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물맛


 인천에서는 인천에서 나는 물로 막걸리를 빚습니다. 서울에서는 서울에서 흐르는 물로 막걸리를 빚습니다. 부안에서는 부안에서 긷는 물로 막걸리를 빚어요. 춘천은 춘천땅 물로 막걸리를 빚고, 부산은 부산 터전 물로 막걸리를 빚는답니다. 마땅한 노릇인데, 제주는 제주섬 물로 막걸리를 빚습니다. 울릉섬에서 막걸리를 빚는다 할 때에는 울릉섬 물로 막걸리를 빚을 테며, 백령섬에서는 백령섬 물로 막걸리를 빚겠지요. 이리하여 막걸리맛은 고장마다 다릅니다. 막걸리맛은 고장에 따라 같을 수 없습니다.

 아이랑 애 엄마랑 애 아빠, 여기에 애 엄마 배속에서 자라는 둘째하고 네 식구가 처음으로 제주마실을 합니다. 제주마실을 하면서 모자반 듬뿍 넣은 국을 먹으며 제주 막걸리를 마십니다. 콸콸콸 사발에 따라 한 모금 들이키는데, 첫맛과 끝맛이 한결같이 부드럽습니다. 막걸리라는 술맛이기도 할 테지만, 이 술맛에 앞서 물맛이 다르다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모자반도 좋고 막걸리도 좋으며 바람도 좋습니다. 제주섬은 시내에 있어도 물과 바람과 밥이 이와 같은 맛이라 할 때에는, 제주섬 시골은 얼마나 포근하면서 싱그러우려나요. 이 좋은 물과 바람과 밥이라 할 때에, 이 좋은 물과 바람과 밥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는 어느 만큼 싱그럽거나 애틋하려나요.

 책이란 삶이고 삶터요 삶무늬라고 느낍니다. 좋은 삶이기에 좋은 책이 태어날 수 있는데, 좋은 책이 태어나더라도 좋은 책을 좋게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삶을 좋은 삶으로 일구며 좋은 빛을 나누는 좋은 사람은 어김없이 있습니다. 좋은 삶을 모든 사람이 좋게 받아들이며 좋은 넋으로 다스리지 못할지라도, 좋은 꿈은 좋은 땅에 좋은 뿌리를 내리리라 믿습니다. 좋은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면서, 이 좋은 막걸리가 얼마나 좋은 줄 참다이 느끼지 못하며 더 알뜰하거나 알차게 삶자리를 일구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지라도, 좋은 빛은 곱게 드리운다고 느낍니다. (4343.11.1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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