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 두더지야 글로연 그림책 37
이소영 지음 / 글로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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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1.11.

그림책시렁 1642


《힘내, 두더지야》

 이소영

 글로연

 2024.1.20.



  누구나 다르게 합니다. 다른 숨결이기에 다르게 하고, 다르게 하기에 값이나 눈금으로 매길 까닭이 없습니다. 다만, 다 다른 사람을 모두 똑같이 부리거나 굴리거나 밀어놓는 서울(도시)이 있어요. 요즈음은 서울틀을 시골에까지 휘감습니다. 논밭짓기는 다 다른 살림길인데 자꾸 “똑같은 씨앗으로 똑같이 키우기”로 옭아맵니다. 제아무리 똑같은 모심개(이앙기)를 써도 다 다른 논입니다. 제아무리 똑같은 벼베개(콤바인)를 써도 다 다른 나락입니다. 다 다른 사람이 심고서, 다 다른 해바람비를 머금는 다 다른 땅이거든요.


  《힘내, 두더지야》를 가만히 보면 ‘우리집 당근’을 굳이 ‘이웃집 당근’하고 맞대면서 속쓰린 두더지가 나옵니다. 사슴벌레는 사슴벌레대로 이웃한테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쓴소리를 듣기 일쑤입니다. 이때에 둘(두더지·사슴벌레)은 달밤에 나들이를 하다가 만난다지요. 둘은 서로 말을 섞고 마음을 나누면서 새길을 푼다고 합니다. 다른 둘이 서로 달랜다는 줄거리는 얼핏 따스해 보이되, 굳이 사람살이를 짐승과 벌레라는 옷으로 입혀야 하지 않습니다. 두더지도 사슴벌레도 ‘남’에 휘둘리지 않고, ‘남’을 휘두르지 않으니까요. 더구나 당근은 더 커야 맛나지 않아요. 듣기 좋게 말해야 ‘아름말’이나 ‘사랑말’이지 않고요. 더 짚는다면, 달은 빛을 내지 않습니다. 빛을 내는 밤길은 ‘별’입니다. 서울틀이라는 쳇바퀴를 바탕으로 ‘힘내자(희망·위안)’는 목소리만 앞세울 적에는 얼핏 마음을 토닥이는 듯하지만 하나도 안 바뀝니다. 밭짓기를 해서 내다팔아 돈을 벌기에 즐거울 삶이지 않거든요.


  삶을 삶으로 바라보려면, 서울이 아닌 삶터를 볼 노릇입니다. 서울에서건 시골에서는 삶을 이루고 살림을 지으며 사랑을 푸르게 일구는 길을 스스로 마주할 노릇입니다. 짐승과 벌레한테 ‘사람흉내’를 시키지 말아요. 짐승과 벌레는 짐승과 벌레로서 어울리는 길을 보여줄 노릇입니다. 윌리엄 스타이그 님이 빚은 《생쥐와 고래(아모스와 보리스)》처럼 마음빛을 읽고 잇는 얼거리가 아니라면, 사람살이는 그저 사람마을로 그리기를 빕니다.


ㅍㄹㄴ


《힘내, 두더지야》(이소영, 글로연, 2024)


다른 친구의 당근과 비교하며 속상해했어

→ 다른 집 당근과 견주며 괴로웠어

→ 다른 아이 당근과 맞대며 속쓰렸어

4쪽


다른 동물 친구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해 줘

→ 다른 이 걱정을 듣고서 풀어줘

→ 둘레 근심걱정을 듣고서 풀어줘

5쪽


그렇게 우연히 두더지와 사슴벌레는 만나게 된 거야

→ 그렇게 문득 두더지와 사슴벌레가 만나

→ 그렇게 갑자기 두더지와 사슴벌레가 만나

10쪽


와! 진짜 맛있다. 네가 만든 거야?

→ 와! 아주 맛있다. 네가 담갔어?

11쪽


하지만 사슴벌레의 칭찬은 두더지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어

→ 그렇지만 사슴벌레가 추켜도 두더지는 마음이 낫지 않아

→ 그런데 사슴벌레가 달래도 두더지는 마음이 녹지 않아

11쪽


나는 지금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해

→ 나는 바로 일을 해야 해

→ 나는 이제부터 일해야 해

12쪽


남들이 인정해 줘야 좋은 거 아니야?

→ 남이 받아들여야 하지 않아?

→ 남이 추켜세워야 하지 않아?

→ 남이 알아줘야 하지 않아?

26쪽


움츠러든 두더지에게 용기를 줬어

→ 움츠러든 두더지를 북돋아

→ 움츠러든 두더지를 다독여

27쪽


이번에는 내 의지로 결정할 거야

→ 이제는 내 뜻대로 하겠어

→ 이제는 내 마음 따라 할래

37쪽


예상하지 못한 우연의 길 끝에 짜릿한 모험과 아름다운 풍경이 있었던 거야

→ 뜻하지 않은 길인데 짜릿하고 아름다워

→ 생각도 못한 길이지만 짜릿하고 아름다워

→ 어림도 못한 길을 걷는데 짜릿하고 아름다워

43쪽


사슴벌레 역시 오래도록 그리워했던 편안함을 느꼈어

→ 사슴벌레도 오래도록 그리던 대로 아늑했어

→ 사슴벌레도 오래도록 그리던 대로 포근했어

43쪽


종종 새로운 곳으로 밤 산책을 나간단다

→ 가끔 새로운 곳으로 밤마실을 한단다

→ 이따금 새로운 곳으로 밤나들이를 해

→ 곧잘 새로운 곳으로 밤길을 나간단다

46쪽


달빛 아래에서 펼쳐질

→ 달빛길에 펼칠

→ 달밤에 펼칠

4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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