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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
폴 인그램 지음, 홍성녕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중국은 부자나라가 되고자 티베트를 짓밟는다
[잠깐 읽기 37] 폴 인그램, 《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
- 책이름 : 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
- 글 : 폴 인그램
- 옮긴이 : 홍성녕
- 펴낸곳 : 알마 (2008.7.31.)
- 책값 : 19800원
(1) 티베트를 바라보는 눈길
사진을 찍는 분들 가운데 티베트나 몽골이나 인도에 다녀오는 분이 꽤 많습니다. 티베트나 몽골이나 인도에 다녀오면서 찍는 사진은 으레 ‘티없이 맑게 웃는 어린이’와 ‘주름이 깊게 팬 늙은 할배’와 ‘가난하고 꾀죄죄한 가운데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어여쁜 아가씨’와 ‘울긋불긋한 빛깔로 꾸며진 불교 문화 발자취’이곤 합니다. 때로는 ‘가난과 따돌림이 흠씬 묻어난 뒷골목’ 모습을 담아 오곤 합니다. 스무 해 앞서고 이와 같았고 오늘날도 이와 같으며 앞으로도 이와 같지 않으랴 싶습니다.
그런데 사진만 이러하지 않습니다. 티베트 이야기나 몽골 여행기나 인도 순례기는 이 사람이 쓰든 저 사람이 쓰든 한결같습니다. 다른 눈길을 느끼기 어렵고, 깊은 눈썰미를 찾을 수 없으며, 너른 눈매를 만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눈에 보이는 모습, 한자말로 하자면 ‘현상’은 잘 담아내지 않았느냐 할는지 모르나, 티베트사람 삶을 겉스쳐 훑으며 담는 ‘현상’이란 그저 ‘겉스친 현상’이지, 삶이 아닙니다. 골목길을 담는 사진이든 도심지를 찍는 사진이든 매한가지인데, 골목길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나를 느끼면서 담는 사진과 골목길 풍경을 구경꾼으로 담는 사진은 사뭇 다릅니다. 사진기를 들기 앞서 ‘그곳은 그러한 곳이야!’ 하고 지레 생각을 굳혀 버리고 ‘그런 모습을 찍어야지!’ 하는 가운데, ‘그곳이 어떻게 흘러왔고 어떻게 흐르고 있는가’는 못 봅니다. 못 느끼니 못 보고, 알려 하지 않으니 볼 수 없으며, 얼핏 알아도 살갗으로 스며들지 않습니다. 이리하여 수많은 골목길 사진은 거의 어느 한 가지도 ‘골목사람 눈길이나 눈높이’인 적이 없으며, ‘골목사람 삶’을 말한 적이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골목사람 스스로 사진기를 들어 내 이야기는 내가 담는다고 하면 달라질 텐데, 골목사람은 스스로 사진기를 들지 않아 왔습니다. 사진기 들 겨를이 없었고, 사진기 장만할 돈이 없었으며, 사진기를 굳이 들어야 할 까닭을 느끼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싱그럽고 즐거운 삶이요, 나날이 고단하고 힘겨운 삶일 뿐입니다. 누구한테 내보이거나 자랑하려고 꾸리는 삶이 아니며, 누구한테 숨기거나 감추거나 덮어놓는 삶 또한 아닙니다.
우리가 알아보려 하지 않아 그렇지, 티베트는 우리 나라에도 있고 몽골은 우리 둘레에도 있으며 인도는 우리 삶자락 어디에나 있습니다.
.. 1949년 중국 공산당이 티베트에 진입하기까지 식량생산을 위한 티베트 민족의 토지 사용은 지극히 균형과 상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현재 중국이 보이고 있는 서구인과 같은 방자한 자연개발의 태도가 없었고, 자연적 기근은 최근까지도 전혀 알려진 바 없다 … 티베트어 교육을 격려하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중국어에 통달하지 못하는 한 아무런 직업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자 언어의 사용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많은 장소에서 티베트어를 사용해도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며, 여러 곳에서 중국어 명칭이 사용되고 있다. 중국은 현재까지도 티베트인 부모가 아이들에게 티베트 이름을 지어 주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 중국 정부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티베트의 평균수명은 여전히 약 40세에 그치고 있다 … 의료혜택의 우선권은 중국인과 티베트 공산당원에게 주어진다. 고통당하고 있는 티베트인이 병원시설로부터 거절당하는 일은 다반사이며, 심지어는 치료가 필요한 중국인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침대에서도 쫓겨나고 있다 .. (36, 93, 101∼103쪽)
티베트는 식민지 나라입니다. 중국이 쳐들어와 식민지로 삼고 있는 나라입니다. 일본이 한국과 대만과 여러 섬나라를 식민지로 삼았듯, 중국은 멋대로 티베트에 군화발을 들이밀고 탱크를 밀어붙여, 티베트를 아주 조각조각 뜯어먹고 있습니다.
한국과 대만을 식민지로 삼았던 일본이 한국과 대만사람들을 죽이고 괴롭히고 품을 울궈냈듯, 중국은 티베트사람들을 죽이고 괴롭히고 품을 울궈냅니다. 일본이 한국과 대만에 있던 지하자원이며 문화재이며 곡식이며 나무이며 어마어마하게 빼앗아 가 버렸듯이, 티베트는 중국한테 지하자원을 빼앗기고 문화재를 빼앗기며 곡식이며 나무를 빼앗깁니다.
유럽은 유럽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식민지를 거느리며 제 나라 살림을 키웠습니다. 중국은 중국대로 티베트를 식민지로 거느리며 제 나라 살림을 키웁니다. 그리고 한국 또한 한국대로 돈없고 힘없는 나라에 공장을 세우며 공해를 내다 팔며 돈을 버는 한편, 돈없고 힘없는 나라 사람들 품을 헐값으로 받아들여 경제발전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 공산당이 중국의 권력을 잡기 전에도 중국의 무장군대는 동부 티베트의 넓은 지역에 걸쳐 침입해 왔다 … 중국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식민지 해방투쟁은 격려하면서도 자국 안팎에서 티베트 민족이 제기한 요청은 계속 부정했다 … 북부 인도 다람살라의 티베트중앙사무국이 최근 실시한 세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40년 동안 중국의 티베트 점령의 결과로서 고문사 당한 10만 명을 포함하여 120만 명 이상의 티베트인이 사망했다. 1982년 이사이불교평화회의 국제사무국의 달지트 센 아델은 최근 30년 동안 약 4백만 명의 불교인이 캄보디아와 티베트에서 살해당했다고 추정한 바 있다. 현재 드러난 증거로 볼 때 그의 추정치는 정확한 것으로 인정된다 … 많은 티베트인이 자신들의 집이 어느 때나 수색당할 수 있고, 자신들이 체포당하여 고문당하고 처형당할지 모른다고 여기며 생활의 상당 부분을 거의 영원한 공포의 상태에서 살아야 하는 데서 오는 신경장애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 (43, 45, 74, 114쪽)
2000년대를 넘어선 오늘날, 프랑스가 지난날 어느 나라를 식민지로 삼았는지를 짚어낼 줄 아는 사람은 그리 안 많습니다. 독일이 세계대전을 일으킨 줄은 그럭저럭 알는지 모르나, 이 또한 왜 일으켰는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몹시 드뭅니다. 영국은 얼마나 넓게 식민지를 거느리고 있었는지,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어떠했으며, 이탈리아는 무슨 짓을 해 왔는지 헤아리는 사람은 몇 안 된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브라질이 왜 포르투갈말을 쓰는지 생각해 보는 사람이 적습니다. 중남미에서 왜 스페인말을 쓰는지 알아보려는 사람 또한 적습니다. ‘체 게바라’가 왜 스페인 이름을 얻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칠레사람들 가슴에 깊이 서린 노래꾼 ‘빅토르 하라’가 왜 빅토르인지 곱씹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있는가요.
꼭 이러하기 때문은 아니지만, 베트남 빵집에서 ‘프랑스 빵’을 무척 잘 굽는 까닭을 모르거나 생각해 보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우리 말에 일본 한자말이 많이 스며든 까닭에다가 일본책이 대단히 많이 옮겨지는 까닭을 곰곰이 돌아볼 줄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 1950년경 티베트 전역에는 6000개 이상의 수도원ㆍ사원과 약 60만 명의 승려가 있었다. 1979년경 대부분의 비구와 비구니는 죽거나 실종되었고, 남겨진 수도원은 겨우 다섯 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남은 수도원들도 망가진 상태였다 … 중국은 티베트의 수도원과 사원을 고의적ㆍ조직적으로 파괴하기 시작했다. 특별 팀이 여러 가지 귀중한 종교 물품을 골라 티베트 밖으로 반출하고 나면 건축물은 숙련된 솜씨로 폭파되었다. 반출된 물품의 상당수가 외국의 교환시장에서 팔려나가, 중국이 문화재보다 더 필요로 하던 외화를 벌어들였다 … 10대 중국인 살인자들이 유구한 불교문화의 유산을 파괴해도 좋다는 거의 백지위임장과 다름없는 구너력을 가지고 나라를 휘젓고 다녔기 때문에, 시민과 사회의 혼란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라싸에서 그들이 벌인 광란을 뒤로 하고 홍위병들은 콩포로 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포워 트라모에 살고 있던 나무꾼 400명의 딸들을 야만스럽게 강간했다. 소녀들은 벌거벗긴 채로 행진해야 했고, 탐징(인민재판)을 통해 처벌당했다. 이 잔혹함과 모욕에 울화가 치밀 정도로 무력했기 때문에 많은 티베트인이 자살을 택하고 말았다 .. (48, 50, 65쪽)
지난 2004년, 《티벳전사》라는 책 하나가 우리 말로 나왔습니다. 티베트사람이 티베트 이야기를 쓴 책 가운데 우리 말로 옮겨진 책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우리 나라에 나오는 티베트 이야기라면 하나같이 ‘티베트 불교’하고 ‘티베트 의학’뿐이지만, 이마저도 몇 권 안 되는데, 《티벳전사》는 티베트사람이 중국한테 어떻게 밟히고 있으며 어떻게 맞서는가 하는 이야기를, ‘티베트사람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처럼 우리(티베트) 문화를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부드러운 목소리는 들려줍니다. 다만, 눈여겨보는 사람이 적고, 알아보는 사람 또한 드뭅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티베트 여행이나 순례는 떠난다 할지라도 티베트 역사와 문화를 먼저 살펴보는 사람은 드물잖아요. 티베트를 다녀왔어도 그 나라가 어떻게 이루어지거나 흘러가는가까지 살펴보려는 사람 또한 드물어요. 중국 정부가 감시와 통제를 모질게 해서 알아채기도 힘들다지만, 알아보려고 애쓰면 못 알아보겠습니까.
.. 중국의 티베트에서의 환경정책의 비정상성을 대표하는 사건이 있다. 중국인 홍위병이 밤나무 25만여 그루를 ‘엘리트주의자’로 선포하고 모조리 벌목해 버린 사건이다 … 중국은 로프 노르 지역에서 핵실험을 감행하여 환경에 더욱 위험한 손상을 안겼다. 중국도 극심한 방사능 대기오염을 인정하고 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티베트인은 허겁지겁 베이징으로 피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 이미 전술한 바, 중국은 약 540억 달러 상당의 목재를 티베트에서 채취해 갔다. 또 중국은 사원에서 약탈한 종교예술작품을 외국 교환시장에서 판매하여 틀림없이 수천만 달러 이상의 외화를 거머쥐었을 것이다 … 흥미롭게도 티베트를 일컫는 중국면 ‘시짱(西藏)’은 “서쪽의 보물”을 뜻하며, 티베트인은 이것이 수세기 동안 중국이 티베트를 탐내 온 주된 이유의 하나라고 주장한다. 1985년 티베트의 광물자원의 규모를 추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 결과는 수조 달러 이상이었으며, 이 수치도 일반적으로 과소평가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티베트에 매장된 풍부한 광물자원의 리스트에는 석면, 붕사, 크롬, 코발트, 석탄, 구리, 다이아몬드, 금, 흑연, 철, 철광, 옥, 납, 마그네슘, 수은, 몰리브덴, 니켈, 천연가스, 석유, 요오드, 광유, 라듐, 은, 텅스텐, 티타늄, 우라늄, 아연이 포함되어 있다 … 중국에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가치를 지닌 더 큰 자원은 수력전력이다 … 종합해 말하면, 티베트에는 거의 미개발 상태의 광대한 천연자원이 매장되어 있고, 무한에 가까운 수력전기 잠재력이 잠재되어 있다 .. (136, 139, 142, 144, 145쪽)
몇 해 앞서, 충북 음성군 생극면 시외버스역에서 ‘몽골에서 한국으로 와서 이주노동자로 살고 있으나, 거의 한 번도 일삯을 받아 보지 못하고 몸만 망가지고 있던 아저씨 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이는 당신 여동생이 한국으로 시집을 왔기 때문에 초청비자로 들어올 수 있었는데, 당신이 일하던 공장 사장이 허구헌날 욕을 하고, 또 동네사람이 ‘저놈은 한국말을 잘 모르고 이주노동자니까 막 굴려먹어도 돼’ 하면서 욕지꺼리를 내뱉고 있었음에도 ‘한국은 좋은 나라예요’ 하고 띄엄띄엄 말하면서 웃었습니다. 당신한테 착하고 반가이 마주하는 사람은 하나도 안 보이는데, 어디에서 이런 생각을 하며 눈을 반짝이며 칭찬을 하는지 도무지 알 노릇이 없었습니다.
몽골이든 티베트이든 네팔이든 인도이든 찾아가고 순례를 하고 뭐를 하면서 ‘낮에는 하늘이 파랗디파랗게 눈부시’고, ‘밤에는 온누리 별을 여기에 갖다 놓은 듯 맑게 빛난’다고 노래를 하고, 그토록 아름다운 곳이 없다고 노래를 하는 우리들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곳 사람들이 한국에 ‘이주노동자’로 오면 ‘찬밥꾸러기’에다가 ‘천덕꾸러기’로 여기고 있습니다.
참 아리송합니다. 여행을 가서 만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순박하다’고 입을 모으면서, 왜 그 여행터 사람을 한국땅에서 마주할 때면 ‘욕’을 내뱉으면서 ‘지저분하다’느니 ‘바보’라느니 하고 깔보거나 깎아내릴 수 있지요? 때때로 텔레비전에서 몽골이나 티베트나 인도 이야기를 ‘예쁘장하게 비추어 내는 다큐멘터리’로 보여줄 때에는 ‘더없이 아름답고 깨끗한 나라’라고 말하면서도, 왜 그 나라 사람을 코앞에 마주할 때에는 싹 바뀌어 버릴 수 있지요?
(2) 두툼한 보고서가 말하는 티베트와 중국
500쪽이 넘는 두툼한 보고서 묶음인 《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을 읽습니다. 말하지 못한 티베트 이야기는 훨씬 많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이 책 하나를 읽어낸다면, 이 나라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티베트 삶과 사회와 정치를 조금이나마 훑어 볼 수 있으리라 봅니다. 달라이 라마를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까닭을 돌아보고,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 눈치를 보면서 ‘티베트 평화’에는 손을 하나도 안 쓰는 까닭을 어느 만큼 짚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1990년에 나온 책이니만큼, 퍽 예전 자료와 숫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스무 해 가까운 세월이 흐른 2009년이니, 이제까지 ‘더 많은 사람이 죽’고, ‘더 많은 자원을 중국이 울궈갔으’며, ‘더 많은 티베트 문화와 터전이 망가졌’음을 어림해 볼 뿐입니다. 그런데, 560쪽이 넘는 쪽수라 한다면, 각주와 찾아보기뿐 아니라, 2000년대 이야기라든지 요즈음 흐름을 따로 달아 놓아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두툼한 보고서이니 조금 더 두툼해져도 괜찮고, 대여섯 쪽 더 나누어 보아도 괜찮을 테니까요. 정 힘들다면 각주나 찾아보기를 덜어내더라도, 오늘날 모습을 보여주어야 이 책 《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은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이야기’로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출판사는 글쓴이한테 ‘요즘 형편을 밝히는 글도 하나 달아 달라’ 할 수 있었으며, 글쓴이가 어렵다고 밝혔으면 ‘우리 스스로라도 더 알아보며 새 이야기를 붙일’ 수 있었다고 느낍니다.
.. 2008년 백상예술대상 교양 작품상에 빛나는 다큐멘터리 〈차마고도〉(KBS)는 그 아름다운 영상미와 완성도 높은 음악(양방언 씨), 인상적인 내레이션(최불암 씨)에도 불구하고, 티베트의 현실을 미화하고 티베트인이 오로지 불교에만 매달려 살고 있는 것처럼 그려냈기에, 개인적으로 ‘위험한’ 작품이라 생각한다(엔드 크레디트를 보면 아시겠지만, 중국 당국의 사전 내용검토를 받았다). 이제 티베트를 포함한 인권 문제를 ‘미학’의 차원으로 환치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나치즘을 찬양했던 레니 리펜슈탈이 저지른 오류를 동시대의 한국민족이 반복하고 있다면 그것을 지적함은 한 사람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한 의무일 것이다 .. (옮긴이 말 : 401∼402쪽)
어쩌면, 우리로서는 이만큼 다가서는 몸짓만으로도 벅찰는지 모릅니다. 우리로서는 이만큼 알아보기도 귀찮은지 모릅니다. 우리로서는 이만큼 읽어 주기도 번거롭거나 낯설는지 모릅니다.
먹고살기 바쁘잖아요. 먹고살기 바빠 책 하나 읽기도 벅차는데, 무슨 티베트 식민지 이야기를 읽느냐 하지 않겠습니까. 먹고살기 힘들어 내 집 살림 간수하기도 귀찮은 판에, 우리 역사도 아니고 티베트 역사를, 더군다나 식민지로 짓밟히는 역사를 뭐 하러 읽느냐 하지 않겠습니까. 먹고살기 고단하기도 하지만 엄청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터지는 마당에, 티베트야 죽을 쑤건 밥을 하건 내 알 바 아니라고 여기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만한 책을 애써 옮겨내면서도 좀더 넉넉하고 따뜻하게 ‘티베트 오늘 삶’을 담으려는 엮음새를 보여주지 못하고, 이 책 하나 읽으며 얻는 지식조각을 우리 삶에서 어떻게 삭여내면 좋을까 하는 깜냥으로 다가서지 못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티베트인은 폴란드인과 유대인에게 게슈타포가 자행했던 고문을 연상시키는 끔찍한 고문에 노출되었다. 22세의 운전기사 첸진 세랍은 3월 5일 폭동 이후에 체포되었는데, 3월 23일경에 그의 가족은 시의 시체안치소 한곳으로 오라는 통지를 받았다. 그의 여동생이 시신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옷뿐이었다. 그의 안면은 심각하게 손상당한 상태였고, 안구 양쪽이 모두 뽑혀 있었기 때문이다. 장례식을 돕던 남자 가운데 한 명은, 뒤에 그의 몸속에 있는 모든 뼈가 부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가족은 시신 석방 대금 600위안을 물어야 했다. 이 금액은 라싸의 빈곤한 티베트인 가족에게는 엄청난 거금이었다 .. (173쪽)
중국은 부자나라가 되고자 티베트를 짓밟았습니다. 티베트사람을 죽이고, 티베트 지하자원을 빼앗으며, 핵무기 실험을 하며 티베트땅을 더럽힙니다.
한국은 부자나라가 되겠다며 비정규직을 만들고 정리해고를 손쉽게 해대며 이주노동자를 값싸게 들여와 함부로 부려먹고 아무렇지 않게 내동댕이칩니다. 언제나 더 많은 돈벌이에다가 자유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엄청난 할인매장을 온누리 곳곳에 마구잡이로 올려세우며, 동네에서 조촐하게 장사하는 사람을 굶어죽게 내몹니다. 늘 더 많은 돈벌기에다가 자유경제건설이라는 이름으로 값비싼 아파를 온나라 구석구석에 끝없이 올려세우며, 적은 돈으로도 오순도순 살아가는 사람들 터전을 싸그리 밀어없앱니다.
우리 나라 군대는 세계에서 손꼽을 만큼 힘이 있습니다. 핵무기는 없어도 군사힘은 꽤 셉니다. 비록 중국과 미국과 러시아와 일본하고 견줄 만큼은 안 되지만. 중국과 미국과 러시아는 어마어마한 군사힘으로 숱한 식민지를 만들고, 일본 또한 돈으로 또다른 경제식민지를 만듭니다. 여기에 우리 나라 또한 제법 센 군사힘에다가 어느 만큼 이룩한 돈힘으로 이웃한 작고 여린 나라를 경제식민지로 삼으려 하지 않을까 근심스럽습니다.
왜냐하면, 나라는 작고 지하자원 또한 얼마 있지 않아도 ‘에너지 씀씀이’는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듭니다. 석유 소비는 일본 못지 않습니다. 우리들 끝없는 씀씀이를 댈 만한 지구자원을 얻자면, 나라안 낮은자리 사람을 더 누르는 일만으로는 모자라, ‘이라크 파병’이 아닌 ‘북녘 침략’쯤은 해야 숨통을 트지 않겠느냐고 여기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북녘이 하루빨리 남녘을 ‘도발’해 주어 하루아침에 북녘 정권을 허물어뜨리고 ‘무력통일’을 이루어 ‘남녘 경제살리기’를 하려는 무시무시한 꿈을 꾸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이는 미국이 멕시코와 이라크로 쳐들어가고, 프랑스가 베트남으로 쳐들어가며, 스페인이 중남미로 쳐들어갔으며, 영국이 아르헨티나를 쳤고,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을 쳤으며, 중국이 티베트를 치는 흐름하고 매한가지입니다. 모두들 ‘부자나라’가 되겠다면서 군대를 끝도 없이 키웠고, 군산복합체를 터질랑 말랑 하는 개구리배처럼 부풀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평화’와 ‘문명’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습니다. (4342.6.8.달.ㅎㄲㅅㄱ)
이런 좋은 책도 하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