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8] 꽁짜
잘 쓰던 손전화 기계가 더는 제구실을 못할 때에 바꿉니다. 손전화 기계는 두어 해가 지나면 약이 금세 닳거나 단추가 제대로 안 눌립니다. 갓난아이가 엄마 아빠 못 본 사이 입에 무느라 침이 흘러들어 맛이 가기도 합니다. 손전화 만드는 곳에서는 이 기계를 열 해나 스무 해 즈음 걱정없이 쓰도록 만들지 않습니다. 아니, 기계 하나라면 쉰 해나 백 해쯤 쓰더라도 말썽이 나지 않도록 단단하거나 야무지게 만들 노릇일 텐데, 이와 같이 마음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더 많은 물건과 더 새로운 물건을 꾸준히 팔아치워 돈을 벌 생각뿐입니다. 요즈음 우리 누리에서 써야 하니까 쓰지만, 우리 식구들이 손전화 없어 못마땅하거나 힘들 일이란 없습니다. 우리 식구들은 느긋하지만 우리 둘레 사람들이 힘들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쓰는 손전화입니다. 이 기계에 딸렸다는 숱한 쓰임새를 쓸 일이란 없습니다. 그예 전화를 걸고 시계로 삼습니다. 엊그제는 버스를 타다가 길거리 전화가게를 바라봅니다. 가게마다 한결같이 ‘꽁짜’를 내겁니다. ‘거저’나 ‘그냥’이란 없습니다. 문득, ‘짜장면’이라 하면 잘못이고 ‘자장면’이라 해야 옳다고 말하는 분들 마음을 읽습니다. (4343.9.20.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