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야기 - 사진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전민조 엮음 / 눈빛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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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으로 꾸몄다고 다 책이 되지 않는다
 [다들 잘 모르는 사진책 1] 전민조 엮음, 《사진 이야기》(눈빛,2007)



 사진쟁이 전민조 님이 올 2010년 5월 19일부터 새로운 사진잔치를 엽니다. 이번 사진잔치는 〈담배 피우는 사연〉이라는 이름을 내겁니다. 나이가 들어 저절로 신문사 사진기자 일을 그만둔 뒤로 해마다 다른 사진감을 선보이며 사진잔치를 열고 있으신데, 여섯 해째 꾸준히 마련하는 새로운 사진잔치를 하나씩 들여다볼 때마다 새삼스럽게 놀랍고 반갑습니다. 전민조 님은 ‘새 사진감을 찾아 사진을 만드는’ 분이 아니라, 당신 스스로 바쁜 틈을 쪼개어 ‘당신한테 가장 아름답고 좋을 사진을 찍어서 갈무리한’ 끝에 이렇게 해마다 당신 사진곳간에서 알찬 보배를 하나씩 꺼내어 우리들한테 선물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수많은 사진쟁이들은 ‘무언가 톡톡 튀거나 남다르거나 뜻깊을 사진감’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괜찮다 싶은 사진감이 나오면 몇 해에 걸쳐 신나게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고는 사진잔치를 한 번 열거나 사진책을 하나 내놓고는 이 사진감 또한 슬며시 내려놓습니다. 꾸준히 이어가며 당신 마음밭을 일구는 사진찍기가 아니라 ‘작품 만들기’에 지나지 않는 사진찍기입니다.

 전민조 님은 지난 2007년에 엮은 책 《사진 이야기》에서 “셔터만 누른다고 모두 작품사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카메라는 정직하다. 벽에 걸어 놓기 좋은 아름다운 사진만 찾는 사람들, 또 그런 사진만 찍는 사람들이 많으면 사진의 발전은 어둡다(머리말).”고 이야기합니다. 사진기 단추를 누른다고 모두 사진이 되지 않으나, 사진기 단추를 누르면 모두 사진이 됩니다. 찍은 사진을 그러모아 책을 묶는다고 모두 사진책이라 할 수 없으나, 찍은 사진을 그러모으면 모두 사진책이기도 합니다. 마음을 쏟아 아끼는 사이가 모두 사랑하는 사이라 할 수 없으나, 마음을 쏟아 아끼는 사이란 모두 사랑하는 사이일 때하고 매한가지인데, 이 대목을 곱다시 헤아리는 사진쟁이는 퍽 드뭅니다. 전민조 님이 “카메라는 정직하다”고 읊은 이야기를 속깊이 읽어내는 사진쟁이란 몇 안 됩니다. 사진을 찍는다고 모두 사진쟁이는 아니나 사진을 찍으니 모두 사진쟁이요, 사진기는 있는 그대로 우리 삶을 종이에 담아내기는 하나 사진기는 있는 그대로 우리 삶을 종이에 담아내지 않기도 한데, 이를 우리들 가운데 몇몇이나 곱씹고 있으려나요.

 《사진 이야기》라는 사진책은 사진일을 하거나 사진밭에 몸담은 사람들이 쓴 글에서 ‘사진을 읽는’ 고갱이가 되는 넋을 담은 글을 간추려서 묶었습니다. 1994년에 중앙일보 사진기자였던 오동명 님은 대낮에 술에 절어 있는 전두환 씨를 사진으로 찍던 일을 되돌아보며, 전두환 씨가 당신을 바라보며 “필름 아껴 쓰라우” 하고 큰소리를 쳤다는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남겨 놓습니다. 월간조선에서 사진팀장을 하던 이오봉 님은 당신 후배들한테 “취재현장에서 예의를 갖춘 사진기자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전몽각 님은 “아이들은 우리 부부에게 자랑이요, 기쁨이었다”고 말하면서 당신 아이를 사진으로 담은 까닭을 밝히고, 구와바라 시세이 님은 “만일 한국이 남태평양의 산호초로 둘러싸인 평화로운 섬나라였다면 굳이 내가 취재하고자 마음먹지 않았을 것이다” 하고 말합니다. 얼마 앞서 《황천의 개》라는 사진책이 옮겨진 후지와라 신야 님 1993년판 《인도방랑》이라는 사진책에는 “보잘것없는 여행을 하고 있을 때는 보잘것없는 사람들과 만난다”는 말마디가 적혀 있고, 1926년에 태어나 1967년에 《포토그라피》라는 잡지에 글을 쓴 조중 님은 “사진이 예술이냐 하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왜 찍었느냐에 따라 분간될 성질의 것이며, 한 장의 사진이 예술사진이냐 하는 것은 그 사진에 담겨 있는 내용이 문제될 것이다” 하는 생각을 펼칩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삶을 꾸리며 다 다른 사진을 찍는 한편 다 다르게 사진을 바라봅니다. 《사진 이야기》라는 책에서는 백 사람이면 백 가지 사진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보여주고, 백 사람으로 백 가지뿐 아니라 즈믄 가지 이야기를 엮을 수 있음을 일깨웁니다. 사람에 따라 다른 삶이니 사람에 따라 다른 사진이거든요. 사람에 따라 다른 눈길이니 사람에 따라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리하여, 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른 모양으로 사진뿐 아니라 글이나 그림을 일굽니다. 다 다른 이야기가 다 다른 아름다움과 눈물웃음을 자아내면서 다 다른 문화나 예술로 자리매깁니다.

 다 다른 자리에 있으면서 다 다른 내 목숨이요 넋임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어슷비슷하거나 그냥저냥 ‘벽에 걸어 둘 만한’ 작품만 태어납니다. 이래저래 ‘꽤 볼 만한 사진책’이 태어나거나 ‘세계 사진 역사’에 이름 하나 걸칠 작품이 나타날 뿐입니다. 그렇지만 정작 아름다운 사진이 되지는 않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진이란 참으로 아름다운 삶에서 비롯하고, 참으로 아름다운 삶이란 참으로 아름다운 넋을 보듬는 가운데 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이란 사진기 단추를 누르며 일구는 문화이며 예술입니다. 글이란 연필을 들어 일구는 문화이며 예술입니다. 그림이란 붓을 들어 일구는 문화이며 예술입니다. 그러니까, 살림이란 걸레 칼 도마 비누 따위를 들어 일구는 문화이며 예술이겠지요. 아이 하나란 어버이 손길과 마음길로 보듬으며 일구는 고운 목숨이면서 스스로 문화이며 예술일 테지요. 자연이란 풀과 나무와 짐승들이 골고루 어우러지면서 스스로 이루는 문화이며 예술이고요.

 사진이든 글이든 그림이든 바로 우리 살림과 우리 목숨과 우리 자연을 어루만지는 가운데 샘솟는 문화이자 예술입니다. 《사진 이야기》는 우리들 누구나 다 알고 있으나 제대로 알려 하지 않는 대목을 건드리는 작은 사진책입니다. (4343.4.30.쇠.ㅎㄲㅅㄱ)


― 사진 이야기 (전민조 엮음,눈빛 펴냄,2007.8.20 /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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