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과 글쓰기


 아이가 어젯밤부터 손목이 아프다며 “아야.” 하면서 운다. 오늘 낮까지 이렇게 울더니, 저녁때에 그 아프다던 오른손목에 시계를 차며 신나게 뛰어논다. 속으로 ‘내 아이이지만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나.’ 싶다. 그러나 오른손목이 살짝 저릿한 아픔이 가셨으니 이렇게 놀 수 있겠지. 어제 밤 동안 아프다며 거의 삼십 분인가 이십 분인가 …… 틈틈이 “아부지!” 하면서 내 얼굴을 툭툭 치며 깨우더니. 그래, 생각해 보니 아이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며 아버지를 깨웠으니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밤잠을 못 자고 아이는 아이대로 밤잠을 못 잔 셈이다. 아버지로서는 새벽부터 쌀을 씻어 불려 놓다가 아침에 밥을 안치고, 또 찌개 하나 끓이며 빨래를 하고, 이러며 이부자리 개고 뭐 하고 밥상 차린 다음 밥 먹이고 그러고 나서 설거지를 하고, 가을녘 햇살 자리에 따라 마당가에 널어 놓은 빨랫대 자리 옮기고 …… 하면서 죽어나느라 나 혼자 졸음이 쏟아져 괴롭다 노래하지만, 아이 또한 손목이 아프다며 밤새 잠을 못 이루었으니 고단한데 손목이 아픈 탓에 제대로 놀지 못해 더 짜증스러워 투정을 부리고 하겠지. 참 어린 나이부터 애먹는구나. 돌 무렵에 밥상 모서리에 눈썹을 박으며 몇 센티미터 찢어져서 맨살에 마취주사 없이 꿰매지를 않나, 툭하면 넘어지고 박고 까지고. 그나마 아이가 손목이 아프다며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쥐지 못하니 아빠랑 엄마가 떠먹이는 밥을 날름날름 잘 받아 먹어 주었다. 오늘 아침에는 이제까지 함께 밥을 먹어 온 날 가운데 가장 빨리 밥상을 치울 수 있었다. 아, 늘 한 시간은 쉽게 걸리던 밥먹기를 이토록 일찍 끝마칠 수 있다니. 아이가 늘 아프다면 엄마랑 아빠 말을 잘 들어 줄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설핏 했지만,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니까 그렇게 밥을 먹으면서도 간지러운 몸을 어쩌지 못해 엉덩이 들썩들썩하면서 뛰어놀아야 맞겠지. 앞으로 몇 살 나이까지 이렇게 놀겠는가. 아버지로서, 어버이로서 조금 더 찬찬히 바라보고 마주하며 얼싸안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창 무럭무럭 크면서 말을 제법 익히는 때인데, 더 안고 더 어르며 더 따스히 말을 걸어야 한다고 느낀다. 아이가 어느 한 군데 아프기라도 하면 차라리 내 몸이 아프기를 바라는데, 아이가 아파해 보는 나날을 겪으며 제 몸이 아프듯 제 이웃과 둘레 사람들 몸도 아플 수 있거나 몸이 아플 때에 얼마나 괴로운가를 살갗으로, 온몸으로 잘 삭이거나 받아들여 줄 수 있기를 비손한다. 아이야, 모레까지이든 글피까지이든 늦게늦게까지 오래오래 잠자며 손목이며 다른 곳이며 아픈 자리 싹 씻고 다시금 말괄돼지처럼 개구지게 놀아 보렴. (4343.11.2.불.ㅎㄲㅅㄱ) 


(이렇게 까불며 놀다가 손목을 삐끗한 돼지 한 마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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