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25] 글읽기

 이오덕 선생님은 ‘글쓰기’라는 낱말 하나 새로 일구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이 이 낱말을 일구기 앞서까지는 모두들 ‘글짓기’만 했습니다. 글을 짓는 일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억지로 쥐어짜거나 독재정권 입맛에 맞추는 틀에 박힌 글을 반공이니 효도니 충성이니 하며 쏟아낼 때에는 참으로 슬픕니다. 밥을 짓듯이 글을 지을 수 있고, 집이나 옷을 짓듯이 글을 지을 수 있다는 테두리에서 똑 떨어져 나간 ‘글짓기’라는 낱말은 그예 죽은 낱말입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이 죽은 말에서 아이들이 홀가분할 수 있도록 ‘글쓰기’라는 낱말을 예쁘게 일구었습니다. 밥짓기 집짓기 옷짓기 삶짓기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때에 비로소 ‘글짓기’ 또한 제자리를 찾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 나라에서는 앞으로도 까마득한 일이 될는지 모르는데, 그래도 밤하늘 보름달과 나란히 반짝거리는 밝은 별을 헤아리면서 ‘글쓰기’하고 ‘글짓기’가 곱게 어울릴 앞날을 손꼽아 봅니다. 글을 쓰듯 삶을 쓰기 마련이기에 ‘삶쓰기’를 함께 곱씹고, 삶을 쓰듯이 삶을 읽기에 ‘삶읽기’를 바라다가는, 아하, 책도 삶도 글도 사람도 다 참답게 읽으며 껴안아야 아름다운 길이기에 ‘글읽기’부터 옳게 가누도록 내 매무새 다스려야겠구나 싶습니다. (4343.11.2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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