 수 있도록 마련한 데도 꽤 있습니다. 책방에서는 쉽사리 마주하지 못하던 사진책을 차 한 잔 마시면서 볼 수 있다면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고 보면, 나라안에서 나온 사진책이든 나라밖에서 나온 사진책이든, 헌책방만큼 골고루 갖춘 데는 드물지 않느냐 싶습니다. 헌책방에서는 온갖 책을 마음껏 들여다보다가, 간직하고픈 책은 언제라도 살 수 있어요.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책도 있고, 나온 지 꽤 오래된 책도 있습니다.

 사진책은 책방에서 잘 다루지 못하지만, 사진책이 하나 나올 때에는 으레 사진잔치를 엽니다. 사진잔치를 여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사진책이나 도록이나 알림쪽을 구경하거나 얻거나 살 수 있습니다. 책방에는 안 넣고 사진잔치 자리에서만 파는 사진책이 있습니다. 두툼하게 엮지 못하는 도록은 이런 자리에서만 구경하거나 살 수 있어요.

 2005년 7월에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벌어진 ‘세바스티앙 살가도’ 사진잔치에 가 본 적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한글판과 일어판 두 가지 도록을 팔았습니다. 한글판은 값이 일어판보다 만 얼마 비쌌으나 인쇄와 종이가 좋지 않았어요. 인쇄가 한결 낫고 종이 또한 나은 일어판 도록을 샀습니다. 이 도록은 여느 책방에서는 팔지 않았기에 사진잔치를 보러 갔을 때에만 살 수 있었어요. 살가도 님 사진책은 나중에 서울 혜화동 〈이음책방〉에서 두 권을 더 샀는데, 책값이야 어떻든 눈으로 만지작거리면서 장만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2010년 여름 서울 신사동에 열린 ‘타센 팝업스토어’ 같은 데도 사진책을 만날 고마운 곳입니다. 저는 아직 못 가 보았습니다만, 서울이나 서울 둘레에서 살아간다면 이 같은 곳을 사뿐사뿐 마실해 보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문을 닫고 사라졌으나, 예전에 서울 연남동 안골목에 ‘캘커타 앤 코코넛’이라는 헌책까페 한 곳 있었어요. 이 조그마한 헌책까페 안쪽 방에는 아우구스트 잔더 사진책이 하나 있었습니다. 다른 책은 팔지만 이 사진책은 팔지 않았고, 팔지 않는 만큼 이곳을 들르는 사람 누구나 즐거이 넘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곳을 들를 때면 늘 이 사진책을 되풀이해서 보았습니다. 볼 때마다 새삼스럽고, 다음에 다시 찾아와서 더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반가웠습니다.

 커피를 팔며 한켠에 사진책을 갖춘 곳은 으레 사진책을 그리 많이 갖추지는 못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다문 몇 권을 갖추었어도 고마우면서 반가운 ‘사진책 나눔터’라고 느낍니다. 바로 이 몇 안 된다는 사진책 때문에 이곳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습니다. 만날 수 있고, 이을 수 있으며, 어우러질 수 있는 데에서 사진책 읽는 즐거움을 맛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