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눈 138 : 숨을 거둔 교육잡지와 에누리 책잔치

 다달이 나오던 교육잡지 《우리교육》은 첫 책이 나온 지 스무 해가 된 올 2010년에 그예 문을 닫습니다. 돈벌이가 잘 안 된다면서 출판사와 전교조 간부들은 ‘교육 월간지’를 ‘전교조 기관지’로 바꾸었습니다. 잡지 《우리교육》을 만들던 일꾼들은 회사를 그만두거나 쫓겨났습니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교사 권리를 지키거나 북돋우자며 일어선 전교조에서 ‘정리해고’를 했습니다.

 1990년 10월에 나온 통권 8호 《우리교육》을 펼칩니다. 지난 2003년에 숨을 거둔 이오덕 님이 쓴 글 하나 실려 있습니다. 이오덕 님은 문학 교육 이야기를 합니다. “그럼, 시를 머리로 만들지 않고 어떻게 쓰나? 시는 머리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고 가슴으로 쓰는 것이다. 아니 손과 발로, 온몸으로 쓴다.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도 그렇다. 아무것도 겪은 것이 없이 머리로만 재주로만 만들어 낼 수는 결코 없는 것이 시다(95쪽).” 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시쓰기뿐 아니라 소설쓰기도 마찬가지이고, 동화나 신문글을 쓸 때에도 매한가지라고 느낍니다. 아니 글쓰기를 비롯해 집살림을 꾸린다든지 정치를 한다든지 교육운동을 한다든지 환경운동을 한다든지 똑같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일이든 머리로 할 수 없습니다. 머리로 생각할 수는 있어요. 그러나 우리가 일을 하거나 놀이를 할 때에는 몸으로 합니다. 손을 쓰고 발을 씁니다. 온몸을 움직여 일을 하거나 놀이를 합니다.

 같은 책에 실린 어린이 글을 읽습니다. 1990년에 경기 금광국 5년인 황미소 어린이는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고 우리 입장은 조금도 생각해 주지 않는 어른이 싫어요. 우리들에게 학원을 몇 개씩이나 보내고, 조금만 잘못해도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잖아요(128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한테 공부만 시키는 어른들 삶은 1990년이나 2010년이나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1980년에도 1970년에도 엇비슷했습니다. 2020년이 다가온대서 나아질 성 싶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온갖 학원에 집어넣는 매무새도 그렇고, 아이들을 두들겨패거나 윽박지르는 모습 또한 그렇습니다. 지난 스무 해 동안 우리 어른들 삶은 그리 거듭나지 않았습니다. 1990년에 스물이었다면 올해에는 마흔이요, 이무렵에 서른이었다면 올해에는 쉰입니다. 마흔이 되고 쉰이 되며 예순이 된 2010년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얼마나 씩씩하며 튼튼하고 슬기로운 삶을 일구고 있는지요. 우리 어른들 스스로 씩씩하며 튼튼하고 슬기롭기에 돈벌이 하나 때문에 교육잡지 목숨줄을 끊어도 괜찮은지요.

 교육잡지 목숨줄을 끊은 우리교육 출판사는 “여름방학 어린이책 파격! 균일가전!!”이라는 이름을 내걸며 우리교육에서 펴낸 낱권책을 모조리 2000원씩에 팔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자리가 아니더라도 서울 홍대 앞에서 벌어지는 와우북페스티벌이라든지 서울 삼성동에서 이루어지는 서울국제도서전이라든지 경기 파주에서 마련하는 북페스티벌 같은 자리는 으레 ‘에누리 책잔치’에서 헤어나지 않습니다. ‘좋은 책을 싸게 사고판다’고 하지만 좋은 책이라면 알맞춤한 값을 붙여 올바로 사고팔아야 할 텐데, 몸집이 커지는 출판사들은 자꾸 ‘책 팔아 더 많은 돈 벌기’로 쏠립니다. (4343.10.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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