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기


 새로 나오는 책을 읽고 싶다면 예전에 나온 책을 먼저 읽으면 됩니다. ‘오래도록 읽을 만한 책(고전)’을 읽으며 무언가 느껴 온누리 바라보는 눈길을 다스리면 넉넉합니다. 내가 받아들여 내 삶을 북돋울 인문책을 옮게 가누고 살피는 몸짓이란, 새로 나오는 ‘참 좋다’고 하는 인문책을 아무리 읽은들 찬찬히 익히거나 배우거나 삭일 수 없습니다. 인문책이란 삶을 담은 책, 한 마디로 하자면 ‘삶책’이거든요. 슬기롭게 살아가자면 슬기로움이 내 삶으로 스며들어야 합니다. 슬기로움이 내 삶으로 스며들자면 수많은 지식을 갖추려고 하는 매무새로는 모자랍니다. 수많은 지식은 머리에 갇혀 옴쭉달싹 못하는 짐덩이입니다. 슬기로움이란 언제나 때와 곳에 맞추어 옳고 바르며 착하고 참다이 움직이도록 이끄는 기운입니다. 슬기로웁게 살아가자면 내 손에 꾸덕살이 박혀야 하고, 내 발바닥에 못이 박혀야 합니다. 내 머리카락은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되면서, 내 살갗은 햇볕에 그을려야 하지요. 이리하여 고전읽기란 삶읽기입니다. 다만, 예전에 나온 책이라 해서 모두 고전이 되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예전에 나온 책이라 한들 모두 읽을 만한 책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고 싶으며, 책을 가까이하는 가운데 슬기로운 넋을 일구고 싶다면, 헌책방을 즐겨찾아야 합니다. 헌책방 책시렁에서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 마흔 해 쉰 해가 지나도록 빛줄기가 곱다시 흘러나오며 내 눈길과 눈빛과 눈매와 눈결을 어루만지는 알맹이가 담긴 책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 나온 책이란 ‘헌책방에서 오래도록 살아남는 책’을 일컫습니다. 도서관에서 먼지만 먹으며 잠자는 책이 ‘예전에 나온 책’이 아닙니다. 예나 이제나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같은 이름표’를 얻지 못하면서, 몇몇 사람 손만 겨우 거치며 몇몇 사람한테 가까스로 알음알이를 하더라도, 책사랑으로 나아가려는 한 사람을 기다리는 고운 책이 ‘예전에 나온’ 책, 바야흐로 고전입니다. 고전을 읽으며 삶을 읽어내어 아로새길 수 있을 때에 하루하루 차근차근 슬기로움을 온몸과 온마음에 적셔 놓습니다. 새로운 슬기나 새로운 지식이나 새로운 책이란 한 가지조차 없습니다. (4343.11.6.흙.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