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과 글쓰기
아이와 읍내 저잣거리 마실을 다녀온다. 아이는 오늘도 언제나처럼 참말 일찍 깨어난다. 저녁에는 참말 늦게 자려 하고, 낮잠은 안 자는 가운데, 밤새 끝없이 잠들지 않고 깨어나면서 아빠보고 손 잡은 채 자자며 보챈다. 이러다 보니 아빠는 아빠대로 아침부터 밤까지 도무지 느긋하게 쉴 겨를이 없는데다가 잠이 모자라고, 아이 또한 잠이 쏟아지면서 안 자니까 아침에 일어났어도 말끔히 깨어나지 못한다. 더 신나게 놀아대면서 네가 곯아떨어져야 하니? 오늘은 아침 버스를 타고 읍내 장마당에 꼭 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자전거를 태우든 시골버스를 타고 가든, 아이는 장마당만 다녀오면 꼭 곯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산에 올랐다 내려오면 잠을 안 잔다. 이때에도 틀림없이 졸린데 얼마나 잠을 참아대는지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래, 부랴부랴 아침 버스를 놓치지 않고 잡아 탄다. 장마당을 몇 바퀴 휘휘 돈다. 아이는 힘들다며 아빠보고 안아 달란다. 저잣거리에서 파는 까까를 한두 점 깨물어 먹지만, 그닥 당기지 않는 듯하다. 아이는 읍내에 나오면 언제나 ‘아쮸꾸림’ 사 달라 노래하는데, 오늘은 이 노래마저 안 부른다. 슬슬 집으로 돌아갈 버스를 탈 때가 되고, 시골버스에 다시 오르니, 아이는 신을 벗겨 달란다. 눕는단다. 아빠 무릎에 모로 눕는다. 금세 곯아떨어진다. 아빠는 왼손으로 아이 베개를 삼고 오른손으로 가방을 붙잡는다. 내릴 무렵 아이를 긴걸상에 눕히고 가방을 멘다. 아이를 살며시 들어 안는다. 집까지 이십 분쯤 시골길을 걷는다. 아이를 큰방 한켠 두꺼운 이불 깔린 자리에 눕힌다. 기저귀를 대지 않고 기저귀천만 엉덩이 쪽에 깔아 놓는다. 아이는 색색거리며 잘 잔다. 아빠는 이때다 싶어 셈틀을 켜고 글 좀 끄적이고자 복닥인다. 그러나 아빠 또한 졸음이 쏟아진다. 억지로 졸음을 참아 본다. 그러나 졸린 머리로는 아무 글을 쓸 수 없다. 책은 읽을 수 있으려나. 글쎄, 아마 책을 손에 쥐면 한두 쪽 읽다가 그대로 폭 고꾸라지겠지. (4343.12.2.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