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
문용포.곶자왈 작은학교 아이들 지음 / 소나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학교는 아이들한테 어떤 곳인가

 [잠깐 읽기 14] 문용포와 아이들, 《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


- 책이름 : 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
- 지은이 : 문용포와 ‘곶자왈 작은학교 아이들’
- 펴낸곳 : 소나무 (2008.5.1.)
- 책값 : 1만 원



 (1) 학교와 사람


 지난 2005년부터 법이 바뀌어, 어린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예방접종 주사를 맞았다’는 근거자료를 학교에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맞아야 할 예방접종 주사는 비시지, 비형간염, 디티피, 소아마비, 홍역ㆍ볼거리ㆍ풍진, 수두, 장티푸스, 일본뇌염까지 모두 여덟 가지로,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뜨리면 ‘학교에 들어갈 수 없게끔’ 되어 있습니다.

 여덟 가지 예방주사이지만, 병이름을 살펴보면 모두 열두 가지 병 때문에 맞힙니다. 이 열두 가지 병은 돌림병이라 다른 아이한테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여기어 이처럼 예방접종을 꼭 하도록 할 텐데, ‘예방접종을 꼭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이 예방주사가 어떤 병을 앓게 되기에 맞으며, 이 주사를 안 맞으면 어떻게 되고, 또 예방주사를 맞아도 병에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하며, 주사를 안 맞고도 튼튼하게 아이를 다스리는 길은 무엇인지, 또 예방주사 부작용은 어떠한지 들은 한 마디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도록 받아 주는 산부인과에서도 그렇고 보건소에서도 그렇습니다. 다만 한 가지, ‘예방주사는 꼭 맞아야 해요’ 하는 이야기만 합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예방주사 부작용도 적지 않고, 예방주사에 쓰이는 화학물질이 아기 몸에 오히려 나쁘다는 생각과 사례에 따라서 ‘안예모(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이 사람들 사이에서 스스로 만들어져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그러나 이런 모임이 있는 줄, 또 예방접종 부작용이 그리 큰 줄, 또 예방접종을 맞지 않고도 아이는 얼마든지 튼튼하고 씩씩하게 키울 수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주사 한 방이야 그냥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미리 주사 한 방 놓아 두면 아기한테도 좋은 일 아니냐고 으레 여기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우리 아기는 태어난 지 고작 한 달이 되었을 뿐인데 ‘병원에서 우리도 모르게 놓아 준 비형간염 예방주사’ 때문에 부작용으로 ‘아기 황달’에 걸렸습니다. 이 아기 황달은, 그저 병원에 데려가서 입원시켜야 한다는 소리만 들었으나, 안예모 같은 모임에서 도움을 얻어, 집에서 다스리는 길을 배웠고, 이 길대로 아기를 씻기고 돌보니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 곶자왈 작은학교는 곶자왈처럼 고마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아이들과 느끼며 놀기 위해 만든 학교야. 쓸모없어 보이는 곶자왈이 큰 숲을 만들고 수많은 생명을 자라나게 하듯이 곶자왈 작은학교에서도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며 친구들과 다정하게 어울릴 줄 알고,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많이 생겨나길 바라지 ..  (9쪽)


 생각해 보면, 지난날 우리 부모님들은 병원이라는 데가 있는 줄 몰랐고, 또 병원도 없었으나 우리들을 잘 키우고 돌보아 주었습니다. 우리 부모님을 낳고 기른 부모님도 그렇습니다. 한 목숨이 새로 태어나는 아름다움과 고마움을 느끼면서, 한 목숨을 좀더 애틋하게 보듬고 사랑하는 길을 스스로 찾고 느끼고 열었습니다.

 지난날에 없기로는 병원과 아울러 학교도 없었습니다. 학교라는 데가 없었어도 아이들은 어른들한테 세상을 배우고 말을 배우고 마을을 배우고 문화를 배우고 일과 놀이를 배웠습니다. 학교에서 지식을 얻지 않았어도 세상을 살아갈 지식을 깨우칠 수 있었고, 학교에서 도덕과 철학을 가르치지 않았어도 착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매무새를 갈고닦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오늘날처럼 병원도 있고 학교도 있는 세상은 어떠한지요. 병원이 있어서 아픈 사람 없이 튼튼하고 즐겁게 살아가는지요? 학교가 있어서 못 배우는 사람 없이 똑똑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는지요?


.. 어린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값이 비싸고 농약투성이인 제철에 나지 않은 과일을 더 좋아하고, 나쁜 재료와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가공식품을 즐겨 먹고 있어. 나쁜 재료나 화학물질을 사용한 음식으로 인한 피해는 당장에는 나타나지 않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는 반드시 나타날 수밖에 없어. 우리 몸을 야금야금 병들게 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땅과 바다를 조금씩 망가뜨리고 말 거야 ..  (132쪽)


 학교 급식에서 아이들한테 가공식품을 주거나 화학물질에 찌든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일은 없다고 봅니다. 모르지요, 우리 아이가 나중에 학교 갈 때가 되면, 가공식품이나 지엠오 곡식 아니고는 아이들이 먹을 밥과 반찬이 없을는지도.

 더 많이 거두어들여 더 많이 돈을 벌겠다고 하면서 쓰는 농약과 비료인 만큼, 농사짓는 분들이 농약과 비료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농사꾼 스스로도 농약과 비료가 ‘겉보기로 더 많이 거두어들이게 하는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땅심이 줄어서 나중에는 농약과 비료를 안 쓸 수 없게 되고, 또 농약값과 비료값, 여기에다가 비닐값까지 치면 농사지어서 돈 남기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립니다. 더군다나 나라에서는 기계농을 외치면서 농삿집에서 기계로 농사짓도록 이끌다 보니까 수천만 원이나 되는 기계를 장만하려고 허리가 휩니다.

 지금 우리 나라에는 농사짓는 사람은 아주 적은데, 도시에서 농사 안 짓고 2차와 3차 산업에 몸담고 돈만 버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우리 나라 농사꾼이 거두는 곡식만으로는 한국사람 밥상을 다 채울 수 없는데, ‘한국산이 아닌 중국산’ 곡식을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데, 이와 같은 큰 식량위기를 살갗으로 못 느낍니다. 아직은 값싼 곡식처럼 여겨지는 수입 곡식이지만, 나라밖에서 사들여 오는 동안 뿌리는 방부제를 헤아린다면, 또 나라밖에서 농사지을 때 뿌릴 농약과 비료를 떠올린다면, 더욱이 제 나라에서 거두지 않고 다른 곳에서 길러서 배에 실어 옮기느라 들어가는 자원소비를 생각한다면, 지금 우리 사회처럼 무역에만 기대고, 아이들을 오로지 ‘지식 많은 회사원’으로 기르고 가르치는 학교교육이 우리 아이들 앞날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는지는 뻔한 노릇입니다.


 (2) 자연학교는 초등학교에서만 그쳐야 하는가


 이야기책 《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를 읽습니다. 섬마을 제주에 깃든 조그마한 작은학교인 ‘곶자왈 작은학교’를 찾아오는 아이들과 이곳에서 아이들을 반기는 문용포 님이 복닥복닥 보내는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습니다.

 아이들은 제주라는 섬마을이 ‘관광하러 놀러가는 데’만이 아님을 이곳 작은학교에서 배웁니다. 아이를 자연학교로 보내는 어른들은 아이들이 잠깐이나마 자연과 벗삼고 지내면서 무엇을 얻고 느끼고 배우면서 얼마나 달라지는가를 찬찬히 깨닫습니다.

 자연학교라는 곳에서 며칠이나마 지내 보면서 ‘맨발로 흙을 밟는 느낌’이 무엇인지, ‘땀을 흘려서 김을 매고 손수 곡식과 푸성귀를 거두는 느낌’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바람과 햇볕과 물을 껴안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아 갑니다. 여태껏 책으로만 익히던 자연을, 이제까지 교과서로만 익히던 세상 이야기를, 비로소 책을 놓고 지식세계를 떠나면서, 자기들이 나온 곳이 자연이고 자기들이 돌아갈 곳도 자연임을 어렴풋하게 돌아보게 됩니다.


.. 아직 찬바람이 불기도 하니까 풀꽃들은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이렇게 낮게 자랍니다. 꽃이 아주 작으니까 쪼그려 앉아 들여다봐야 그 예쁜 얼굴을 알아볼 수 있지요. 봄의 풀꽃들과 인사해 보세요 ..  (38쪽)


 그렇지만 자연학교는, 또 자그마한 학교는 거의 모두 ‘초등학교 아이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곳이곤 합니다. 중학교 아이들이 복닥일 만한 자연학교는, 고등학교 아이들이 북적일 만한 작은학교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바라도 어른들이 안 보냅니다. 초등학생일 때에는 좀더 여러 가지를 느끼게 한다면서 자연학교에도 보내고 뭣도 보내고 수많은 책을 아이한테 사 주면서 읽힙니다. 그런데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생이 되면, 무섭고 끔찍한 수험공부에, 입시교육에 내몹니다.

 그나마 학원에 보내지 않고, 입시교육에 찌들지 않도록 마음을 기울이는 뜻있는 어머님과 아버님을 만납니다. 참 드물지만, 이와 같은 분들이 있습니다. 중학생인데에도 밤 열 시나 열한 시까지 붙잡아 매는 학교교육을 받아들이지 않고 아이를 지켜 주려는 어머님과 아버님이 계십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른은 아주 적고, 아이가 ‘몇 손가락으로 꼽히는 대학교’에 들어가 주기를 바라는 어른이 너무 많습니다.


.. (어린이 글) 머털도사 말대로라면 쓸모없는 사람을 보고 ‘벌레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하는 건 이상한 것 같다. 지렁이만 해도 지렁이 똥은 땅을 기름지게 해서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해 주는데 말이다. 벌레들은 다 부지런하고 중요한 역할이 있는 것 같다. 개미도 그렇고, 벌도 그렇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게으른 친구가 있으면 이렇게 말해야겠다. “야, 벌레처럼만 좀 해라.” ..  (48쪽)


 아이들은 왜 대학교에 가야 할까요. 아이들은 대학교에 가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아이들은 대학교를 나온 다음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까요. 아이들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놀이를 즐기면서 세상을 부대끼거나 껴안아야 할까요.

 우리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는지요. 우리 아이들이 어떤 삶터에서 어떤 이웃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살아가기를 꿈꾸는지요.

 우리 아이들이 애틋하게 품어야 할 뜻은 무엇일까요. 우리 아이들이 사랑스럽게 나누어야 할 마음은 무엇일까요. 우리 아이들이 다소곳하게 껴안을 땅은 어디일까요. (4341.9.1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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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j9279 2009-01-06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소나무 출판사입니다.
책을 만드는 노동이 궁극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과 지식, 정서, 마음을 통하고
의견을 나누고, 나아가 삶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독자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꾸리고 있습니다.
자연과 교육과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물음이 솟아나는 리뷰, 잘 읽었습니다.
더 많은 분들과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소나무 홈페이지로 퍼갑니다.
http://www.sonamoobook.co.kr/
들어오셔서 글과 마음을 나누는 마당을 함께 만들어주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